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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경강을 지키는 방법

[완주신문]만경강 최장발원지인 막은데미골이 있는 밤티마을에는 마을주민들이 운영하는 논두렁 눈썰매장이 있고 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곤충체험관이 있다. 귀촌한 젊은부부가 운영하는 체험관찰학습지도 있어서 깨끗한 자연환경을 이용한 생태체험장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뜬봉샘이나 막은데미샘의 자연생태체험마을 못지 않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연생태마을인 이곳이 요즘 석산을 개발한다는 소문 때문에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석산개발을 막기 위해 주민 스스로 만경강 발원지 최전방 지킴이를 자처하며 ‘밤샘 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만경강 발원지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런 갈등요소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밤샘일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예전의 보호구역은 수많은 제한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있었지만 환경보전구역의 지정은 제대로 지켜내면서 지혜롭게 이용하여 후손들에게 최상의 상태로 물려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고 행정에서 방법을 찾는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민의 역량이 있는 마을이니 만경강 발원지 생태마을로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만경강의 대표적 지류인 고산천은 신흥계곡에서 발원한 신흥천, 운주면 구제리에서 발원한 구룡천, 세인고등학교 근처에서 발원한 고산천, 비봉 백도리에서 발원한 용학천이 경천저수지를 지나며 합류한다. 고산천의 발원지 중 하나인 신흥계곡은 경치가 수려하고 물이 맑아 생태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2016년 환경부의 하천 수생태계 현황 조사 및 건강성 평가(금강권역)에서 하천수생태 건강성이 ‘좋음’ 판정을 받았다. 거기에 멸종위기종인 붉은점모시나비와 반딧불이, 뿔나비가 대거 발견되는 곳이니 잘 보전하여 만경강에서 살아 있는 나비축제를 해도 좋겠다.

 

신흥천은 완주군의 유일한 생태관광지인 요동마을(싱그랭이 마을)을 지나 구룡천과 합류한다. 싱그랭이 마을은 우리나라 유일의 하앙식 건축물인 화암사 극락전과 지척이며, 전라북도에서 4년간 100억원을 투입하여 대표 생태관광지로 정비하고 있는 곳이다. 곤충의 서식종과 밀도가 높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자원과 국보가 있는 화암사, 불명산 등산코스, 싱그랭이 에코빌 등 특별한 콘텐츠를 품고 있는 이곳의 주민도 신흥계곡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주민이 움직인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큰 자산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종교단체와 주민간의 갈등요소인 무단방류 오폐수를 하수관과 연결하여 신흥천이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흥천이 깨끗해야 만경강의 수질이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용학천의 발원지 백도리는 완주군의 아픈 손가락이다. 백도리의 폐석산에 2016년부터 고화토가 매립되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언론과 환경단체에서는 침출수를 우려하며 반대하였지만 폐석산은 고화토로 채워졌고 지금 우리는 이곳에서 나오는 침출수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2019년 기준 침출수 하루 처리비용이 300만원인데 업체가 부담하지 못하는 부분은 세금으로 처리하고 있다. 침출수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이 있어야 가능하다.

 

비봉면 내월리에서 발원한 천호천은 고산면 어우리에서 만경강과 합류한다. 천호천 주변은 축산농가로 인한 하천오염이 심각하다. 익산과 옥구로 가는 대간선 수로는 천호천의 오염수를 받지 않으려고 지하로 관을 묻었을 정도이다. 최근엔 대형축산회사가 완주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주민들 상대로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만경강의 수질은 새만금호의 수질과 연결되어 있다. 만경강 상류의 수질이 1급수를 유지하고 있어도 김제를 지나면서 수질은 급격히 악화된다. 만경강으로 유입되는 비점오염을 줄이는 것이 만경강의 생태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이다.

 

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다시 회복하기까지 천문학적인 돈과 많은 시간이 든다. 오히려 보존하고 지키는 게 더 경제적이다. 만경강으로 들어오는 비점오염을 줄이고 자연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주민 합의 그리고 행정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요하다면 만경강의 중요거점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 좋겠다. 보존하며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며 성공한 사례들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방소멸 위기시대에 만경강은 완주는 물론 전라북도의 르네상스를 이끌 핵심 키워드이다. 녹색을 가장한 개발이 아니라 만경강의 수질과 생태를 지키고 보전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재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