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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가고 기업 오라” 구호 외치는 이유는?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 수도권 전송
RE100 선언 재생에너지 공급 절실

[완주신문]“송전탑 가고 기업 오라!”

 

최근 송전탑백지화위원회에서 내건 구호다. 구이·상관·소양·동상·고산·운주를 지나는 송전탑이 경기도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사용할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345kV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전남 신안 해상풍력과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연계를 위한 송전선로 계통보강을 위해서 추진 중이다.

 

이는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다.

 

현 정부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반도체 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여기에 대기업인 삼성이 약 360조원, SK하이닉스이 120조원을 투자해 10개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200여개의 반도체 소재 부품 정비 기업들도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필요한 전력이 약 16GW 정도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2년 전 RE100 선언을 하면서 재생에너지 공급이 절실해졌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첨단 미래 산업 대부분은 RE100에 가입돼 있다. 이에 대기업 생산시설에 재생에너지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송전탑이 세워지는 이유가 여기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전남 신안과 전북 서남권에 해상풍력을 만들고 여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경기도로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달 17일 소양면 송전선로 백지화추진위원회, 동상면 송전선로 백지화추진위원회, 정읍시민단체연대회의,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17개 단체는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정읍-신계룡 345kv 송전선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당시 단체들은 “에너지를 쓰는 곳에서 생산하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 분산에너지 중심인 풍력발전 재생에너지 전기마저 수도권 송전 대열에 합류해 청정지역 농산촌에 철탑을 박는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이날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활용해 RE100 달성이 필요한 첨단기업에 전력을 팔 수 있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하고,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은 새만금 산업단지로 기업 이전 유도를 촉구했다.

 

즉,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를 멀리 떨어진 수도권으로 보낼 것이 아니라 새만금산단으로 기업을 유치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송전탑 가고 기업 오라’는 구호가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할 해법이라는 게 송전탑백지화위원회의 설명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지역소멸을 극복하고 전북 발전을 위해 ‘완주·전주 통합’을 주장하는 도지사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한심하다”며, “송전탑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생각은 못 하고 뜬구름 잡는 행정통합 따위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이어 “송전탑 백지화 운동을 통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게 전북 정치인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며, “이번 기회를 또 놓치면 전북은 또다시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