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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만들고 주민을 위해 만드는 신문

언론의 힘은 ‘독자’로부터 나온다
해법은 구독자 중심 ‘독립언론’
편집·독자위원회 편집권 사수

[완주신문]대한민국 정치제도는 특정인에 지배받지 않는 국민 모두가 주인인 민주주의이다. 효율성을 위해 대표를 한시적으로 뽑는 대의민주주의 방식을 이용할 뿐 각 개인의 권한을 임시적으로 특정인에게 잠시 빌려준다. 이를 위해 정보는 투명하게 공유돼야하고 각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 때문에 언론이 존재하고 그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은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여러 의견들을 치우침 없이 공유해야한다. 하지만 이는 이상일 뿐 여러 요인으로 현실에서 이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 원인과 해법을 살펴봤다.

 

 

방송, 인터넷, SNS, 유튜브 등 더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여러 플랫폼의 발달로 인쇄 매체는 구닥다리가 된지 꽤 오래됐다. 

 

소위 옛날 것이 돼 버린 종이신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층은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면 신문을 발행하는 신문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론의 공익성을 위해 1면 광고를 안 넣기로 유명한 뉴욕타임즈마저 경영악화를 못 이기고 무릎 꿇은지 십년이 넘었다. 근래에는 지난 9월 영국의 대표적인 패션 잡지 중 하나인 마리끌레르가 인쇄 잡지 발행을 중단하고 디지털 전용 매체로 변신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라고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월 발표한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살펴보면 종이신문 이용률은 2011년 44.6%에서 2017년 16.7%로 떨어졌다.

 

◆경영악화가 관언유착으로
언론 중 지방지들은 타 매체들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버텨오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적은 인구와 산업기반 때문에 독자 확보와 광고 수주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전북지역 신문들은 이러한 시대적 환경변화 외에도 또 다른 악순환에 빠져있다.

 

전북지방신문에는 소위 ‘까는’ 기사가 적다. 특히 행정기관에 대한 비판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기관의 홍보기사는 넘쳐난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관에서 언론사 경영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전북도내 신문사들의 주 수입원은 구독료나 일반 독자의 후원이 아니다. 기관에서 집행하는 광고나 행사 후원이 신문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지 오래다. 한쪽에서는 돈을 주고 한쪽에서는 그 돈을 받아 신문사를 유지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주는 곳을 비판하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관언유착’이 이뤄졌다.

 

◆독자를 잃어버린 언론
권력은 견제 받지 않으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대신 옹호하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그 역할과 신뢰성에 금이 갔다. 

 

이런 연유로 전북도민들은 지방지를 찾아보지 않는다. 매일 기관 홍보 글로 메워지는 신문을 찾아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의 힘은 독자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언론이 독자를 위한 게 아니라 돈을 주는 대상을 위해 일을 하니 스스로 독자를 잃어버렸다. 독자를 잃은 신문은 더욱 기관에 의존하게 되고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해법과 대안 ‘풀뿌리언론연대’
마침 전북에는 ‘전북풀뿌리언론운동연대(풀뿌리연대)’가 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위해 애쓰는 작은 지역언론의 집합체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을 중심으로 지난 2017년부터 행정기관이 아닌 일반 주민을 위해 만들어지는 신문들이 뭉쳤다. 김제시민의신문, 무주신문, 부안독립신문, 열린순창, 진안신문, 주간해피데이가 주인공들이다.

 

풀뿌리연대 언론사들은 권력에 대한 감시·견제 역할에 충실하고 자체 생성기사 비중이 높다. 동시에 구독자 중심의 수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기성 매체와 차별화 해 각 지역 현안을 깊이 있게 다룬다. 이를 위해 지난 지방선거 때는 전북도지사·전북도교육감 후보자들에게 공동으로 정책을 질의하는가 하면 지역 기초단체 후보들을 검증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런 활동은 내년 총선에서도 공동 토론회 등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다.

 

완주신문 또한 이 대열에 참여하려고 준비 중이다. 풀뿌리연대의 엄격한 잣대에 만족할 수 있도록 일반 독자의 구독료를 주 수입원으로 하며, 경영과 편집을 견제할 수 있는 독자위원회를 구성해 체계를 잡고 있다.

 

◆정론 원동력은 유료독자 1000인
전북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지방 일간지에 비해 한 지자체로 범위를 줄인 지역신문은 적은 비용으로 신문사를 운영할 수 있다. 유료독자 1000명만으로도 어느정도 경영 여건을 확보할 수 있어 자본 권력과 자본 지원의 권한을 가진 집권자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이 때문에 행정 광고 등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그에 대한 감시·견제에 충실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풀뿌리연대 소속 신문들은 1000명 이상의 유료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게 그들의 원천적 힘이다.

 

대한민국 지역신문 중 가장 체계가 잘 잡힌 옥천신문은 유료독자가 3500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탄탄한 경영구조 때문에 취재기자만 10명으로 옥천 지역에서는 이 신문사와 대적할 수 있는 언론사가 없다. 언론 또한 노동집약 산업군에 속해 기자 한명의 능력과 열정이 아무리 뛰어나도 다수의 기자 활동을 넘어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옥천신문은 그 지역에 대해서 국내 어떤 언론사보다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고 찾아봐야만 하는 매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편집위원회 등 내부 견제 활성화
편집권 독립은 어느 언론사나 신문제작을 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권리이면서 과제이다. 당연하지만 실상 잘 지켜지지 않는 원칙이기에 구조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주로 일인 사주나 대주주의 편집권 침해가 빈번한데, 이는 다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견제 가능하다.

 

아울러 편집자의 도덕적 해이는 독자위원회나 편집윤리위원회의 역할로 감시되며, 필요시 편집권한을 박탈할 수 있다.

 

이것이 소수의 사주나 광고주를 위해 만드는 신문과 차별화되는 이유다.

 

◆지역은 아직 종이신문
완주신문 인터넷판은 지난 6월 창간했다. 그간 만난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종이신문 발행 여부다.

 

시대환경 변화와 다르게 아직까지 완주군은 지면에 대한 신뢰도와 연령층 관계로 종이신문 요구가 남아있다.

 

몇년전만 해도 서울에 지면 편집 대행업체가 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대전 아래 지방으로 업체들이 이사했다. 이는 수도권과 다르게 지방에서는 아직 종이신문 생명력이 살아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완주신문은 이번 창간준비호를 시작으로 2020년부터 지면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언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위해 존재하고 만들어지기에 독자가 원하는 형태로 전달돼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