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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역아동센터는 무엇으로 사는가

[완주신문]지역아동센터 일을 18년 동안 했다. 주 5일을 밤 10시까지 고되게 일했지만, 스스로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어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게 좋았다. 초기에는 주로 한부모가정이나 다문화 가정, 조손가정이 많았다. 방학을 하면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지역아동센터는 놀이터도 되고 부족한 공부를 같이할 수도 있는 공간이었다. 일을 시작한 지 5년 정도 지났을 즈음, 군청에서 운영비가 지원되면서 사회복지사와 나눠 하니 훨씬 수월했다. 해마다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운영비가 올랐다. 급여도 아슬아슬하게 최저임금을 맞추게 되었다. 올 한해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완주군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아이들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운영비를 보장하고 종사자 인건비는 사회복지시설 단일임금 체계를 적용해 별도로 책정하는 방안이 있다. 종사자들은 지역아동센터를 더 이상 잠시 머물다 떠나야 하는 곳으로 여기지 않고 아이들의 존엄을 당당하게 지켜내는 존엄한 교사가 될 것이다.

 

학교가 방학을 하면 봉동지역아동센터에는 아이들 36여명이 아침 9시 반부터 저녁까지 좁은 공간에 머문다. 워낙 좁다 보니 걸어다니는데도 부딪쳐서 싸움이 나는 건 예삿일이다. 

 

공간 확보와 아이들에게 질적 서비스를 위해 결국 지역아동센터를 도와 줄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찾게 되고 당연히 지역사회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으며 아동센터에 관심을 가지고 아동들에게 열려 있는 새로운 곳을 찾아야만 했다. 지역아동센터는 보호, 교육, 문화체험, 심리정서 영역에 맞게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센터 특성상 열악한 환경과 한부모 가정 자녀가 많으며 아동들은 정서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서영역에 많은 비중을 많이 두고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의 심리, 정서적 안정과 건강한 성장을 위해 야간보호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고 2020년도에도 전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야간보호 사업에 선정돼서 15명 이상의 아이들이 서비스를 받게 되면서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좋은 기회였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야 이들이 다시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행복한 나라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이 용기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꿈을 꾸며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많은 분들과 기관들이 있어 아직 우리 사회는 따뜻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받은 사랑을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이들이 다시 또 다른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한다면 내일은 참 밝고 희망이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상처받고 지쳐있는 소외된 아이들에게 지역사회가 더욱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지지해 주길 바란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보면, 하나님이 미하일이라는 천사에게 던진 세가지의 질문이 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제 완주군이 답할 차례이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교사들은 무엇으로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