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완주·전주 통합은 전북자치도 침체의 시작

  • 등록 2025.03.25 09: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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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신문]1963년, 서울시장 윤치영은 “서울을 좋은 도시로 만들면 더 많은 인구가 몰릴 것이다. 오히려 서울을 방치하는 것이 인구 집중을 막는 길”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남긴 바 있다. 당시에는 생소한 주장으로 여겨졌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놀라울 정도로 예리한 통찰이었다. 서울은 개발될수록 인구가 집중되었고, 오늘날 수도권에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다. 그 결과, 지방은 텅텅 비고 수도권만 팽창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고착화되었다. 이는 현재 전북특별자치도에서 논란 중인 완주·전주 행정통합 이슈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주시를 비롯한 통합 주도 세력은 통합이 마치 전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절호의 기회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지역불균형과 전북 전체의 경제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행정 효율화, 도시권 확대, 경제적 시너지 등 통합론자들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통합으로 인한 기대효과는 대부분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성과에 그쳤다는 것이 기존 통합 사례들에서 입증되었다.

 

실제로 과거 청주·청원 통합 이후 청주시 중심으로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옛 청원군 지역이 낙후되었고,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된 후에 옛 익산군 지역이 쇠퇴하였다.

 

완주·전주 통합 또한 전주 중심의 개발과 자원이 집중되면서 완주는 전주의 배후지로 전락하고, 완주의 정체성과 정책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위 사례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통합의 부작용이 완주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북특별자치도 전체의 행정 경제 구조가 더욱 중앙 집중화되면서 주변 시군의 공동화 현상까지 가속화 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주에 인프라와 인구가 집중되면 김제, 남원, 정읍은 물론이고 특히, 무주, 진안, 임실, 순창, 고창, 부안 등 인구 2~4만 명 규모의 군 단위 지역들은 인구감소가 더욱 가속화되어 지역이 소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통합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과장되어 있다. 광역행정 차원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두 지자체의 통합만으로는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거나 기업이 유입되는 구조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행정구역을 합친다고 해서 양질의 일자리나 청년 인구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인프라와 재원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주변 지역의 경쟁력은 더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전북 전체의 성장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는 전주의 확장이 아니라 전라북도 전체의 균형 발전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청과 주요 산하기관들을 군 단위 지역으로 분산 이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새만금으로 도청을 이전하고, 전북연구원, 테크노파크, 경제통상진흥원, 문화관광재단 등 산하기관도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으로 분산해야 한다. 이 같은 공간분산정책, 지방자치 활성화야말로 청년층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고, 지역 산업을 견고히 하며, 전북 전역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해법이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목숨을 건 단식으로 일궈낸 것이 지방자치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며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실천에 옮기지 않았던가. 자치분권을 향한 두 전직 대통령의 철학이야말로 지금 전북특별자치도가 학습하고 실행해야 할 유산이다.

 

지역민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통합,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 군 단위를 흡수하려는 시도는 지방분권이 아닌 ‘지방수탈’이다. 통합은 완주 전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북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다. 역사는 잘못된 선택 앞에서 관용이 없다. 한번의 행정개편이 전북 전체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완주·전주 통합 논란, 여기서 멈추고 전라북도의 균형발전 논의로 전환해야 한다.

정종윤 통합반대대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 dosa209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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