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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책]연꽃향기 그윽한 홍련암 가는 길

[완주신문]장마철로 접어들면서 연일 비 소식이 이어진다. 코로나19 상황이 녹녹치 않아 외부 활동이 자유스럽지 못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욱더 어렵게 만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쾌청한 날은 아니지만 야외활동하기 좋은 날씨도 잠깐씩 주어진다. 그런 시간을 이용해서 번개 모임 하듯이 비봉면에 있는 홍련암을 다녀왔다.

 

홍련암은 비봉면에 있는 작은 암자이다. 이름에서 느끼듯이 홍련이 아름다운 곳이다. 비봉면 소재지를 지나 원내월마을로 들어서면 마을 끝자락에서 만날 수 있다. 마을 안에 있는 암자라서 쉽게 구분되지 않았다. 마을길 담장에 기대어 서 있는 홍련암 표지판이 암자라는 유일한 단서였다. 암자는 특별한 형식을 갖추지 않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단순하고 단출하다. 일반적인 절이 갖추고 있는 무슨무슨 문도 없다. 담장 한 쪽을 터놓고 출입구로 쓰고 있을 뿐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작은 연못이 눈길을 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연지이다.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작은 연지로도 감동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련암에 오기 전에는 연꽃은 그래도 큰 연지가 있는 곳에서 보아야 제대로 연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반전이었다. 여러 생각할 틈도 없이 연지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연꽃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작은 연지에서 한참을 놀았다.

 

연지에서 일어나 암자를 둘러보았다. 암자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 외에는 고요 그 자체였다. 연지 옆에 있는 건물 한 채 외에는 다른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건물 마루 굳게 닫힌 여닫이문에 만(卍)자 문양이 있는 것을 보니 법당이려니 생각했다. 마당에 있는 작은 화단에는 자연석을 주섬주섬 올려놓은 탑이 하나 있다. 잘 다듬은 탑을 대신해서 세운 것으로 보였다. 옆집이 건너다 보이는 담장 옆에는 장독대가 가지런하다. 장독대를 보면 그 집 살림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그리 큰 살림은 아닌 것 같다. 고향집에 있는 장독대 크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돗가에는 옛 우물도 그대로 남아 있다. 

 

암자를 한 바퀴 찬찬히 다 돌아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연지 위쪽 언덕 대나무 숲 사이로 돌계단이 보인다. 계단에는 나뭇잎 하나 없이 정갈하다. 계단 끝 너머로 불당이 보인다. 아래에서 보았던 집은 불당이 아니라 요사채였다는 것을 그때 눈치챘다. 불당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소리와 함께 건너편에 있는 승탑 한 기와 아담한 흙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으로는 큰 연지가 또 하나 있다. 연지는 수봉산(426.5m)에서 흘러내린 맑은 계곡물을 받아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맑고 깨끗하다. 마침 연꽃이 한창 피는 시기라서 화사하니 예쁘다. 암자 이름에서 예상했듯이 연지에는 홍련이 가득하다. 연한 붉은빛 연꽃은 홍련암 전체를 밝게 해주는 등불 역할을 한다. 약간 흐린 날씨였지만 눈이 부실 정도이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살짝 비출 때 활짝 핀 연꽃잎은 햇빛을 걸러 부드럽게 해준다. 햇빛이 지나간 연꽃잎에는 은은함이 새겨졌다.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맑은 날 다시 찾아오라는 신호인가 보다. 활짝 핀 연꽃을 모델 삼아 연지에서 꽤 긴 시간을 보냈다. 왜 연꽃이 필 때 홍련암을 찾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았다. 

 

처음 찾은 홍련암인데 참 매력이 있다. 마을 끝자락에 자리 잡은 소담한 암자이지만 고즈넉함이 있다. 마을 이웃집 같은 편안함이 있는 곳이다. 비가 갠 직후에, 파란 하늘을 배경 삼을 수 있는 날 다시 한번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