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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보지 못한 길…완주 ‘기본소득’ 발 담그다

[윤창영의 고운 시선 고까운 시선8]

[완주신문]이솝우화의 아흔여섯번째 이야기는 원숭이 왕국에서 2명의 인간을 심판하는 내용이다.

 

이 우화의 교훈은 환경과 상황에 맞춰 대처하는 지혜의 중요성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교훈은 위정자에게 주는 충고다. 아첨을 한 사람에게 상을 내리고, 진실을 말한 이에게 죽음을 내린 어리석은 왕의 모습을 원숭이로 표현해 냈다고 볼 수 있다.

 

이솝우화에 완주군수에 비춰보면 분위기와 기분에 휩싸여 잘못 판단을 내리지 않는 혜안을 갖고, 모든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에 대한 의미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완주군은 전국 최초로 1인당 1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했지만, 전국 각지에서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결정을 내리기 힘든 어려운 선택의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주군은 선택했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도입 취지가 다소 훼손되더라도 형평성 시비를 잠재우기 위해 복지와 경제 가운데 지역상권 등 경제 활성화를 택하며, 군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는 두 가지 큰 책임이 뒤따른다. 아니 2번에 걸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함에 따라 이미 두 가지 책임에 불씨를 당긴 상태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그 첫째는 바로 기본소득제다. 박 군수가 2차 긴급재난금 지급이라는 완주형 재난지원을 구상하면서 하위소득 70% 또는 취약계층에 차등 지원 체계를 준비, 선별적으로 지급했다면 기본소득제라는 취지보다는 긴급 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는 명분이 있다.

 

그러나 완주군은 모든 군민에게 14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공평하게 분배함에 따라 복지 제공 차원에서 선별 오류와 잘못된 추정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제도인 기본소득제와 선을 맞닿게 했다. 

 

사실 이 같은 결정은 완주군민을 위해 가져온 향후 파급되는 긍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그 이유는 완주군민이 국민 가운데 상위 20%에 해당하는 사람보다 하위 20%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전체가구의 소득통계를 살펴보면 5분위(상위 20%)가구의 소득을 1분위(하위 20%)소득으로 나누면 올 1분기 소득격차는 5.41배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3%p 오른 수치로 이 배율이 높을수록 소득 양극화는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종별로 보면 숙박, 음식업과 예술, 스포츠, 여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소득감소가 가장 컸다. 더불어 임시일용직과 특수고용직 등이 1분위 가구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완주군의 취업자와 무직자를 구분하면 6:4로 볼 수 있다. 60%가량의 취업자도 농림어업숙련근로자와 기능기계조자, 조립종사자가 반수 이상을 차지해 분위로 나눈 소득통계 가구에서도 1분위(하위20%)에 속할 확률이 높다. 여기에 고령노인 등 무직자를 더하면 군내 1분위에 속하는 가구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민들의 생계 위협을 벗어나게 할 기본소득제가 향후 완주군이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완주형 재난지원이라는 구상을 해냈다면 아직 가보지 못한 기본소득을 향한 구상도 충분히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는 예산 집행에 대해 향후 가져 올 변화다. 완주형 긴급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면서 소요되는 예산은 1차로 45억원이었으며, 2차는 92억원이었다.

 

이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쓰기로 했던 완주군 예산을 추가로 삭감해야 했다. 

 

때문에 삭감해야 할 예산들을 찾아내면서 과다집행 됐거나 선심성으로 쓰였던 상당수 재원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것은 분명하다.

 

이번 재난지원금의 재원마련은 완주군에서 지금까지 무작위로 편성해 온 예산들을 더 세심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을 계기로 완주군이 나아갈 길이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새롭고 바른 길을 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