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유희태 완주군수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6일 김관영 특별자치도지사가 완주군을 방문했다. 통합을 반대하는 완주군민의 의견을 묵살하고 통합 추진을 선언한 도지사. 지방시대위원회에 통합 추진의 강력한 의지를 전달한 도지사. 그에게 완주군수는 꽃다발을 주며 환영했다. 설마 했는데,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났다.
도정과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군수의 역할이 있기에 방문 거부는 쉽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꽃다발까지 준비하며 환영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완주군 관계자는 의례적인 의전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완주군민의 동의 없이 ‘완주군을 없애겠다’는 이 상황은 의례적인가?
이미 도지사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정치적 속셈이 있든 없든 완주군민들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도지사가 돼 버렸다. 선출직은 국민이 잠시 권한을 빌려준 자다. 본래 자기 권한이 아니고 그 권력은 국민 것이다.
그런 도지사 방문을 환영한 완주군수. 여기에서 리더십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완주군민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완주군수가 처리할 현안이 산적해 있고, 정치철학에 따른 우선순위도 정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통합 문제는 완주군의 존속 여부가 갈리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최근 출범한 통합 논의기구 완주군발전위원회도 그렇다. 완주·전주 통합의 분야별 쟁점사항을 검증하고 평가하며, 타지자체 통합사례 효과 분석 등을 통해 군민들에게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한다.
통합 찬반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거나 왜곡된 정보가 퍼져있다고 믿는가? 통합 논의가 지난 30년간 지속돼 온 것을 모르는가? 30년동안 많은 군민들이 치열하게 연구하고 논쟁하며 각자의 이론적 근거와 논리를 만들어왔다. 이를 바탕으로 군민들은 통합에 대한 주관적 확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다시 연구해 나온 결과로 군민들을 가르치겠다는 것인가? 이는 완주군민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것이다. 특히 완주군의회는 용역 등을 통해 ‘통합은 완주군의 희생’으로 결론을 내리고, 확고한 방향을 가지고 대의기관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이를 보고도 느끼는 바가 전혀 없는가.
아니면 이제야 통합 이슈를 주도하고 싶은 것일까? 그렇다면 그 방법 또한 잘못이다.
완주군수에게 통합 이슈를 주도할 기회는 무수히 많았다. 완주발전위원회도 지금이 아니라 지난해, 늦어도 올초에 출범시켰으면 비판받지 않았을 것이다. 통합 추진단체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했던 그 시점. 혹은 그전이 시기적으로 적절했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통합에 대한 완주군수의 입장을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수없이 물어왔다. 그때마다 뭐라고 답했나. ‘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니고 축제가 돼야 한다’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 호기를 다 놓쳐버렸다. 그리고 고집의 결과, 그렇게 피하려 했던 분열과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말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통합 이슈를 선도하고 있는 민간단체나 의회에 힘을 실어주는 게 완주군을 사랑하는 군수로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다. 그런 결정과 행동이 완주군 수장의 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놓아 버렸던 주도권을 잡으려 할수록 저항만 강해질 것이다.
완주군을 위해 더 이상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