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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자체의 지역발전에 대한 의무

[완주신문]완주산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상용차공장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판매 부진을 비롯해 인건비 상승 등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은 근래 들어 여러 난제에 휘말리고 있다. 같은 이유로 현대자동차 완주공장 역시 생산량 감소와 함께 생산시설과 부대시설 등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그런데 최근 휴가를 통한 생산 중단에 나서며 위기설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간 다소나마 지역 균형을 이루며 완주 군민의 삶을 부양해 왔던 토대가 흔들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전주공장의 생산량은 4만5천대에 그쳐 전년대비 5% 이상 감소했다. 이처럼 완주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의 주요 품목인 대형 트럭과 중형 트럭은 국내외 경기 침체로 생산량이 판매량을 앞도하고 있다. 이윤추구를 목표로 관련된 모든 대상을 자기 몸 불리기 수단으로 삼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이를 고려할 때 현대자동차가 어떤 선택을 할지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지역 균형 발전이나, 완주 군민의 생계유지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면제 받은 것일까?

 

완주 현대자동차 상용차공장이 취하는 태도는 한국GM사가 군산에서 몸을 빼던 때와 유사한 모양새다. 한국GM사는 기업 손실을 이유로 군산공장 생산시스템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그 여파로 전북지역의 하도급 업체들은 줄줄이 도산했으며 주변 상가들은 문을 닫았다. 생활 생태계 변화로 희망을 잃은 사람들은 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 만일 현대자동차가 전주공장을 폐쇄한다면 그 이후의 상황은 불 보듯이 뻔하다. 

 

국가는 기업가의 선택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만 할까? 노암 촘스키는 이 물음에 고개를 흔든다. 그에 따르면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국가에 종속되어 있다. 즉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듯이 자국 내 거주 기업 역시 보호해야한다. 이 때문에 국가는 기업이 존폐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위험과 손실비용을 사회 전체로 분산시켜 이것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분산된 사회적 비용은 국민의 몫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그 기업에 속한 국민의 삶을 보존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기업가에게 유리한 사업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국가는 정의의 원리에 따라 기업의 운영 방향에 대해 간섭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자들은 촘스키의 입장에 반론을 제기하며, 모든 것을 자본주의 원리에 맡기자고 주장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지역 균형 발전은 경제적 효율성과 무관한 이상이다. 그들은 ‘도대체 왜 지역 균형을 유지해야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차피 한 국가가 소유한 부의 총량을 동일한데, 어떻게든 부의 총량만 키우면 되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하면 현대자동차에서 생산되는 자본적 가치는 완주가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창출해도 크게 상관없다는 것이다. 국부의 총량이 늘기만 하면 국가는 돌아가게 된다. 요컨대 자본 가치의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지역으로 공장을 몰아주는 것이 국부의 총량을 늘리는데 더 유리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굳이 완주 같은 작은 중소 도시에서 현대자동차 가동을 유지해야할까? 

 

이 질문에 대해 촘스키는 ‘국가란 무엇이며, 그 나라의 국민은 어떤 국가를 신뢰할까?’ 라는 물음을 통해 답을 구한다. 우선 국가는 일정한 영토와 그곳을 점유한 사람과 주권이 있어야만 성립된다. 국민들은 국토 전역에 흩어져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들의 주권 행사와 세금납부를 통해 정부가 유지 되며 행정 전반이 운영된다. 수도권지역 시민이라고 해서 세금을 더 내는 것도 아니고, 지방 소규모 중·소도시에 산다고 해서 세금 감면 해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수입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세금이 있고 그 돈으로 국가를 움직이다. 심지어 이 돈으로 무너질 위기에 처한 기업을 구하기도 하고 기업이 발생시킨 환경문제를 처리하는 등의 뒤치다꺼리를 할 때도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노암 촘스키의 주장은 매우 일리 있다. 그런데 왜 우리정부는 한국GM사가 군산공장을 폐쇄하도록 방치했을까? 이로 인해 전북지역 사람들의 삶이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을까? 이는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다. 만일 완주 현대자동차가 폐쇄를 통보한다면 현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할까? 

 

촘스키의 말대로 지역 균형 발전을 유지해야할 책임은 국가와 대기업 둘 다에게 있다. 이에 실패한다면 국가는 소외된 지역의 국민에게 주권을 가진 주체로서 의무만 부여했을 뿐, 그들의 권리를 배제한 것이다. 또한 대기업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보호하는 한편 부조의 지원자로서 지역 균형 발전을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자기 이익만 챙긴 꼴이다. 이 점에서 현대자동차 완주공장 생산 중단은 부당하며,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요구는 완주 군민의 당연한 권리다. 이를 고려하여 정부와 현대자동차는 자본의 논리에 따른 효율성이나 이윤 추구가 아니라, 완주군민의 삶을 살피는 쪽으로 난국 타개를 모색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