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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천습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

[완주신문]많은 분들이 ‘왜 신천습지인가?’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강인데 왜 습지라고 부르는가?’라는 의문과 ‘왜 신천습지를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다.

 

습지(濕地, Wetland)는 민물, 바닷물, 기수(汽水,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것) 등의 물에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늘 젖어있는 땅이다. 갯벌도 습지이고 산행 중에 만나는 젖은 땅도 습지이며 하천도 습지이다. 하천습지는 강 한 가운데의 모래톱이나 주변 저지대에 발달한다. 신천습지에서 소양천과 만경강이 합류되어 강폭이 넓어지면서 유속이 느려진다. 이 때문에 모래와 자갈이 퇴적하여 하천 가운데 섬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을 하중도(河中島)라고 한다. 이 하중도는 유량에 따라 잠기기도 하고 들어나기도 하면서 물과 땅의 중간 역할을 한다. 적당한 물에 늘 젖어 있기에 신천습지는 하천습지이다.

 

하중도가 발달한 신천습지에는 노랑부리저어새, 고니 등 6천 마리 이상의 철새들이 찾아와 겨울을 난다.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삵이 살고 있으며 너구리, 고라니 등의 서식처이다. 통발, 마름, 왜개연꽃, 남개연꽃, 어리연꽃, 흑삼릉 등이 자라고 있으며 멸종위기종인 꼬리명주나비의 먹이식물인 쥐방울 덩굴이 있다. 만경강과 동진강에 있는 26개 하천습지가 있는데 신천습지는 국내최대의 하천습지이고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이에 환경부에서는 신천습지를 습지보존등급 '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습지는 물의 정화에도 큰 역할을 한다. 습지에 살고 있는 식물들이 자연적으로 오염을 걸러내고 깨끗한 물을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습지는 경제적으로 단위면적 당 농경지의 100배, 숲의 10배의 가치가 있다. 뿐만 아니라 홍수를 예방하고 지구온난화를 완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새만금호 수질 개선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새만금호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해수유통이다. 그게 어렵다면 그 많은 돈의 일부를 습지가 안정적으로 작동 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공사를 멈추고 자연 그대로 나눈다면 자연은 스스로를 회복시킬 것이며 수질 개선은 저절로 이루어 질 것이다.

 

만경강 지류들에서 방류되는 오폐수를 정화할 수 있는 시설을 확대하여 비점오염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대책으로 비봉과 배매산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침출수가 만경강으로 유입되지 않게 해야 한다.

 

배스와 블루길로 인해 어종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으며 미국가재의 엄청난 번식력은 공포수준이다. 털물참새피의 생명력은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고 가시박의 출연도 큰 걱정이다.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외래종을 퇴치할 방법도 찾아봐야 한다.

 

신천습지를 찾는 사람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자연을 즐겼다면 가지고 온 쓰레기는 되 가져가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신천습지에서 수거되는 대부분의 쓰레기는 낚시꾼이나 캠핑 온 사람들이 버리고 간 생활쓰레기이다. 차 안에서 창밖으로 던지는 쓰레기도 만만치 않다. 꺼지지 않은 담뱃불로 인한 실화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쓰레기 문제에 예민해야 한다.

 

매년 전문가들이 생물다양성탐사를 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태자원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저 막연하게 많다더라, 좋다더라가 아니라 근거와 자료를 가지고 있어야 다음 세대에 제대로 된 자원과 정보를 물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신천습지의 가치는 이미 환경부에서도 알고 있으며 지정의 필요성을 증명할 자료는 얼마든지 있다. 작년 연말 보호구역지정을 위한 공청회 등이 있었지만 이후의 후속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행정에서 의지를 가지고 주민과 함께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희망한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재산권 행사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창녕 우포늪이나 순천만의 경우를 본다면 오히려 보호지역이 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습지보호지역이 된 후 생태관광지로 입소문이 났고 관광객이 급증 하였다. 생태가 살아 있는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는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지역소멸의 위기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백신이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신천습지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민과 행정이 머리를 맞대고 자연과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