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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무엇을 위해 언론이 존재하는가?

[완주신문]“우리가 지자체 대언론 홍보예산을 문제 삼는 것은 지자체 홍보예산이 지역신문의 난립구조를 유지시키는 핵심고리이기 때문이다. 공론장 기능을 상실한 채 난립하고 있는 지역신문의 대안을 모색하고 지역 언론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대언론 홍보예산이 투명하게 집행되는 것은 한 치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일이다. 지역신문 난립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지역 주민들뿐만이 아니다. 신문사 기자를 상대하느라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피해 역시 심각하다. 지역신문 난립 구조 청산을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집단은 우선 지역 주민이겠지만, 지역신문 개혁은 지자체 공무원들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다. 기자들 상대하느라 들어가는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독자 없는 신문 시장의 주범이 바로 지자체 홍보예산이라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현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위 내용은 전북민언련이 12년 전 전북지역 15개 지방자치단체와 15개 지방의회, 전라북도교육청에 보낸 ‘지자체 대언론 홍보예산 편성에 관한 의견서’ 가운데 일부다. 위 내용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지역 언론사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지역 내 여러 기관의 홍보예산으로 생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북 지역 종합일간지로 등록된 17개의 신문사 중 최소한의 발행과 유가 부수도 유지하지 못하는 신문사가 난립되어 있는 가운데 지자체는 홍보 기능을 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런 신문사에 홍보 예산의 일정액을 매년 투입하고 있다. 최소한의 홍보 원칙과 기준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동안 홍보예산이 비판적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지자체장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지고 언론사도 부화뇌동 했다는 비판이 지역사회에서 많았다. 일부 언론사는 언론의 본연인 감시 견제보다는 지자체의 홍보예산으로 기본적인 운영을 해결하고 기자의 직분을 활용해 지역사회에서 이권사업을 벌이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지역 언론 환경이 사주의 이해관계와 자산 취득 확대를 위한 장으로 변질되면서 지역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시키고 주민들에게 돌아갈 이득을 특정 계층에게 돌리는 데 앞장선 것이다. 지자체의 홍보예산이 이러한 사이비 언론을 양산해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며, 언론사 증가에 우리가 마냥 반가워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투명하게 공개되는 홍보 예산과 합리적인 집행 기준은 지역 행정과 언론의 신뢰 향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현재 전라북도에 등록된 언론사는 186개에 달할 정도로 계속해서 증가했으며, 매년 수십 개의 인터넷신문이 창간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매년 증가하는 언론사는 비슷한 기사를 양산하며 자체적인 취재 역량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아직도 숨겨져 있는 많은 예산이 언론사 관리용으로 활용되고 있고 일부 시군은 출입기자단이 행정 광고 배분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정상이 정상적인 것처럼 작동한다.

 

홍보예산 집행의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 한 지역 언론 시장의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지역 언론 시장의 정상화는 곧 지역 발전의 디딤돌이기도 하다. 관련 기관들은 황폐화된 지역 언론 시장의 주범이 바로 홍보예산이라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현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완주에도 수십 개의 언론사가 출입언론사로 등록하고 그 중 또 일부는 출입기자단을 구성해 군청 내 기자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완주는 이런 비정상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로운가? 과연 무엇을 위해 지역 언론이 존재하는 것인지 지역사회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