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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책]만경강 발원지 밤샘 가는 길

[완주신문]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은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에 있다. 옛날 같으면 오지 중의 오지라서 밤샘을 찾아가는 길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겠지만 도로 사정이 좋아진 요즘은 밤샘 앞까지 승용차를 이용해 들어갈 수 있다. 그 덕분에 그 앞으로 지날 기회가 있으면 잠시 들렀다 가곤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밤샘 탐방이 목적이 아니고 다른 일이 있어 왔다가 밤샘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밤샘 입구에 있는 밤티마을에서 밤샘까지 거리는 약 1.5km 정도이다. 가볍게 걷기 좋은 거리이다. 밤샘 앞까지 승용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지만 매번 걷기를 즐긴다. 천천히 걸어야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운동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 성과가 있다. 밤샘 가는 길 입구에 들어서니 복사꽃이 반긴다. 밤샘 가는 길에 복숭아나무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복사꽃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 번 밤샘을 찾았지만 이른 봄철에 찾았던 적은 없었나 보다. 산에는 이제 막 잎들이 올라오고 있다. 여름에는 나뭇잎이 하늘을 가려 땅만 보고 걸을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사방이 다 트여 산 풍경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산에는 산벚꽃이 활짝 피어 예쁘다. 막 올라온 나뭇잎 색과 어울려 봄빛으로 물들고 있다. 

 

밤샘 가는 길은 그리 멀지는 않지만 계속 오르막길이다. 오르막길은 경사가 심하지 않더라도 너무 무리하게 오르면 지친다. 이런 길일수록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살피며 걸어야 재미있다. 나무도 관찰하고 풀도 보면서 걷는다. 운이 좋으면 곤충도 만난다. 귀를 기울이고 걷다 보면 새소리, 벌레소리도 들을 수 있다. 산에는 산벚꽃이 활짝 피었다면 길가에는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었다. 개별꽃은 길 가운데 위험하게 자리 잡고 꽃을 피웠다. 차가 한 번씩 지나는 길이라서 힘들었을텐데 용케 잘 자라서 꽃을 예쁘게 피웠다. 흰색, 자주색 제비꽃은 가장 개체 수가 많아 보였다. 입구부터 밤샘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따라온다. 길 옆 산에는 산괴불주머니꽃이 보인다. 이 꽃을 처음 보았을 때 현호색과 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현호색과 식물이었다. 괴불주머니는 비단 조각을 삼각형으로 접어 이어 만든 어린이용 노리개인데 괴불이 벽사(辟邪)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노리개로 사용했다고 한다. 꽃 모양이 마치 괴불주머니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양지꽃도 드문드문 있다. 이런저런 꽃 구경을 하느라 심심하지 않다. 꽃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밤샘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밤샘 바로 앞에는 편백나무숲이 있는데 편백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완주군에서 만경강 발원지 가는 길 정비를 하면서 만경강 발원샘 입구 표지판도 새로 교체했다. 앞전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산뜻해졌다. 만경강 발원샘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늪지를 건너는 다리도 보완했다. 이전에는 나무줄기를 모아 다리로 사용했었는데 이제는 안전한 다리가 되었다. 밤샘을 가기 위해서는 편백숲을 살짝 돌아가야 한다. 편백숲 늪지는 아직 그대로이다. 이곳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완주군에서도 아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군에서 토지를 매입해서 밤샘 주변을 정리할 계획이란다. 만경강 발원샘 표지판은 새롭게 바뀌었지만 밤샘 역시 이전 상태와 달라진 것이 없다. 만경강의 발원샘 치고는 초라하다. 금강의 발원지인 장수의 뜬봉샘이나 섬진강 발원지인 진안 데미샘 정도로 최소한의 손을 보았으면 좋겠다. 빠른 시간 안에 정비되어 밤샘이 생태관광지로 활용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