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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책]여름을 걷다, 위봉폭포

[완주신문]여름으로 들어서면서 또 하나 복병을 만났다. 코로나19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데 이번에는 장마가 합세해서 어렵게 한다. 이럴 때는 몸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상수(上手)이다. 자연에 대한 도전은 무모하기 때문이다. 가능한 활동 범위를 최소화하고 장마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장마와 함께 태풍이 한차례 지나가고, 역대 장마 기간 최장 기록인 49일을 넘기고서야 장마 기세가 누그러졌다. 이제는 움직여도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분위기 전환을 할 겸 위봉폭포를 찾아 나섰다. 여름을 걷기 위해서였다.

 

위봉폭포는 완주 소양면에 있다. 소양면 소재지를 지나 송광사 앞을 지나다가 잠시 방향을 바꾸었다. 이곳을 지날 때면 언제나 그렇듯이 송광사에 잠시 들리고 싶었다. 장마가 오기 전에 화사하게 꽃을 피웠던 연지에는 연자(蓮子)가 여물어가고 있다. 송광사는 긴 장마에도 흔들리지 않고 전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여전하다. 다행이다. 송광사를 나와 다시 가던 방향을 찾았다. BTS가 다녀간 오성한옥마을을 끼고 고개를 넘는다. 몇 구비를 돌아서 고개에 오르면 위봉산성이 맞이한다. 도로 양편으로 산성이 일부 복원되어 있다. 잠시 길 옆 공터에 차를 세우고 산성을 돌아보았다. 위봉산성은 조선 숙종 원년(1675)에 세웠다. 위봉산성 내에 행궁을 짓고 유사시 전주 경기전에 있는 태조 어진을 모시기 위해 지은 성이다. 위봉마을을 감싸고 있는 봉우리 능선을 따라 그 길이는 8539m이지만 현재는 일부 구간만 복원되었다. 위봉산성에는 동, 서, 북문 3개가 있었는데 서문만 복원되었다. 당시 성문 구조를 볼 수 있고, 성벽 위를 걸어볼 수 있다. 최근에 BTS가 다녀갔다는 안내 표지판도 보인다. 길 건너편 복원된 성벽 옆으로 숲길이 보인다. 임도 숲길이다. 계획을 바꾸어 차를 이곳에 두고 걷기로 했다. 장마 때문인지 임도 가운데 풀이 많이 자랐다. 넓은 길이라서 불편하지는 않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숲길로 들어서면 상쾌하다. 숲 향기 그윽한 숲길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숲길을 걸으며 다양한 식물도 만났다. 싸리꽃, 원추리꽃, 누리장나무꽃, 사위질빵꽃, 산딸기 등. 여름 숲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1km 정도의 숲길의 끝에 마을 체험장이 나온다. 위봉마을에서 운영하는 체험장이다. 숙박과 함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장을 나와 마을 골목길을 따라 위봉사로 향했다. 마을 골목은 위봉사 주차장과 이어져 있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일주문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계단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위봉사는 산지 가람이면서 평지 가람에서 흔히 보는 일주문과 사천왕문, 누각이 일자형 배치를 하고 있다. 계단을 올라 세 개의 문을 지나면 보물 제608호인 보광명전이 눈에 들어온다. 위봉사는 언제 찾아도 조용하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절 마당 가운데 있는 소나무와 보광명전 앞에 있는 배롱나무가 인상적이다. 배롱나무꽃이 활짝 핀 풍경이 예쁘다. 

 

위봉사를 나와 동상면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작은 터널을 지난다. 터널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위봉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위봉폭포는 예부터 완산 8경의 하나로 불리던 곳이다. 그만큼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의미이다. 폭포 전체 높이가 약 60m 정도이면서 2단으로 되어 있다. 1단 폭포는 가늘지만 긴 여운을 남기며 떨어진다. 잠시 머물렀던 물줄기는 힘찬 물줄기가 되어 2단 폭포를 이룬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라서 더 아름답다. 시원한 폭포 물줄기를 감상하면서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일시에 해소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