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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책]안수산에서 바라보는 가을 풍경

[완주신문]여름 끝자락에서 주춤주춤하는 사이에 가을은 이미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유난히 파란 하늘, 풍요로운 황금 들판, 그것들을 배경으로 서서 살랑거리는 코스모스 행렬까지 가을은 많은 그림을 그려 놓았다. 이런 가을 풍경을 보면 마음 한구석에 잠자고 있던 여행 본능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가을 풍경은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높은 곳에 올라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곳으로 떠올린 곳이 고산에 있는 안수산(安峀山, 556m)이다. 만경강이 굽이쳐 흐르는 고산 가을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시원한 맑은 날 안수산을 찾아 나섰다.

 

안수산은 완주군 고산면 소재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고산면 소재지에서 고산초등학교를 지나 오성교를 통해 만경강을 건넜다. 다리를 건너면서 바로 오른쪽 방향 만경강 제방 길로 들어섰다. 만경강 주변에도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얀 억새꽃과 달뿌리풀꽃이 어우러져 가을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름철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지금 시기라면 만경강 제방 길을 따라 걸으며 만경강 풍경을 즐겨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가지 않아 왼쪽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안수사(安峀寺)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농촌마을 풍경이 다 그렇겠지만 이곳 마을 역시 본격적인 추수가 시작되지 않아서 그런지 조용하다. 마을 골목을 지나는데 인적이 보이지 않는다. 마을을 지나 숲길을 따라 약 1km 정도 오르면 주차장이 나타난다. 약 10여 대 주차할 수 있는 작은 주차장이다. 

 

주차장 등산로 입구에는 안수사를 알리는 작은 표지석이 있다. 안수산 등산은 안수사를 찾아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수산 정상 바로 아래에 절이 있기 때문이다. 안수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등산로는 조금 거칠다. 안수산 여러 등산 코스 중에서 가장 단거리 등산로이면서 인공 설치물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사람들 발길이 이어져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라 느껴졌다. 돌계단 나무계단을 지나 숲길을 따라 올랐다. 서늘한 숲 기운이 전해진다. 기분 좋은 느낌이다. 들판에는 가을이 물들고 있는데 아직 숲 속은 큰 변화가 없다. 여름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산 중간쯤 오르면 그제서야 나무 사이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만경강이 감싸고돌아 흐르는 고산 소재지의 평온한 풍경이 아름답다. 중간중간 열린 공간으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오르면 안수사에 도착한다. 커다란 암벽 아래 웅크리고 있는 아담한 절이다. 안수사는 작지만 아름다운 절이다.

 

특히 마당 끝에 서있는 느티나무 풍경이 인상적이다. 거북바위 아래에는 안수다헌(安峀茶軒) 찻집이 있다. 안수사를 찾는 사람들이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안수사를 돌아보고 왼쪽 등산로를 이용해서 절 뒤편 봉우리에 올랐다. 절에 올라올 때보다 길이 더 험하다. 로프에 몸을 의지하며 조심스럽게 봉우리에 올랐다. 봉우리에 오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맑은 날씨 덕분에 고산 풍경은 물론 그 주변까지 훤히 보인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고산 소재지 풍경, 소재지를 감싸고 흐르는 만경강 물줄기, 그 주변에 넓게 펼쳐진 황금빛으로 물든 고산 들판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그림이다. 안수산에서 바라본 고산 가을 풍경,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