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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혼탁한 선거, 후보자만 문제였을까?

[완주신문]재난과 선거처럼 언론에서 소비하기 쉬운 선호 아이템은 없을 것이다. 다양한 갈등이 연출되고 개인을 소비로 한 휴머니즘 등 짧은 시간동안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선거 기간만큼 유권자들의 고관여․고집중을 받는 뉴스 아이템이 이어지는 시기도 많지 않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코로나로 선거가 가능할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은 전국 평균 66.2%라는 놀라운 투표율을 보여줬다. 완주군의 투표율은 69.2%로 역대 최고 높은 투표율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을 잘 마무리하고 안정적 국정운영을 통해 개혁을 완수하길 원하는 바람이 담기면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에 전략적으로 표를 행사했다는 분석들이 차고 넘친다. 전북 지역도 10개 선거구 중 9개 선거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들이 당선됨에 따라 대선을 이어 여당에 힘을 몰아주고자 한 유권자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는 지역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경합 지역구에서는 선거 막판 불거진 폭로전으로 인해 네거티브 선거로 이어졌다. 완주 역시 마찬가지다. 4년 전 총선에서 후보 매수 의혹 문제 등이 완주지역의 막판 쟁점으로 부각되었고, 팩트 검증 없이 받아쓰기로 일관되면서 지역 사회에 깊은 갈등과 반목을 남기기도 했다. 심도 있는 취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보다 의혹 제기를 여과 없이 전하고 기계적으로 반론을 싣는 식의 구태의연한 보도형태를 취한 것이다. 후보자들의 네거티브 과열은 계속되었고 일부 언론은 후보자들의 폭로성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자극적인 요소만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보도는 정책과 공약을 비교 검증해야 할 언론 본연의 역할에 어긋나고 폭로와 의혹을 검증 없이 전함으로써 정치적 혐오를 조장하고 유권자의 판단을 어지럽힌다. 막판 지역의 갈등이 확산되고 선거 과열이 일어나게 된 것은 선거가 과열되게끔 사건을 상품화시킨 언론의 문제도 있다. 

 

선거에 대한 관심의 틀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언론의 선거보도는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우리 언론의 지배적인 선거보도가 선거를 승패 구도로만 인식하게 하는 게임 프레임에 갇혀있다는 지적이 매우 많았다. 승패 구도에 익숙해진 유권자들은 현재 어느 후보가 앞서는지, 정책보다는 이기고 지는 문제에만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이런 유권자들의 관심은 후보자들이 정책보다는 캠페인만을 앞세운 선거 전략을 구사하게끔 한다. 이번 선거에서 유력 후보자들이 선거방송토론회를 거부하거나 시민단체의 정책질의서 답변을 연속 거부한 것은 승패 구도에만 집중해 왔던 언론의 경마식 선거 보도가 가져온 폐해라는 지적도 일견 타당하다. 그동안 유권자들이 정책에 관심이 없다거나 기사가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책을 비교 분석하기보다는 후보자의 동정이나 지지도에 언론이 집중했던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또한 후보자들의 네거티브 공세를 공방으로 치부한다던지, 이를 후보자들의 전략 등으로 보도하며 선거를 과열로 이끈 원인을 제공하고도 막상 선거가 혼탁해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네거티브 양상’, ‘불법 선거’, ‘혼탁’으로 기사화하며 선거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든다. 모든 선거 과열의 책임을 후보자에게 돌리는 것도 반복되는 일이다. 

 

선거가 마무리된 지금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나 재원 마련 계획이 나오지 않았던 공약을 다듬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언론에서는 선거 후 당선자의 동정과 발언에 집중하기보다는 차분히 당선자의 정책을 지역사회에 다시 알려야 한다. 완주신문의 역할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