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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방청과 평가로 대의민주주의 한계 극복

타지역 모니터링단 운용 사례
질의수준・현안이해 등 평가
우수의원 선정으로 개선 유도
의원 역량 평가 중요한 기준

[완주신문]지방의회가 시작된 지 30년. 하지만 막상 주민들은 지방의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의원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고 관심도 적다. 시스템적으로 지자체장을 주민들이 선출하고 이를 감시・견제하기 위해 지방의회 의원들을 뽑아 권한을 부여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 지자체는 민의 반영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일부 지자체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의회 모니터링을 시도하고 있다. 주로 행정사무감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방청하고 의원 활동과 피감부서를 평가해 공유한다. 이에 의회 모니터링이 활성화된 지역의 사례를 소개하고 완주군 정치의 희망을 모색해본다.

 

뜨거운 여름인 지난 8월 경기도 화성시의회 앞에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땡볕아래 모인 시민들은 지난 6월 열린 화성시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하고 우수의원에게 상을 줬다. 이들은 올해 결성된 화성시의회 시민모니터링단(단장 이종미)이다.

 

결과보고서 발표에 앞서 이종미 단장은 “의회 모니터링단 활동을 시작으로 지방자치가 활성화돼 분야별로 입법, 사법, 행정에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지역 발전과 민관 협력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우수의정활동상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니터링단은 총 7명이 최종 평가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정성과 정량 평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단원들은 1차 정례회가 열렸던 지난 6월 10일부터 6월 29일까지 2명에서 4명이 오전, 오후 조로 나눠 화성시의회 1층 북까페에서 모니터링을 했다.

 

모니터링 정성 정량평가를 합해서 나온 평가점수에 따라 우수의원을 선정했다. 평가지는 참여도, 적극성, 공정성, 피감기관 업무에 대한 이해 등 10개 항목으로 나눠 정량평가를 하고 이어 정성평가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화성시의회 모니터링단은 시작부터 축제였다. 의원들까지 참여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출범했고, 모집된 단원들은 4차례 교육을 이수 후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행감에 이어 지난 8월에는 모니터링단 2기가 모집돼 지자체 예산과 관련한 이론 강의 2회를 이수하고 퍼실리테이션 1강 등을 추가로 이수한 후 11월에 열리는 화성시의회 제2차 정례회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 의원과 피감기관 평가
화성시 시민모니터링단은 화성 YMCA, 화성노동인권센터, 화성시민신문이 주축이 돼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했다. 신청을 통해 15명의 1기 단원이 구성됐으며, 운영위원회는 평가의 중립성을 위해 모니터링에서 제외했다. 

 

이들은 “이번 첫 걸음이 화성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루어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평가 기준은 의원의 경우 참여도, 적극성, 피감기관 업무에 대한 이해, 자료검토, 질의수준, 현안이해, 회의성과, 성실성, 감사준비 정도, 대안제시 수준, 칭찬할 점, 비판할 점 등이다. 피감기관은 자료 및 답변준비 정도, 현안에 대한 이해 및 전문성, 답변의 구체성 및 성실성 등을 평가했다. 우수의원은 전체 모니터링단원의 평가서를 종합해 6회 이상 평가를 받았던 의원을 대상으로 총점이 가장 높은 의원 세명을 선정했다.

 

■ 시민이 바라본 의회
단원들 대부분은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시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열심히 한다, 공부도 많이 한다, 자료를 받고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을 텐데 전반적으로 자료검토와 감사준비를 성실히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냉정한 평가도 있었다. 감사자료 요청에 시간을 소요하는 문제, 단순 지적보다는 시정 비전에 알맞은 대안 제시의 필요성, 단답형 질문에 그치지 않고 피감기관으로 하여금 해결책을 찾도록 하는 정책질의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행정사무감사에서 핵심을 벗어난 장황한 발언을 하는 점, 자신의 지역구 민원 챙기기, 협소한 감사 진행 등도 지적했다.

 

이들은 결과보고서를 통해 “화성시의회에 활기와 열정을 불러일으켰으며, 집행부에 긴장감과 시민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고 예산집행이 돼야 하는 당위성을 일깨워 주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 부천시, 16년째 모니터링
부천시민연합은 16년간 부천시의회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시의원 평가를 실시해왔다. 부천시민들의 참여를 위해 현수막 게첨과 포스터 제작을 통해 부천시민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했고, 함께 강의도 듣고 방청활동과 속기록 분석 활동을 하면서 부천시민의정감시단 활동에 참여했다.

 

이들은 시의원 평가에 대해 “우리는 선거 후 우리가 뽑은 시의원들이 의회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너무 모르고 그런 가운데 다시 선거를 치루며 정당만 보고 선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며, “행감을 통해 시민의 대리인으로서 집행부를 향해 어떠한 질문으로 감사를 진행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시의원의 역량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행감 속기록 분석을 통해 시의원들의 활동을 평가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자 하며 이것이 평가의 이유”라고 밝혔다.

 

■ 단원 50명이 평가한 세종시
세종시민단체연대회의도 세종시민 50명을 모니터링단으로 구성했다.

 

이들 또한 매일 상임위원회별로 2∼4명의 모니터링 시민들이 감사장 현장과 의회TV 생중계 시청을 통해 행정사무감사를 살폈고, 모니터링 당일에는 오전 준비모임과 오후 평가모임을 통해 사전 준비에서부터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하고 소통하기까지의 과정을 가졌다.

 

의회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시민 소통, 코로나19 상황임에도 성실한 준비, 시정 전반에 대한 질의와 대안 제시 노력, 이석과 결석 없는 성실성 등을 높게 평가했다.

 

반면, 단순한 문제 제기가 많았고 날카로운 질의나 집중 추궁, 문제 개선 요구는 많지 않았던 점, 피감기관에 대한 정책감사로 이어지지 못한 점 등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회가 행감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굴하는 데에는 다소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피감기관은 감사 준비가 실국과 기관에 따라 큰 격차를 보였고 대체적으로 자료 준비는 양호했으나 답변 또한 실국과 기관에 따라 전문성과 성실성에서 차이가 컸다고 지적했다. 대체적으로는 업무 이해도가 낮고 전문성도 부족하며, 면피성 답변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도시성장본부와 경제산업국, 보건복지국, 농업정책 보좌관은 행정사무감사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집행부의 태도가 여전히 문제라고 봤다.

 

■ 개별현안 투쟁 넘어서야
완주군도 지난해 행감 때부터 주민들의 모니터링이 시도됐다. 신흥계곡 문제로 모인 ‘완주자연지킴이’ 회원들이 주축이 된 단체 ‘봄봄’과 완주군시민단체연대 측에서 행감 참관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모니터링 단체 활동이후 지난 7월 완주군의회는 지속적으로 활동해온 봄봄과 의회 방청제도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봄봄은 현 완주군의회 방청 개선을 위해 ▲실시간 온라인 방송 ▲방청 허가제에서 신고제 변경 ▲회의자료 제공 등을 요청했다.

 

당시 완주군의회 김재천 의장은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조직적인 모니터링이 처음이라서 초기에 혼란과 오해가 있었지만 이러한 주민들의 참여가 긍정적이라는 게 의회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모니터링으로 인해 의원들의 적극적인 의정 활동을 유도했다는 긍정적인 의회 자체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완주군 모니터링은 충돌로 시작됐다. 방청에 대한 세부적인 사안을 두고 봄봄은 의회와 갈등을 빚었다. 올해 들어 상임위 참관을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타지역과 달리 공식적인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 발표나 평가 내역 공개 등은 없었다. 개별현안에 대한 입장 발표만 몇차례 있었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의회 모니터링보다는 개별현안에 대한 단체 의지 관철이 주를 이룬 것으로 평가되며,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타지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