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완주와 전주의 통합 논의는 행정적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완주군민의 발언권 축소 문제는 매우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현행 공직선거법이 기초자치단체의 수에 따라 광역의회 의원 정수를 결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통합은 완주군민이 정치적 대표성을 상실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는 14개 시군을 기반으로 40명의 광역의원이 도민의 민의를 대변하고 있다. 도의원 1명이 대변하는 주민 수는 약 4만 3616명으로, 강원특별자치도나 전라남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완주와 전주가 통합될 경우, 기초자치단체 수가 감소함에 따라 전북도의 도의원 정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도의원 1명당 대변해야 할 주민 수가 늘어나고 완주군민은 그동안 유지해왔던 독자적인 목소리를 잃게 될 위험에 처한다.
이러한 발언권 축소는 지역의 특수한 요구와 정체성을 정책에 반영하기 어렵게 만든다. 완주군은 농업 중심 지역으로서의 특성과 산업단지, 생태 자원을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완주와 전주가 하나의 자치단체로 묶이면 완주의 고유한 이슈가 전주의 도시 중심적 의제에 묻혀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완주군민의 생활 수준과 지역 발전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의원 1명이 더 많은 주민을 대변해야 할 경우 주민과 정치 대표 간 소통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요구를 전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성이 낮아지면, 주민들은 행정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지역사회의 결속력 약화와 더불어 행정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완주와 전주의 통합은 단순히 행정 구역을 재편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완주군민의 정치적 권리와 민주적 참여의 기회를 축소시키는 동시에 지역 발전의 주체로서 그들의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변화다.
따라서 통합 논의에 앞서 이러한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완주군민의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진정한 지역 발전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될 수 없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