[완주신문]고산면 안남마을 인근 석산 앞에는 장애시설이 몰려 있다.
이곳에는 석산이 들어오기 전부터 장애인거주시설인 ‘국제재활원’이 있었고 옆에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인 ‘새힘원’이 있다. 또 재활원 앞에 장애 아동・청소년이 다니는 ‘전북푸른학교’가 있다. 이 시설들은 사회복지법인 국제원 시설들이다.
국제재활원에는 현재 45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새힘원에는 37명이 요양 중이다. 새힘원의 경우 반은 거동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이고, 중복장애를 가진 이들이 대다수다. 전북푸른학교 학생은 110여명이다.
특히 뇌성마비 환자들은 소음과 진동에 의한 자극에 민감하다는 게 시설 관계자의 설명이다.
새힘원 관계자는 “석산에서 발파가 있는 날 뇌성마비를 가진 분들의 뇌전증(간질)이 심화된다”면서 “소음과 진동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워 중단을 요구하기 힘들다”며, “특히 소음보다 진동이 심각해 정상인인 직원들조차 놀라고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재활원 관계자도 “진동의 영향인지 건물에 균열이 석산 초기부터 자주 생겼다”면서 “지반 침하도 있었으나 석산 영향이라고 증명할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분진에 의한 피해도 인근마을과 마찬가지다. 오히려 시설이 인근마을보다 석산과 가까워 창틀을 매일 청소해도 먼지가 많이 쌓여있다.
새힘원 관계자는 “환기를 위해 잠시 문을 열면 공기청정기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미세먼지 수치가 급격이 증가한다”며, “빨래를 밖에서 말리는 것은 물론 장기 근무한 직원들 대부분이 호흡기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석산 계곡을 따라 매일 먼지가 시설 쪽으로 내려온다”고 강조했다.
해당 시설들에는 현재 13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중반 피해를 호소하며 허가 연장 반대를 위해 격렬하게 시위도 했다.
당시 이곳에서 초창기부터 근무해오고 있는 직원에 따르면 시위 때문인지 허가 연장이 2년 정도 중단된 적이 있었다.
직원 A씨는 “하지만 그 후 언제 다시 허가가 났는지 석산개발이 또 이뤄졌다”면서 “십여년간 민원제기를 했지만 바뀌는 게 하나도 없어 자포자기했다. 국제원은 처음부터 석산을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지금도 변한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90년대 초 석산 측에서 버스를 사준다는 등 회유를 했지만 이를 거절하자 ‘깡패’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협박을 했다”면서 “인근마을 또한 함께 석산을 반대하다 이런 회유와 협박을 이기지 못해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회상했다.
안남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석산 측에서 매년 인근마을에 마을기금 명목으로 4~500만원씩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활원 관계자는 “가끔 미세먼지를 측정하러 오는 차량이 있는데, 먼지가 가장 없는 학교 앞에서 측정을 한다”면서 “어디서 나왔냐고 물으니 석산 측 요청으로 나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는 마을주민들 주장처럼 형식적인 측정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재활원 관계자는 “석산으로 인한 피해가 많지만 사회 약자인 장애인과 장애시설 종사자들이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장애인 가족들이나 학부모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시설 관계자는 “대부분 생활이 어려운 분들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할 상황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그저 참고 지낸다는 것.
한편, 고산면 안남마을 인근 석산은 지난 1990년 개발을 시작해 수차례 회사가 바뀌고 허가가 연장되며, 31년째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