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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책]일상 탈출 운문골 마실길

[완주신문]장마가 그치고 태풍이 또 한차례 지나갔다.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경고로 느껴졌다. 그렇다고 매일 긴장 속에서 생활할 수는 없다. 잠시 일상에서 탈출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해 완주 운문골 마실길을 찾았다. 꽃길을 걷기 위해서였다.

 

완주 운문골 마실길은 경천면과 고산면에 걸쳐 있는 둘레길이다. 양 방향으로 둘레길을 갈 수 있지만 언제나 경천 방향에서 시작한다. 익숙함 때문인가 보다.

 

경천은 전주와 대둔산을 잇는 도로 중간에 있다. 용진읍 소재지를 지나면 4차선 도로가 끝나는 화산면 종리까지 18km 구간이 무궁화 꽃 길이다. 이른 아침 햇살을 받은 무궁화꽃이 아름답게 빛난다. 운문골 마실길은 경천면 소재지에 있는 경천 생활체육공원에서 시작한다.

 

구룡교 주변에는 활짝 핀 나팔꽃이 느긋하게 아침을 즐기고 있다. 둥근 꽃잎은 맑은 하늘빛을 닮았다. 경천애인 농촌사랑학교 앞을 지나 집 몇 채가 띄엄띄엄 있는 길을 지난다. 길가에는 감나무가 가로수를 대신하고 있다. 감나무와 감나무 사이에는 들꽃들이 피어 있다. 들꽃은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는 닭의장풀꽃도 그랬다. 먼 발치에서 보았을 때는 그저 풀꽃이라 생각했는데 눈 높이를 맞추고 가까이 바라본 모습은 어느 꽃과 견주어도 좋을 만큼 아름다웠다. 감나무 가로수길이 끝나고 편백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아직은 키가 낮아 햇빛을 다 가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한낮에 이 길을 걷는 것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 다행히 아침 햇빛이라 괜찮다. 숲길을 조금 오르다 보면 계곡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깊은 계곡은 아니지만 항상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어 좋다. 계곡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는데 폭포가 보인다. 사방댐에서 흘러넘친 물이 두 갈래 폭포를 이루었다. 아담한 폭포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사방담에 담긴 물빛 또한 예술이다. 영롱한 물빛 위에 떨어진 산 그림자가 아름다운 산수화가 되었다. 숲이 주는 고마운 선물이다.

 

운문골 마실길은 임도로 되어 있다. 평범한 길이지만 대신 걷기에 편하다. 가족들이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도 좋은 만큼 넓다. 길은 살짝 오르막이다. 이번에는 오른쪽 길가에 물봉선화가 보인다. 물을 좋아해서 이 시기에 계곡 옆에서 자주 만나는 꽃이다. 출발지에서 2km 정도 갔을 때 편백나무숲이 나온다. 둘레길에서 벗어나 잠시 편백나무 그늘 쉼터에 앉았다. 시원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한참을 그렇게 쉬었다.

 

편백나무 숲을 뒤로하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그렇지만 발걸음은 얼마 가지 못해 다시 멈추었다. 달맞이꽃이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둘레길 입구에는 아침에 피는 나팔꽃이 피었고, 둘레길 중간중간에는 밤에 피는 달맞이꽃 세상이다. 갈수록 오르막이 더 심해진다. 고개에 가까워졌다는 의미이다.

 

고개를 넘어서자 이제는 내리막길이다. 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꽃향기가 은은하게 전해진다. 숲길에서는 이미 익숙해진 일이다. 이번 꽃향기의 주인공은 칡꽃이다. 내리막길이라서 걷기가 더 수월해졌다. 멀지 않은 곳에 운암산이 보인다. 대아저수지 바로 옆에 있는 산이다. 운문골 마실길 종점인 완주 전통문화체험장이 멀지 않았다. 길가에는 익모초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