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후원하기

[완주산책]만경강에 황새가 찾아왔다

[완주신문]가을인가 했는데 어느덧 겨울이다. 찬바람에 자꾸 옷깃을 여미게 된다. 바깥 기온이 떨어지면서 야외활동하는 시간도 수은주를 따라 같이 내려간다. 다시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특별한 무엇이 필요한데 단풍이 다 지고 난 즈음에는 좀처럼 그런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SNS를 통해 낭보가 전해졌다. 만경강에 황새가 찾아왔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흰목물떼새와 함께 말이다. 작년에는 삼례 해전마을 앞 모래사장에 천연기념물 제206호인 느시가 찾아와 만경강을 후끈 달구어 주었는데 올해는 황새와 함께 흰목물떼새까지 찾아왔다니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황새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에 해당하는 새로 전 세계에 2,500마리 밖에 없고,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목물떼새는 2만 마리 정도 남아 있다. 이렇게 귀한 새가 우리 완주에 찾아온 것이다. 미리 잡아 놓은 철새 탐조 일정이 기다려졌다.

 

많은 기대 속에 탐조 활동 날이 되었다. 일행은 삼례 상신마을에 모여 차량을 이용해서 춘포 익산천 합수지점으로 갔다.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여러 지역을 관찰하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익산천 합수지점은 해전마을 앞 모래사장과 인접한 곳이라서 역시 철새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여러 명이 탐조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이번 탐조에는 조류 생태전문가가 인솔하고 있어 설명을 들어가면서 열심히 스코프와 망원경을 이용해서 새를 관찰했다. 잘하면 황새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그렇지만 아쉽게도 황새도 흰목물떼새도 보이지 않았다. 주로 보이는 것은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정도였다. 그러다 누군가가 억새 군락 위로 낮게 비행하는 새를 보았다. 조류 생태전문가가 나서 잿빛개구리매라고 확인해 주었다. 이렇게 억새 위로 낮게 비행하는 이유는 억새 군락 속에 숨어 있던 새들이 놀라서 날아오르는 순간 낚아채기 위해서란다. 잿빛개구리매도 흔히 보는 새가 아니라서 나름 성과로 자부하고 구담교를 건너 다음 관찰지로 이동했다. 

 

다음 관찰지는 만경강 건너에 있는 삼례 해전마을 맞은편 제방이다. 이곳은 작년에 느시가 찾아왔던 곳이라서 더 기대가 되었다.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외에도 가마우지 왜가리 등도 보였다. 가마우지의 멋진 비행 장면도 확인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흰기러기 네 마리가 무리를 지어 있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 역시 귀한 새라는 설명을 듣고 모두가 환호하며 망원경이 흰기러기 움직임에 집중되었다. 한참을 한곳에 서 있던 흰기러기가 모래사장으로 유유히 사라질 때 우리는 다시 마지막 탐조 장소인 신천습지로 이동했다.

 

신천습지에서는 앞에 보았던 새들 외에 물닭, 홍머리오리, 기러기 등이 확인되었다. 여기서도 귀한 새인 큰기러기를 보았다. 큰기러기도 흰목물떼새와 같이 2만 마리 밖에 없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 해당하는 새라고 한다. 오후 4시가 지나자 강 위를 나는 새들의 숫자가 늘어난다. 해가 질 무렵이 되면 강으로 찾아와서 저녁을 나는 새들과 반대로 강을 떠나 들판으로 나가 밤을 보내는 새들의 자리바꿈이 일어나기 때문이란다. 새들의 부산한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도 현장에서 철수했다. 결국 오늘 탐조활동을 하면서 황새와 흰목물떼새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잿빛개구리매, 흰기러기, 큰기러기와 같은 귀한 새를 관찰하는 보람도 있었다. 황새와 흰목물떼새는 겨울이 가기 전에 한 번은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마음속에 간직해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