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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0년간 완주군 출신 국회의원이 없었나?

전주와 분리 후 잦은 행정개편
정체성 혼란과 구심점 부재
읍면 단합력 전체 확산 안돼

[완주신문]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최근 논란이 된 선거구 변경 가능성 등으로 총선에 대한 지역사회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완주·진안·무주·장수 선거구에서도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의 출신에 대한 지역별 지지 호소는 늘 있었다. 이번에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제안한 김제시와 임실군이 완주군과 같은 선거구가 될 경우도 지역 대결 양상은 불보듯 뻔하다. 특히 ‘지난 40년간 완주군 출신 국회의원이 없었다’는 주장은 지역 내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그 원인을 유추하고 과거 완주군 국회의원 출신 등에 대해 정리했다.<편집자주>

완주군은 전북도에서 행정구역 개편이 가장 잦은 지역 중 하나다. 1935년 전주군 전주읍이 전주부로 승격되며, 전주군이 완주군으로 개칭되며 현재 ‘완주군’이라는 행정구역이 생기게 됐다.

 

이후 1957년 초포·우전·조촌·용진·상관면 일부가 전주시로, 초포면 일부는 삼례와 용진에, 우전면 일부는 구이면에 편입됐다. 1973년에는 익산 왕궁면 온수리 화산마을이 삼례로, 용진 신정리 일부가 전주로 변경됐다. 이어 1983년 상관면과 용진면 일부가 전주로, 김제 백구면 도덕리 일부가 조촌면으로 들어갔다.

 

당초 완주였던 조촌면이 1985년 조촌읍으로 승격된 후 1987년 전주시로 편입됐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1989년 용진면 산정리, 금상리와 구이면 석구리, 원당리, 중인리, 용복리가 전주가 됐으며, 1990년 이서면 상림리, 중리 또한 전주시로 편입됐다.

 

이에 혹자는 ‘완주는 지속적으로 전주에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완주·전주 통합 논란 또한 이러한 사건 흐름의 연장선에서 볼 때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행정구역 개편으로 정체성 혼란
이러한 잦은 행정구역 개편은 완주군의 정체성을 규정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타 지자체처럼 완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무엇’을 규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고취 시키기에 큰 장애로 작용한다.

 

이에 민선 7기 박성일 완주군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완주 정체성 찾기’였다. 당시 완주군의회에서도 정체성 확립에 대한 공식적인 주문을 수차례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완주군의 구심점이 되는 ‘그 무엇’은 아직도 또렷하지 않다.

 

■지리적 예속 원인도 커
완주군은 전주시와 행정적으로 분리돼 있으나 이곳에 사는 대부분 주민들에게는 같은 생활권이다. 완주에 살지만 직장이 전주라든지, 완주가 직장이지만 전주에 사는 경우가 많다. 농민들도 완주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전주 전통시장에 나가 팔정도다.

 

상권 또한 전주 행정구역 내 이미 형성된 곳에서 완주군민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완주군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운곡지구는 전주시 호성동 상권으로, 삼봉신도시는 전주시 송천동 상권으로 예속되는 모양새다.

 

지리적으로 완주군 내에서 중심을 찾으라면 어렵지만 전주를 한 덩어리로 봤을 때 그 중심은 명확하다. 과거 전주군 전주읍이 따로 분리됐고, 이게 완주군에 ‘완주읍’이 없는 이유다.

■환경적 요인이 정치까지 영향
이와 같은 여건들은 ‘완주’라는 지역에 애착을 갖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 ‘나 완주사람이요’라는 말보다 ‘고산사람’, ‘봉동사람’, ‘삼례사람’ 등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전주산다’고 소개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이유를 물으면 ‘완주’라는 곳을 설명하기 귀찮아 그렇다는 것.

 

이에 각 읍면별로 뭉치는 모습은 보이지만 이러한 단합력이 완주 전체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지역별 ‘단합’이 완주 전체로는 ‘분열’로 왜곡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타 지자체와 선거구가 묶이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합력이 타 지자체보다 약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소지역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완주군 출신 국회의원 부재다.

 

■40년 아닌 36년 부재
완주군 출신 국회의원이 있었던 마지막은 1988년이다. 완주군 구이면 출신 임방현 전 국회의원을 끝으로 타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완주군을 대표했다.

 

11대와 13, 14, 15, 16대까지 이곳에서 5선을 한 김태식 전 국회의원은 1939년 완주군 조촌면에서 태어났고, 1987년 조촌읍이 전주시로 편입됐다. 이 때문에 김태식 전 의원이 ‘완주군 출신이다’, ‘완주군 출신이 아니다’는 이견이 충돌한다. 하지만 현재 행정구역 기준으로 전주 출신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태식 전 의원은 전주시와 완주군이 하나인 선거구에서 처음 당선됐다. 이후 13, 14, 15대 동안은 소선거구제로 완주군에서 김태식 전 의원이 이겼다. 16대 때는 완주군이 임실군과 한 선거구로 변경됐고 김태식 전 의원이 마지막으로 국회의원을 했다.

 

2004년부터 12년간 완주군은 다시 김제시와 한 선거구가 됐고, 김제 출신 최규성 전 국회의원이 세번 연달아 당선됐다.

 

이후 2016년부터 현재까지는 완주·진안·무주·장수 선거구로 진안이 고향인 안호영 국회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결국 임방현 전 국회의원이 임기를 마친 1988년 이후 36년간 완주군 출신 국회의원이 없었던 셈이다.

■1988년 전 완주 출신 국회의원 당선
반면, 12대까지는 모두 완주군 출신 국회의원이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록에 따르면 △1대 완주군갑 류준상, 완주군을 이석주 △2대 완주군갑 박양재, 완주군을 박영래 △3대 완주군갑 이존화, 완주군을 손권배 △4대 완주군갑 이존화, 완주군을 배성기 △5대 완주군갑 이정원, 완주군을 배성기 △제6대 전북 제4선거구 최영두 △제7대 전북 제4선거구 류범수 △제8대 전북 제4선거구 유기정 △제9대 전주시·완주군 유기정 △제10대 전주시·완주군 유기정 △제11대 전주시·완주군 임방현 △제12대 전주시·완주군 임방현이 당선됐다.

 

이처럼 1988년 이전에는 40년간 완주군 출신 국회의원이 존재했다.

 

아울러 역대 선거구를 살펴보면 지역색이 다른 김제와 합쳐지기 전에는 완주 출신이 강세를 보였다. 즉, 같은 생활권인 전주와 묶이거나 완주 자체 선거구에서는 완주 출신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공감대 형성이 적은 타 지역과 한 선거구가 될 경우는 당선이 어려웠다. 이는 완주군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4월 10일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구도 완주군은 지역색이 다른 곳과 묶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완주군 출신 국회의원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