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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진심은 힘이 세다

[완주신문]2020년 말미, (가칭)완주청소년자치복합문화센터 관련 한바탕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금까지 학생들을 위한 교육시설 투자는 학교 시설이나 학습 공간으로 한정되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0명중 2, 3명인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공부가 아닌 다른 꿈과 장기를 가진 7~8명을 위한 다양한 공간에 대한 욕구가 학교와 마을 안팎에서 요구되고 있다. 사실 이런 요구는 10여년전부터 꾸준히 있어왔고 이제는 그 필요성이 폭발직전의 아우성이라는 것을 학부모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올해 삼례에 위치한 삼례중과 삼례여중의 통폐합으로 국가에서 적지 않은 지원금이 도교육청으로 내려왔다. 이 지원금은 삼례지역 아이들을 위해 쓰여질 예산이고 완주 교육을 위해 사용됨이 마땅한 예산이다. 완주교육청은 이 예산으로 공동화가 우려되는 삼례여중 터에 완주청소년들을 위한 자치복합문화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도교육청과 완주군과의 협업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센터 건립을 위한 위원회 구성 및 대응예산을 위한 완주군과의 MOU체결, 공간 활용 방법을 위한 학생 자치 모임까지 일년여의 노력 끝에 드디어 마지막 단계인 도의회 예산통과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그러나 심의마감 하루전날까지 센터관련 예산이 도의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사장될 현실에 완주의 학부모와 주민들은 절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의회 부의장, 교육위원장, 예결위원장, 의장 면담까지 진행하며 센터 건립의 필요성과 예산의 타당함을 전달했고 다음날 도의회 기자회견을 통해 예산 수립을 위한 협의와 노력을 다해달라 호소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의회는 총 예산의 40%정도인 20억원을 삭감, 삭감된 20억원은 추경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했다.

 

밤새 맘 졸이며 결과를 기다리던 완주 학부모와 주민은 자정이 다 되서야 확정된 결과에 이마저도 다행이라며 서로 토닥였다. 온전하지는 못했지만 학생들을 위한 공간을 지켜냈다고 못내 아쉬움을 녹였다. 하지만 이 무슨 청천벽력, 이번엔 완주군의회에서 센터관련 매칭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이 아닌가? 다시 군의회 의장과 지역구 군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이해와 설득을 시도했고 맘 졸이는 시간을 보낸 후 센터관련 매칭 예산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하지만 교육협력지구사업으로 예정된 지자체와 교육청과의 사업 예산은 대폭 삭감을 피해갈 수 없었다.

 

위와 같은 과정을 직접 겪으며 자치행정과 교육행정 간 소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 기관의 행정 방식은 매우 다르다. 사용하는 용어, 예산 편성과 집행의 방법, 적용법 등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서로에 대해 알아가려는 시도는 생각보다 적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해의 부족은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으로 쌓이고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방식과 태도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완주군 행정은 상당기간 우수 지차체로 선정될 만큼 여러 실적을 쌓아왔다. 이러한 결과가 완주군 공무원들의 노력과 헌신의 결과인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생각이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자만과 나는 틀리지 않는다는 아집으로 굳어져 지역주민과 협력만 시늉하고, 건강한 자정능력을 귀찮은 민원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이다. 또한 교육감의 직접 선출이후 교육 자치의 기틀을 튼튼하게 잡은 전북교육청과 자타공인 혁신교육 1번지인 완주교육청의 위상도 역시 교육공무원들의 노력과 헌신의 결과이다. 하지만 높은 자존감과 독립성이 소통이라는 지난한 민주적 절차를 업무적으로만 풀려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으면 한다. 

 

새해를 맞이하며 완주 자치행정과 교육행정간의 솔직하고 넓은 이해와 협력을 기대해본다. 진심은 아주 힘이 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