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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근대로의 여행

웅치·이치전투에서 3.1독립만세까지

[완주신문]삼례에서 활동 중인 손안나 선생님의 소개로 <삼례, 근대로의 여행>이라는 역사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몇 년 만에 삼례에 다녀왔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다녀갔으니 족히 5, 6년은 된 듯하다.

 

<삼례, 근대로의 여행>은 삼례에 있는 근대 유적지를 근대 의상을 입고 해설과 함께 걸으며 보고 듣고 체험하는 알찬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인데 무료이고 점심 식사가 제공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멀지만 문화생활을 즐겨 보겠다는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다.

 

| 삼례문화예술촌 |
근대 유적지는 삼례문화예술촌 인근에서 있어서 집합 장소가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강점기 우리 쌀을 수탈하기 위해 사용하던 양곡창고였는데, 이후 삼례농협 창고로 이용하다가 현재는 삼례 문화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너른 부지 안에 옛 건물을 활용한 전시관과 야외무대, 체험학습장 등이 있으며 곳곳에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나들이로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늘진 휴게 공간도 있어서 데이트 코스로도 훌륭한 복합 문화생활 공간이었다. 

 

| 삼례, 근대로의 여행 |
삼례문화예술촌에 관한 설명은 이 정도로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삼례, 근대로의 여행> 그 코스를 따라가 보자. 먼저 참가자 확인을 하고 근대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유관순 의상, 김구 의상, 일본군 순사, 근대 여성 정장, 남성 정장 등 재밌는 콘셉트의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니 기분이 업되면서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하여 역사탐방이 더 즐거워졌다. 해설사님에게 삼례문화예술촌 건물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비정으로 향했다.

 

물론 이동 중에도 삼례역과 삼례양수장 등 유적에 대해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만경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비비정에 오르니 어찌나 시원한지, 옛 선비들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졌다. 

 

비비정에서 비비정예술열차로 향했다. 일제가 호남평야의 쌀을 실어 나르기 위해 설치한 만경강 철교는 전라선 철교가 생기면서 철거될 뻔했지만, 주민들의 노력으로 살려 지금은 비비정예술열차로 활용하고 있다. 열차에는 소품,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와 카페, 레스토랑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자유시간에 우리 가족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너른 만경강을 내려다보며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이 꽤 시원하였다.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비비정예술열차 근처에 BTS가 다녀간 카페가 있다고 하는데 너무 더워서 들리지 못하고 다시 삼례문화예술촌으로 돌아왔다. 한 번 더 삼례에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 팝업북으로 만나는 완주군 문화재 이야기 |
근대 의상이 모두 긴 팔인데다 날씨는 후덥지근하여 상당히 더웠지만, 사진을 찍고 카페에서 아름다운 전경을 바라보며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시 돌아온 삼례문화예술촌에는 점심 도시락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컵 과일과 음료까지 풀세트여서 든든하게 잘 먹었다. 특히 이 도시락이 평범한 도시락이 아니고 이주여성들이 자립하기 위해 만든 다문화공동체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외국인이 만들었다고 해서 이상한 맛일까 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우리 입맛에 딱 맞아 맛있게 먹었다. 주최 측의 지역 주민과의 협업을 위해 작은 것까지도 놓치지 않는 감각이 돋보인 도시락이었다.

 

이어지는 순서는 시 낭송과 민요 배우기 시간이었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프로그램인 근대로의 여행과 딱 맞아떨어졌다. 교과서에서 배운 것 같긴 한데 이렇게 구구절절 나라 잃은 슬픔을 노래하는 줄은 몰랐다. 수탈의 현장에서 들어서 그런지 더 큰 울림이 있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녹두장군 전봉준이 처형당하고 백성들 사이에서 불린 노래라고 한다. 전봉준은 키가 작아서 녹두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파랑새는 일본군 혹은 청나라 군대를, 녹두꽃은 전봉준을, 청포장수는 백성을 상징한다. 무심코 불렀던 노래에 담긴 의미가 크다. 동학농민혁명은 정읍 고부에서 일어났다고 알고 있었는데 삼례에서 2차 봉기가 있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여행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만경강 철교 팝업북은 종이를 뜯어서 순서대로 붙이기만 하면 완성되는 키트 상품이었다. 오전에 다녀온 후 만들어서 이해도 쉽고 간단하게 빨리 만들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삼례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이어서 더 좋았다. 걷고 듣고 노래 부르고 만들기까지 다양한 체험을 한꺼번에 할 수 있어서 모처럼 문화생활 제대로 했다고 남편도 좋아했다. 특히 우리의 역사를 짚어보고 느껴볼 수 있어서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입구에 비치되어 있던 완주 역사탐방 워크북에는 이날 둘러본 곳 외에도 많은 역사 이야기가 담겨 있고 또 간단히 퀴즈로 체크 해 볼 수 있어 꽤 유용하였다. 아이랑 함께 살펴보기 좋아서 잘 챙겨 가지고 왔다.

 

​정해진 일정이 끝나고 주변에 삼례성당과 삼례책마을, 그림책 박물관이 있어서 더 둘러보고 왔다.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다채롭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이왕이면 봄, 가을에 조금씩 코스를 변경해 가며 프로그램을 계속했으면 좋겠다. 그럼 저는 가족들과 나들이 겸 역사탐방 겸 또 갈 것이다.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이 자리를 빌려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