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지난해 여름 완주군민으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였다. 전주 국립박물관에서 진행된 특별전 ‘오로지 오롯한 고을, 완주’라는 특별전을 통해서 내가 살고 있는 완주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완주는 2000년 전에 만경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하이테크놀로지의 중심지였다. 이 특별전을 보기 전까지 완주는 전주의 위성도시 혹은 배후도시로 정체성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딱 꼬집어서 표현할 수 없지만 시골에 살고 있다는 열등감 같은 것도 있었다. 책으로만 봤던 잔무늬 거울의 실물을 보며 0.3cm 간격으로 그려진 동심원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00년 전에 컴퍼스가 있었을까?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실제로 사용된 거푸집은 이 엄청난 유물들이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완주에서 생산된 물건임을 입증한다는 설명에 말 할 수 없는 자부심이 생겼다. 완주에는 청동기 유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운리 마한시대의 묘지와 초기철기시대의 주거유적에서 엄청난 유물이 쏟아져 나왔고, 수계리의 장포와 신포에서는 만경강 유역에 살았던 마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풍부한 자료가 출토 되었다. 배매산성은 한성백제시기에 축조되었으며
[완주신문]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살아야만 할 필연적 이유가 있을까?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이 시기에 한번쯤 던져 봄직한 질문이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절대로 죽음을 경험할 수 없지만, 아무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이렇게 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설명할 수 없을 때 불쑥 올라오는 감정이 부조리다. 카뮈에 따르면 인간이란 우연히 내던져진 존재로 이 순간 여기에 머물만한 어떤 필연성은 없다. 다만 이 부조리를 인식하더라도 삶을 멈추지 않고 묵묵히 살아내야 한다. ‘페스트’는 오랑시를 배경으로 전염병이 창궐한 도시의 모습을 그려낸 알베르트 카뮈의 작품이다. 평소 오랑시 사람들은 전형적인 소비사회 인간형으로 오랫동안 유지해온 관습을 지키며 공고한 일상을 권태롭게 산다. 그런데 이 도시에 페스트가 발병했고 이것은 너무나 간단하게 도시민의 삶을 무너뜨린다. 병이 이곳을 점령하면서 많은 사상자를 내자, 전염을 막기 위해 도시를 폐쇄했다. 의도치 않는 생이별과 고립감은 사람들을 슬픔과 불안 속으로 밀어 넣었고 사회내 공포가 만연한 상황에 이른다. 페스트적 위기는 다양한 반응들을 끌어낸다. 공포에 눌려 스스로 자멸하는 사람도 생겨
[완주신문]2020년 1월 1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라는 도시에 41명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생겨났다. 1월 20일, 감염 확진자는 219명으로 4배 수직 상승. 예견되었던 지역사회 확산이 시작됐다. 25일 그 숫자는 1372명이 되었고, 그야말로 우한과 후베이성, 중국 전역이 코로나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28명의 사람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곳이 생겨났다. 2월 20일엔 104명으로 4배 수직상승. 26일에 1146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그 곳은 코로나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되기에 이르렀다. 한달 전 중국 우한의 코로나 공포가 마치 그 곳에 데자뷰 된 듯 하다. 굳이 어딘지 밝히지 않아도 우리 모두 알고 있고, 지금 살고 있는 장소다. 전국이 비상이 걸린 어수선한 이 시국에 그나마 완주군이 하고 있는 코로나 확산 방지 대책은 칭찬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경로회관, 도서관, 집회, 회의 등 집단 전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폐쇄조치는 신속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난 상황에서 군민을 위한 마스크 분배도 적절하게 이뤄졌고, 마을별 방역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완주신문]약자는 바꿀 힘이 없고, 강자는 바꿀 생각이 없다. 그러니 약자가 강자들이 독점한 힘을 되찾을 때 혁명이 이뤄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대한민국이지만 서울과 지방은 상당히 다르다. 지방에는 ‘토호세력’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토착화한 지역의 지배세력을 ‘토호세력’이라 부르는데, 그들은 스스로를 지역의 근원이고 주류라고 생각하며 그 지역의 상부구조를 장악해 지역의 변화를 거부하고 온갖 특권을 누리고 있다. 토호세력이 도덕적으로 우수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면 지역을 이끄는 리더로 존경받고 주민들은 이들에게 감사해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토호보다는 지역민들 위에 군림하고 착취하는 토호가 더 많은 게 문제다. 더구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도입된 지방자치는 이들의 영역을 더 굳건하게 만들어주고, 역설적이게도 민주주의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전제주의의 형태로 변질됐다. 이 때문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게 토호세력 청산이다. 이런 토호의 속성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필요에 따라 권력에 기생하며 지역 민초들의 고혈을 쥐어짜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적폐 중의 적폐다. 토호세력들의 뿌리는 조선시대 향반이라 불리던 부패한 양반 계층으로
[완주신문]만경강 일대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산다.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고목나무 위에는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와 멸종위기에 처한 새매가 앉아 있다. 늪 바닥을 쪼고 있는 천연 기념물 고니 건너편에는 원앙을 닮은 넓적부리가 수면을 가르고 있다. 떼 지어 다니는 물닭과 물오리떼까지 온갖 새들로 겨울철이 되면 강은 활기로 시끌벅적하다. 게다가 전세계적으로 2만 마리밖에 없다는 느시까지 겨울을 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느시는 경계심이 워낙 강해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 밖에도 수많은 개체들이 자기 종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생존투쟁 속에서 강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생명존속과 무관하게 이곳을 찾는 존재도 있다. 사람들은 취미를 즐기기 위해 만경강을 찾는다. 한 무리의 야구부대 뒤로 몇몇 마니아들이 골프 연습에 나섰다. 그 앞쪽에는 군에서 설치한 운동기구들이 있고, 천변 둑에는 자전거가 다닌다. 캠핑족의 텐트를 지나 억세풀 우거진 강물 근처로 가면 낚시꾼들이 자리를 잡았다. 하늘에 시선을 빼깃 사람들을 좇아 고개를 드니 푸른 창공에는 패러글라이딩이 한참이다. 또 일군의 무리는 만경강 탐방을 나섰는지, 연신 막대기를 휘저으며 늪지를 향해 걸어간
[완주신문]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장 큰 이슈다. 사람들간의 소통의 공간은 점점 불편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고 심지어 만남과 모임을 미루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때다. 순식간에 불편한 세상으로 변화시켜버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이번 사태에 대해 환경변화에 따른 자연과의 상생 필요성에 주목하고 싶다. 환경변화에 맞춰 인간과 자연간의 개발과 보전, 관리라는 상호 가치를 생각하고 서로 소통하며 상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강과 하천은 인간과 자연간의 상생과정에 대한 시험대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강과 하천은 개개인은 물론 마을 공동체, 완주군민, 전북도민까지 모든 사람과 모든 장소에 통용되는 공공재로, 다른 무엇보다 이해관계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보다 자유스럽고 편하기 때문이다. 완주군만 봐도 삼례와 봉동읍을 비롯해 13개 읍면 모두 만경강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연결고리가 형성됐다는 것을 쉽게 증명할 수 있다. 그럼 우선 고운 시선으로 만경강을 보자. 만경강은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밤티마을 남서계곡인 밤샘에서 발원해 총 91여km의 여정을 달려 새만금으로 유입되는 전북
[완주신문]160여년전 미국 16대 링컨대통령의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문에 나오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1956년 최초로 지방자치를 출발했다가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됐고 20년 동안 동면기에 있다가 1991년 민선의회구성, 1995년 4대 지방선거동시실시로 비로소 지방정부, 즉 지방자치제가 재출범하게 됐다. 그리고 2004년 지방분권 특별법이 제정되고 풀뿌리 민주정치 민주정부가 완성됐다. 하지만 현재 민선 7기에 들어 부쩍 완주군청을 향한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져 가고 지역 곳곳에서 반대 목소리를 반영하는 각종 현수막이 휘날리고 주민시위도 그 어떤 민선시대에서 볼 수 없었던 반대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백번 잘해도 한번 잘못은 주민들의 상처로 남는다. 플라톤은 “주민들이 정치를 외면하면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런 사람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 현실정치가 저질스러운 것은 아니다. 주민의 손으로 뽑아준 정치인들이 감시와 견제의 무관심 속에 행정집행이 독단적 결정으로 이루어진다면 링컨의 민주정신에 어긋나고 플라톤이 말한 시대를 우리가 사는 것임을 명백히 알 수
[완주신문]민식이법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정부 시책 중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으로 인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을 담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올해 3월부터 시행된다. 이와 관련하여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주·정차위반 및 과속 단속 등으로 어린이 교통사고가 많이 감소하고 있고, 어르신(고령자) 교통사고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나 전북도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망사고의 50% 이상이 어르신들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어르신 교통사고 유형을 살펴보면 ‘보행자’는 야간에 지병(치매 등)을 앓고 있는 어르신이 어두운 옷차림으로 보행 중 사고이며, 주간에는 ‘알아서 피해가겠지’하는 배타적인 심리로 인한 가해 운전자의 전방주시태만 등으로 나타나며, 또 ‘운전자’는 지리미숙과 위험상황에 따른 대처 및 인지능력 그리고 순발력 등 방어능력 부족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례로 ‘고령운전자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지원제도’를 제정하여 예산을 편성하였고, 도로관리청에서는 ‘노인보호구역’ 구간을 설정하여 속도를 규제하였고, 경찰에서는 노인일자리 및 시니어클럽 등에서 ‘교통사고예방 홍보
[완주신문]지역아동센터 일을 18년 동안 했다. 주 5일을 밤 10시까지 고되게 일했지만, 스스로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어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게 좋았다. 초기에는 주로 한부모가정이나 다문화 가정, 조손가정이 많았다. 방학을 하면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지역아동센터는 놀이터도 되고 부족한 공부를 같이할 수도 있는 공간이었다. 일을 시작한 지 5년 정도 지났을 즈음, 군청에서 운영비가 지원되면서 사회복지사와 나눠 하니 훨씬 수월했다. 해마다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운영비가 올랐다. 급여도 아슬아슬하게 최저임금을 맞추게 되었다. 올 한해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완주군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아이들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운영비를 보장하고 종사자 인건비는 사회복지시설 단일임금 체계를 적용해 별도로 책정하는 방안이 있다. 종사자들은 지역아동센터를 더 이상 잠시 머물다 떠나야 하는 곳으로 여기지 않고 아이들의 존엄을 당당하게 지켜내는 존엄한 교사가 될 것이다. 학교가 방학을 하면 봉동지역아동센터에는 아이들 36여명이 아침 9시 반부터 저녁까지 좁은 공간에
[완주신문]선거는 미디어와 여론이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미디어의 보도태도에 따라 변곡점을 드나들기도 한다. 이번 2020 총선에서 언론은 기존 단순히 중계하는 보도, 후보자에 대한 동정 보도가 많았던 선거보도 관행을 바꿔낼 수 있을까? 또한 선거여론조작에 대한 검증을 착실히 할 수 있을까? 유권자의 의식과 검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는 언론사의 보도는 침착하고 신중하게 진행돼야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지역 언론 취재 여건을 들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령 지난 총선에서 언론사는 지나친 동정보도, 따옴표 보도, 지방의원 줄 세우기에 대한 무비판적 보도가 나타났다. 오히려 역으로 특정 후보의 지지 세력처럼 보이게 보도하는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현직에 대한 평가보도가 빈약하다는 것은 여전히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북 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에서는 정책평가 보도에서 책임자를 분명히 거론하지 않는 문제로 인해 현역 정책 책임이 겉돌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다보니 각 지역구에서 누가 나올 것인지 예측 보도가 나오고 있다. 현역의 경우는 굉장히 유리하다. 업무성과 인터뷰 형식을 들어 인터뷰도 가능
[완주신문]완주산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상용차공장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판매 부진을 비롯해 인건비 상승 등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은 근래 들어 여러 난제에 휘말리고 있다. 같은 이유로 현대자동차 완주공장 역시 생산량 감소와 함께 생산시설과 부대시설 등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그런데 최근 휴가를 통한 생산 중단에 나서며 위기설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간 다소나마 지역 균형을 이루며 완주 군민의 삶을 부양해 왔던 토대가 흔들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전주공장의 생산량은 4만5천대에 그쳐 전년대비 5% 이상 감소했다. 이처럼 완주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의 주요 품목인 대형 트럭과 중형 트럭은 국내외 경기 침체로 생산량이 판매량을 앞도하고 있다. 이윤추구를 목표로 관련된 모든 대상을 자기 몸 불리기 수단으로 삼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이를 고려할 때 현대자동차가 어떤 선택을 할지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지역 균형 발전이나, 완주 군민의 생계유지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면제 받은 것일까? 완주 현대자동차 상용차공장이 취하는 태도는 한국GM사가 군산에서 몸을 빼던 때와 유사한 모양새다. 한국GM사는 기업 손실을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