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완주군 고산석산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표면화됐다. 30년간 지속된 주민들과 업체 간의 대립이 완주군의 중재로 상생 협약을 체결하며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히려 갈등은 더 깊어졌고, 급기야 주민과 업체 관계자 간의 폭행 사건까지 발생해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주민들의 분노와 불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고산석산 인근 마을주민들의 암 발병률에 대한 논란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완주군 측은 인근 5개 마을의 암 발생률이 전북 지역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석산 개발이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안남마을의 암 발병률이 12.84%에 이른다는 사실 앞에서 무너진다. 이는 완주군 전체 평균의 두배를 넘는 수치로,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 상황은 과거 익산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 사례와 유사성을 지니며, 즉각적인 역학조사를 요구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암 환자 수만으로는 정확한 발병 실태를 알 수 없으며, 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건강상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정밀한 조사와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까지 비화됐다는 점이다. 최근 벌어진 폭행 사건은 드론 촬영과 관련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하지만 이를 둘러싼 진실 공방은 갈등이 얼마나 첨예한지를 잘 보여준다. 30년 넘게 이어진 분쟁의 긴장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상생협약이라는 이름으로 일시적인 봉합만 이루어졌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완주군이 자랑하는 ‘중재’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갈등을 억누르는 데 급급했음을 이번 사건이 여실히 보여준다.
완주군은 평균 수치로 문제를 무마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무엇이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길인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면 그 갈등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해서라도 주민들을 이기고 싶어 하는 행정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서글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