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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모시나비와 뿔나비 사는 ‘신흥계곡’

구재마을 종교단체 갈등 환경문제로
사유지라도 공익위해 사용제한 가능
수질 보호위해 하수시설 확충해야

[완주신문]경천면 구재마을의 종교단체와 주민 간 갈등이 환경문제로 번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고산면, 봉동읍, 삼례읍 재래시장에서 장날에 맞춰 신흥계곡 개발행위 중지와 보존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신흥계곡은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멸종위기종인 붉은점모시나비와 반딧불이, 뿔나비가 대거 발견되는 곳으로 곤충의 서식종과 밀도가 높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 곤충 2백종 집단 서식
전북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20년전 전문가 조사로 붉은점모시나비를 비롯해 희귀종인 왕오색나비, 장수풍뎅이, 유리창나비, 사슴풍뎅이, 쇠똥구리, 꼬리명주, 황오색, 범부전, 은판, 알락명주 등 곤충 2백여종의 집단 서식을 확인했다. 반딧불이의 서식밀도는 10㎥당 7~8마리에 달했다.

 

또한 지난 2016년 환경부의 하천 수생태계 현황 조사 및 건강성 평가(금강권역) 정밀조사 보고서를 보면 신흥계곡은 하천수생태 건강성이 ‘좋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수질과 부착돌말류,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은 ‘매우 좋음’, 어류는 ‘좋음’ 등급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신흥계곡에 대해 오래전부터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생태적 가치가 높고 화암사 등 문화유산이 있는 신흥계곡을 만경강의 발원지로 지정하고 자연환경보전지구나 생태경관지구로 지정해 생태관광이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완주군도 제안을 받아들여 싱그랭이 에코빌리지 마을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신흥계곡을 시작으로 만경강을 생태관광의 주요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세웠다”고 덧붙였다.

 

■ 댐으로 가로막힐 뻔
지난 2012년 경천면 가천리는 이명박 정부시절 4대강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국토해양부가 추진 한 ‘2012년 댐건설장기계획’ 에 포함돼 신흥댐이 건설될 뻔 했다.

 

당시 환경단체와 지역민들은 “만경강 상류인 신흥계곡을 댐으로 틀어막으면 우수한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수장시키는 예산 낭비, 환경파괴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아울러 만경강 상류를 생태관광의 주요한 거점으로 삼겠다는 완주군의 계획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댐건설을 반대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이러한 의견을 수용해 댐 계획은 백지화됐다.

 

 

■ 종교단체 오염 논란
구재마을 주민들은 지난 2016년 종교시설이 들어오면서부터 신흥계곡이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1월 7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하천이 흙탕물처럼 탁해져, 주민들은 종교시설을 의심했다.

 

당시 한 주민은 “비가 많이 올 때마다 가끔 이런 일이 있다”며, “하천 위쪽에 있는 종교시설이 들어온 이후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주민들은 완주군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오염은 확인되지 않았다.

 

완주군 관계자는 “수년전부터 민원으로 수질검사를 여러번 했지만 문제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해당 단체와 주민간 갈등 문제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한 종교단체도 “주민들의 오해”라면서 “이곳에서 나오는 것은 생활폐수가 전부이고 그마저도 정화조를 통해 배출되는데, 아마 위쪽에 있는 사방댐의 고인 물이 원인 같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심은 여전하다. 조사를 위해 공무원들이 이곳에 오는 동안 오폐수로 의심되는 물질이 흘러내려 증거 잡기가 힘들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 숲은 공익이 우선
환경연 또한 신흥계곡이 시작되는 지점에 종교시설이 들어서며 수질 악화 및 수변 생태계 훼손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환경연 이정현 처장은 “전통적으로 숲은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라 할지라도 여민공리(與民共利) 원칙아래 권력자가 산을 독점하지 못하게 했다”며, “이는 숲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에 관한 최종적인 유권해석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는 1998년 헌법 제23조에 보장된 재산권에 대해 ‘재산권은 토지소유자가 이용가능한 모든 용도로 토지를 자유로이 최대한 사용할 권리나 가장 경제적 또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입법자는 중요한 공익상의 이유로 토지를 일정 용도로 사용하는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풀이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8. 12. 24. 선고 89헌마214)

 

이에 대해 이정현 처장은 “정부에서는 숲의 임상이 양호해 보전할 공익상 필요가 있을 경우 공공은 숲의 형상을 유지하고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토지의 용도지역을 보전녹지 지역으로 결정하거나 개발행위허가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 상생협력 방안 제안
환경연은 최근 생물다양성이 높은 경천면 신흥계곡 보존대책 수립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지역주민과 종교단체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협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신흥계곡 일대를 생태경관지구 등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 보호구역 지정은 과거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의 개념이 아니다. 지역의 우수 생태자원을 보존 발굴하고 보호구역 지정을 통한 마을 공동체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완주군은 2016년 만경강 생태포럼을 발족한 후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으며 주민들은 ‘만경강사랑지킴이’를 결성하고 ‘만경강생태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주민들이 주도하는 모니터링과 주변 청소, 보존가치를 알리기 위한 주민 설명회와 학교와 유치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만경강 탐방 생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연은 “신흥계곡 일대를 생태경관지구나 야생동물보호구역을 지정해서 자연과 공존하는 종교시설과 생태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며, “지정 근거와 전문가 자료는 충분하고 주민들의 이해와 의지도 높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경연은 신흥계곡의 1급수 수질 유지를 위해 다중이용시설인 종교시설까지 하수도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신흥계곡 구재교 지점 수질은 1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종교시설이 들어서고 난 후 거품띠가 형성되는 등 수질 변화가 있었고 반딧불이 등 수변생물의 출현 빈도가 크게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환경연은 “종교시설의 생활하수는 정화조를 통해 월류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기계식 하수처리시설과 배출 기준이 없고 관리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신흥계곡 보존이라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하루빨리 하수관으로 연계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포용·배려·공존 필요
종교단체는 신흥계곡 일대 산지를 매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부터 종교시설 공사차량 진출입을 시작으로 마을 주민들과 갈등이 시작됐고, 수십건의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이러한 갈등으로 종교단체는 계곡 좌우를 가로지르는 담장을 설치하고 출입문 입구에는 ‘무단출입하면 고발조치하겠다’는 경고문이 쓰인 입간판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불법 구조물로 지난 3월 완주군에서 철거를 지시했다. 도로를 차단한 것은 담장 위쪽의 숲 전체를 종교단체에서 사실상 사유화 한 셈이라는 것.

 

이에 대해 이정현 처장은 “종교의 자유는 물론 토지재산권도 보장받아야 하고 종교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과도하다거나 수인한도를 넘어섰다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포용과 배려, 공존을 강조하는 종교 정신과 종교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만큼 사회적인 의무도 크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