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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로 만경강]소양면 신촌리 낮에도 소쩍새가

[완주신문]도시 주변 나들이에 자가용 좋지만, 시내버스도 탈만하다. 버스 방향 표시 세 자리 수 가운데 100 단위 3이면→삼례, 5면→봉동•고산, 8이면→소양(所陽) 9는 구이상관방면이다. 시내버스 노선 번호 알아두면 편리하며, ‘817번’은 하루 아홉 번 다니는데 전주시 평화동3가에서 출발해 모래내시장, 고려병원, 가소, 소양, 전북체육고교 앞, 왕정, 화심, 신원리, 삼중리, 원신촌을 거처 월상리에 닿는다.

 

오가는 길 풍광도 아름답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두메 맛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큰 나무가 오래된 동네임을 알려주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좋으며, 골목 안에 들어서면 산촌 모습 완연하다. 산자락 너른 밭에 고사리를 심었고, 고개 들면 하늘이 좁게 보인다. 전후좌우 산이 가깝다는 말이다.

 

마을 이름 ‘달 월(月)’자에+‘윗 상(上)’자→월상리(月上里). 그럴듯한 이름이다. 산이 4방을 둘러 싸 밤이면 ‘달만 머리 위에 높이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그렇다. 그런데 근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익산 JC에서↔장수 분기점까지의 고속도로가 나며, 산과 산 사이에 높고 긴 다리를 놓자, 깊은 밤 달뿐만이 아니라, 드높은 ‘다리 위로’ 자동차가 밤낮 없이 내달린다. ‘달이 위에 있다’나 ‘다리가 위에 있다’ 그 발음 거기가 거기이며, 이를 굳이 한자로 표기한다면 ‘월상리(月上里)’를→‘교상리(橋上里)’라 해도 그럴듯하겠다, 하여간 ‘위에 달이’ ‘위에 다리’ 있는 마을’임은 분명하다.

 

옛길 따라 마루터기에 이르면 왼편에 <웅치전적비(熊峙戰績碑)’>가 있는데, 이 자리를 두고 임진왜란 때 ‘싸운 데냐?’, ‘아니다?’ 따지는 사람이 많다. “꼭 그 자리여야만 하나?”, “좀 떨어지면 어떠냐?” 여러 말이 오간다.

 

이 문제는 소양면웅치전투기념사업회 강시복 위원장이 가장 잘 안다. 매년 음력 7월 8일 10시 30분 추모행사를 여는데, 오전 9시부터 큰 버스로 참석자를 모셔가고 이일에 류해광 소양농업협동조합장과 유옥희 전 조합장이 앞장섰으며, 웅치•이치전투기념사업회 황병주 상임대표는 행사 때마다 명연설로 가슴을 울려 놓을 때 완주교육장완주경찰서장은 왜 나오지 않나 수군거리며, 전주・완주 왜 ‘백년대계(百年大計)에 다가서지 못하냐?’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해(태양) 솟는 장소’ 소양(所陽)은 산악지역 조선시대 전주 땅이었다. ‘산은 산이다. 옥석을 고르듯이 산세 따라 가꿔나갈 천혜의 고장이다. 친구・애인・가족과 함께 둘러볼 곳이 많으며, 특히 역사 깊은 불교-천주교-개신교 관련시설들은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다. 칙칙한 맘을 가라앉힐 곳 소양만한 데가 흔치 않다. 낮에도 소쩍새가 운다. 구절초가 반긴다. 배추 겉절이 한 상 얻어먹을 집을 사귀어 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