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대간선수로는 만경강 수계 상류의 물(대아댐, 경천저수지)을 고산 어우보(취입구)에서 취수하여 63Km의 인공 도수로를 통하여 군산 옥구저수지까지 공급하는 수로로 주로 농업용수로 사용하지만 익산 신흥정수장에서 정수된 물은 상수도로 사용된다. 본지를 통해 ▲일제 강점기 일제에 의해 수탈의 물적 토대로 건설된 대간선수로의 역사성과 상징성 ▲대간선수로의 처음 건설과정과 개량 개선에 의해 변화된 현재의 모습 등 토목과 수리 측면에서의 탐구 ▲대간선수로의 기능과 역할, 특히 식량자급 또는 풍년 농사를 위한 거대하고 체계화된 수리시스템에 대한 접근 ▲대간선수로가 통과하거나 지나가는 인근의 도시와 마을들에 관한 이야기 ▲대간선수로의 창조적 미래, 문화적 활용 가능성 등에 대한 탐구 등을 전하려 한다.<편집자주>
경천저수지, 대아저수지, 동상저수지에서 흘러나와 모여져 만경강으로 흐르던 물이 고산 어우리에 이르러 어우보를 만나 그 일부가 다른 곳으로 흐르게 되니 바로 대간선수로이다.
보를 넘어서 흐르는 물은 바다를 향해 만경강으로 흐르며, 보 한쪽에 모여 대간선수로로 들어선 물은 옥구저수지로 향하는 과정에 들판을 적시고 익산사람들의 식수로도 사용된다. 간선수로로 처음 물을 들여보내는 시설이 어우취입수문이다. 여기서부터 우리의 첫걸음이 시작된다. 무려 35℃를 넘나드는 폭염에 15km를 걸어 삼례읍 찰방다리까지 말이다.
얼마전까지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만경강과 수로에는 물이 그득그득하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은 모내기 때마다 논에 물 채우기 힘들어했던 농민으로서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대간선수로의 목적이 익산시민들의 식수가 되고 농토를 적시고 옥구저수지에 이르러 주변 농지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기는 하나, 간선수로가 지나는 동안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제법 큰 규모의 도랑이 지나는 것일 뿐이었다. 따라서 세탁기가 대규모로 보급되기 이전까지 아낙들은 수로의 빨래터에 모여 빨랫방망이를 두들기며 시집 생활의 고단함과 마을의 온갖 소문을 퍼뜨리는 수다방 역할을 했을 듯하다.
1984년 대대적인 정비 이전까지 고기가 많이 잡혔다고 하나 정비 이후로 시멘트 수로 구간에서는 물고기가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마을을 통과하는 어우리와 율소리 구간에서는 곳곳에 사람 사는 모습이 보이며 정겹게 느껴진다.
작은 학교 살리기로 시작해 혁신학교의 모범이 되어 농촌학교의 성공모델이 된 어우리 삼우초등학교 옆을 지나니, 오래전 대홍수로 쓸려나가 사라져 마을 이름만 남은 월남리가 나온다.
월남리를 지나 아주 신기한 잠관을 볼 수 있다. 잠관이란 수로가 지나는 중에 또 다른 하천이나 구조물 등을 만나면 수로가 그 아래로 흐르도록 만든 것이다. 이곳 어우리와 율소리 사이의 잠관은 천호천을 만나며 500여미터의 거리를 천호천 아래로 흘러 율소리에서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 이후에도 대간선수로를 걸으며 여러 잠관을 보긴 했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면서도, 천호천 잠관 만큼 멋스럽고 신기한 잠관은 없었다.
이후 길이 이어지지 않아 조금 돌아서 다시 율소리 마을로 들어서니 재미있는 구조물이 또 보인다. 대간선수로 위에 율소리 마을에서 농구장을 설치해 놓은 것이다.
수로 위로 강물도 흐르는데 농구장쯤은 별거 아닐 듯하지만, 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런데 노령화되어가는 농촌 마을에서 이 시설을 이용할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농구장이 북적거리도록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이곳에 다시 모여들었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한참을 달리던 수로는 제수문이나 분수문을 만나면 잠시 멈추어 물을 모으거나 물이 필요한 곳에는 나누어 주고 다시 쭉쭉 들판을 달린다.
그 주변에는 넓디넓은 논이 만들어지고 거기서 나온 곡식은 이제는 수탈의 걱정 없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배를 부르게 하고 있다.
율소리를 벗어나 넓디넓은 봉동 들판을 지루하게 걷다 보니 널찍한 봉동로가 나와 도로를 후다닥 가로질러 다시 걷고 또 걷기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 콘크리트 하천 수로가 자연 하천 수로로 바뀌어 있었다.
도중에 서두마을과 구호서원을 들러 담긴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구미리를 지나니 목표했던 15km 여정 중 얼추 9km밖에 걷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11시가 넘었다. 7시 반에 시작해서 불볕더위 속에 서너 시간여를 걷고 나니 슬슬 다른 생각이 든다. 이심전심으로 앰브란스 역할을 맡으신 이 교수님께 SOS를 쳐서 이후 코스는 차로 움직였다.
차로 이동하며 제내리 탑제로부터 흘러온 석탑천과 만나는 지점에서 잠깐 쉬며 신발 끈을 여몄다.
지도를 찾아보니 봉동을 가로지르며 우산천으로 불리던 대간선수로는 배매산에서 시작된 석탑천과 합해지며 삼례 찰방다리까지 석탑천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흐른다.
찰방다리에서 오늘의 일정을 마치며 다음 일정엔 자전거로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걸어서는 도저히 4회에 마칠 수가 없을뿐더러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폭염 속에 걷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서이다. 삼례에 있는 냉면집에서 물냉면을 곱빼기로 먹으며 흘린 땀을 보충하니 자전거로 달릴 다음 코스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