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최근 경천면 신흥계곡에서 가야유적으로 추정되는 야철지(冶鐵址)가 발견됐다. 완주군은 총 54개소(봉수10, 산성9, 제철유적35)의 가야유적지를 발굴했다. 특히 봉수대는 당시 이곳에 반드시 지켜야 할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완주의 옛 힘을 상징하는 사례로 볼만하다. 하지만 이런 평가를 곧이곧대로 수용해도 될까? 역사는 본질적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학문이다. 불분명하게 내 던져진 어떤 대상에 상상으로 가미된 의미를 부여하고, 그 속에 내포된 사건의 조각을 꿰맞추는 식으로 옛 스토리를 재생해낸다. 시간의 경과가 오래된 역사 일수록 해석자의 상상력이 더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사람들이 좋아 하는 것은 발굴된 유물자체가 아니라 그 대상들 사이를 엮기 위해 조직된 상상일지도 모른다. 가야인들이 지켜내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든 간에, 이번 발굴은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삼국으로 알아온 고대 왕국의 역사를 다시 써야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학계는 그간 신라나 백제, 혹은 고구려 역사를 밝혀내는데 온갖 총력을 기울이면서 왜 가야왕국에 대한 조사는 지금까지 지연되어 왔을까? 그 해답은 일본의 역사왜곡
[완주신문]장마가 그치고 태풍이 또 한차례 지나갔다.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경고로 느껴졌다. 그렇다고 매일 긴장 속에서 생활할 수는 없다. 잠시 일상에서 탈출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해 완주 운문골 마실길을 찾았다. 꽃길을 걷기 위해서였다. 완주 운문골 마실길은 경천면과 고산면에 걸쳐 있는 둘레길이다. 양 방향으로 둘레길을 갈 수 있지만 언제나 경천 방향에서 시작한다. 익숙함 때문인가 보다. 경천은 전주와 대둔산을 잇는 도로 중간에 있다. 용진읍 소재지를 지나면 4차선 도로가 끝나는 화산면 종리까지 18km 구간이 무궁화 꽃 길이다. 이른 아침 햇살을 받은 무궁화꽃이 아름답게 빛난다. 운문골 마실길은 경천면 소재지에 있는 경천 생활체육공원에서 시작한다. 구룡교 주변에는 활짝 핀 나팔꽃이 느긋하게 아침을 즐기고 있다. 둥근 꽃잎은 맑은 하늘빛을 닮았다. 경천애인 농촌사랑학교 앞을 지나 집 몇 채가 띄엄띄엄 있는 길을 지난다. 길가에는 감나무가 가로수를 대신하고 있다. 감나무와 감나무 사이에는 들꽃들이 피어 있다. 들꽃은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는 닭의장풀꽃도 그랬다. 먼 발치
[완주신문]심폐소생술 교육이 보편화 되면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학생부터 어른까지 한번쯤은 소방서 등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거나 초등학생이 심정지가 발생한 아버지의 생명을 살렸다는 언론보도 등을 통하여 심폐소생술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위험에 빠졌을 때 사용하는 완강기 사용법은 우리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완강기는 화재 시 건물 내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한 대피를 돕는 피난기구로, 건축물의 3층에서 10층까지 설치되어 있어, 평소 설치 장소와 사용법을 알아두면 화재 시 옥상, 계단 대피가 어려워 피난로 등 비상구가 막혔을 때 사용하는 마지막 탈출 수단이다. 완강기 사용법은 어렵지 않으며 누구나 배워서 사용할 수 있다. 첫째, 완강기 보관함에서 완강기를 꺼내 지지대 고리에 완강기 고리를 걸고 잠근다. 둘째, 지지대를 창밖으로 밀고 아래를 확인한 다음 릴(줄)을 아래로 떨어뜨린다. 셋째, 안전벨트를 가슴에 착용하고 고정링을 가슴 쪽으로 당겨 조여 준다. 마지막으로 아래를 확인한 후, 이상이 없으면 벽을 바라보는 자세로 양팔을 벌려 아래로 내려간다. 이처럼 완강기는 순서만 알고 있다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피난기구이다. 또한 완강기는
[완주신문]도시 주변 나들이에 자가용 좋지만, 시내버스도 탈만하다. 버스 방향 표시 세 자리 수 가운데 100 단위 3이면→삼례, 5면→봉동•고산, 8이면→소양(所陽) 9는 구이상관방면이다. 시내버스 노선 번호 알아두면 편리하며, ‘817번’은 하루 아홉 번 다니는데 전주시 평화동3가에서 출발해 모래내시장, 고려병원, 가소, 소양, 전북체육고교 앞, 왕정, 화심, 신원리, 삼중리, 원신촌을 거처 월상리에 닿는다. 오가는 길 풍광도 아름답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두메 맛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큰 나무가 오래된 동네임을 알려주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좋으며, 골목 안에 들어서면 산촌 모습 완연하다. 산자락 너른 밭에 고사리를 심었고, 고개 들면 하늘이 좁게 보인다. 전후좌우 산이 가깝다는 말이다. 마을 이름 ‘달 월(月)’자에+‘윗 상(上)’자→월상리(月上里). 그럴듯한 이름이다. 산이 4방을 둘러 싸 밤이면 ‘달만 머리 위에 높이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그렇다. 그런데 근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익산 JC에서↔장수 분기점까지의 고속도로가 나며, 산과 산 사이에 높고 긴 다리를 놓자, 깊은 밤 달뿐만이 아니라, 드높은 ‘다리 위로’ 자동차가 밤낮 없
[완주신문]우석대학교에서 삼례터미널 사거리로 이어지는 삼례 명품가로수길 조성사업이 드디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7년 제1차 전라북도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시작으로 무려 3년간 애써온 결과다. 완주군청 산림녹지과를 비롯한 도시개발과, 지중화사업에 적극 협조해준 한국전력 전북지역본부 등 많은 분들의 노고 덕분에 가능했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애쓰신 모든 분들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난 7월 말 완주군청 산림녹지과 직원들과 함께 서울특별시 중구에 다녀왔다. 중구는 서울시청부터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경제, 문화, 언론의 중심지이고 신·구 유통시장이 복합적으로 형성돼 있는 대표적인 상업지역이다. 퇴계로, 청계천로 등 간선도로가 지나는 교통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서울의 요충 지역에 심어진 가로수가 바로 삼례 명품가로수길에 식재하고자 하는 ‘소나무’다. 서울 중구를 방문했던 것은 삼례 명품가로수길 식재로서 소나무가 적절한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서였다. 일단 소나무로 가로수길을 조성하는 자체가 드물다. 생태적 궁합도 중요한데, 2018년 통합 삼례중학교 신금로를 따라 심어진 70주의 소나무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소나무는 단 7
[완주신문]최근 공공기관은 ‘악성 민원인’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폭행하는 취객에다, 동사무소 행정실 직원의 머리채를 잡는 민원인이 있는가 하면, 구청에 8개월 동안 2800여건의 민원을 제기한 사람도 있다. 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글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고, 네티즌들 중 상당수는 본성적 측면에서 악성 민원인들의 행위를 평가했다. 이해 문제가 얽혀있을 수 있겠지만, 저런 정도의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은 본성적으로 악한 성향이 다른 사람에 비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이다. 완주군에서도 최근 악성 민원인으로 취급돼 사법처리를 받은 일이 발생했다. 사건의 전말을 요약하자면, 배매산 고화토 폐기물 사건으로 몇몇 민원인들이 항의를 위해 완주군수실을 찾았다.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감정이 격해진 민원인 A씨가 “당신들도 이 냄새를 맡아봐야한다”며, 자신들은 수년째 이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과 함께 폐기물매립장에서 시추한 고화토를 바닥에 쏟았다.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은 A씨를 악성 민원인으로 판단하고, 그를 경찰에 신고했다. 정말로 A씨가 악한 본성 때문에 고화토를 쏟은 것일까?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필립 짐바르도는 악성
[완주신문]새만금은 완주에서 발원한 만경강의 최종 목적지다. 새만금은 예로부터 한반도의 자궁으로 불려왔으며, 완주의 만경강은 자궁을 풍요롭게 하는 양수 역할을 해 온 곳이다. 즉 완주의 만경강은 군산과 김제, 부안에 이르는 새만금 갯벌의 풍요를 이루어준 생명의 물이었다. 이제 30년전 과거로 가보자. 옛날 전북 정읍 출신의 전라북도 도지사가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책기획담당특보이며 경제출신관료로 명망이 높은 사람이다. 그의 이름은 유종근. 경제통을 내세우며 ‘새만금간척사업 곧 전북발전’라며 강한 추진 의지를 내비쳤던 사람이다. 그의 대표적 망언은 다음과 같다. “갯벌을 메꿔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 팔자. 이렇게 번 돈으로 나중에 환경을 보호하는데 많이 쓰자!” 잠시 새만금의 과거를 보자. 새만금은 풍요의 갯벌이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만들어낸 하구 갯벌은 백합이며 동죽, 바지락을 품고 있었으며, 봄에는 실뱀장어와 주꾸미, 여름은 갑오징어와 꽃게, 가을엔 전어, 겨울은 숭어를 몰고 오는 풍요의 바다였다. 그 상태에서도 경제적 가치가 충분한 곳에 이 곳을 메꿔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 팔자는 사람이 진정 경제통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미 20년 전
[완주신문]어린 나이에 들어간 첫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멈춰있던 2018년 어느 여름, 운명처럼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을 만났다. 소방관으로 멋지게 생활하고 있는 사촌 여동생의 영향을 받은 것이 첫 시작이었지만, 흔히 ‘국민의 영웅’이라 불리는 소방관의 이미지에 내 모습을 습관처럼 대입해보며 소방에 대한 꿈은 점점 뚜렷해져갔다. 방화복을 입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불을 끄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노라면, 두려움보다는 왠지 모를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에 앞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지?’를 자연스레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소방 조직에 이미 적합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첫째로 나는 원칙적이면서도 정의로운 사람이다. 조직 내의 원칙과 스스로 세운 기준을 적절히 융합하여 생활하면서도 타고난 정의심으로 소방관으로서 희생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번째로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원활한 현장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이런 기질들이 바탕이라면 그 어떤 일보다도 큰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직업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군이 있지만, 소방만큼 일분일초를 다투며 위기의 상황을 직
[완주신문]삼례공용주차장 환경개선사업이 석달째 방치되고 있어 인근 상인과 주민 등이 주차 대란을 겪고 있다. 이곳 공사는 지난 6월 12일 시작돼 오는 9월 12일까지 완료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사는 시작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시행됐지만 긴 공사기간 탓에 오히려 피해를 주고 있다. 더구나 이곳 주차장은 바로 옆에 재래시장이 있어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와 긴 장마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이 주차마저 용이치 않게 되자 이용객들의 발걸음이 더욱 줄었다. 삼례읍은 완주군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붐비는 번화가 중 한 곳이다. 평소에도 주차난을 수시로 겪어와 주차장에 대한 요구가 컸다. 이 때문에 이번 공용주차장 환경개선사업에 상인들과 주민들은 양손을 들어 반겼다. 실제 공사를 시작한다고 하자 적극적인 협조로 주차차량을 신속히 이동하기도 했다. 더 나은 주차환경을 위해 그간 고통을 감내했지만 정작 사업은 시작도 않고 있으니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시장 상인과 주민들은 부족한 주차 공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텅 빈 넓은 주차장 부지를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진다고 한
[완주신문]기억하는가? 시(詩)가 인간의 정서를 쓰다듬어 주던 그때를. 시를 읊조리며 자유와 고독에 심취하던 그 낭만을. 시간의 샘[井]에서 느리고 게으르게 자아를 퍼 올리며 꿈을 찾아 방황하던 그 청년을. 경쟁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일삼아 시를 암송하거나 느끼는 것은 효율적인 공부법이 아니다. 시란 그저 운율과 음조를 따져가며 시험 출제 유형을 익히는 대상일 뿐이다. 이 때문에 현대 청소년들은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시의 상징체계와 은유를 분석하지만, 시에 담긴 의미를 음미하지는 않는다. 시어 속에서 든 그리움이나 외로움 때문에 밤을 뒤척이는 대신 시인조차 풀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며 새벽을 맞는다. 이렇게 청소년들은 진작부터 성과 사회(成果 社會) 이면에 축적된 피로와 탈진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 시대 교육은 미래의 더 나은 삶을 볼모로 그들에게서 ‘시’와 ‘시간의 샘’을 빼앗았다. 현대 청소년들은 어느 시대보다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유한 주체들로 명민하고 이성적인 존재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가 배제된 교육이 길러낸 이들의 정서는 거칠고 메마르다. 심지어 포악하기까지 하다. 지난 4월 모 중학교 2학년 이민호(가명·14) 군이 또래 학생 13명에게 집
[완주신문]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완주군은 축사 허가를 두고 이러한 형평성 원칙과 어긋나는 듯한 이중적인 태도를 취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초 한 주민은 고산면 남봉리 993-2에 축사를 짓게 해달라고 완주군에 신청했다. 하지만 완주군은 이를 불허가했다. 인근에 실외낚시터가 위치해 있어 축사가 추가 신축될 경우 낚시터에서 사용 중인 지하수의 수질, 분뇨로 인한 악취 영향이 가속화 될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해당부지와 낚시터의 거리는 100m 이내다. ‘완주군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제3조 제3항에 따르면 5호이상의 민가가 밀집한 지역・마을회관・모정・병의원・사회복지시설・공공기관이 설치・운영하는 수련원・유원지의 건물부지 경계와 가축사육시설대지 경계선의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가 300미터 이내에서는 소를 키울 수 없다. 하지만 실외낚시터의 경우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제한 항목은 없다. 게다가 축사 허가를 받은 해당부지 옆 고산면 남봉리 993-1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