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올해 1월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지 외 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 혜택과 더불어 기부금의 30% 내에서 지역특산품, 지역사랑상품권 등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이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답례품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국내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제 추진 현황과 고향사랑기부제 원조인 일본 고향납세 제도를 살펴보고 고향사랑기부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본다.<편집자 주>
10만원 내면 13만원 돌려받아
지역의 재정 확충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전국 자치단체가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민등록상 거주지(기초+광역)를 제외한 지역에 1인당 연간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기부자에게는 10만 원까지 100% 세액공제, 10만 원 초과분은 16.5% 세액공제를 해준다. 여기에 기부금의 30% 한도 내 답례품까지 제공한다. 기부는 농협을 방문해 결제하거나 온라인 고항사랑e음(ilovegohyang.go.kr)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당진시에서는 지난 18일 기준 총 302건의 기부가 이어졌다. 지난 5개월 동안 기부에 참여한 사람은 276명, 기부액은 약 2380만 원을 모금했다. 고액기부자 기준은 지자체마다 다른데, 당진시는 500만 원 기부자를 고액기부자로 두고 있다. 현재까지 고액기부자는 3명으로, 당진시는 대부분 10만 원 내의 소액기부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고향사랑기부제 업무를 담당하는 박민석 당진시 홍보협력담당관 대외협력팀장은 “올해는 제도가 연착륙하는 시기로,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연말정산시 세액공제 혜택이 있기에 점차 기부 참여가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답례품 계속 업데이트 예정”
당진시는 지난해 2000만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기부자에게 제공할 답례품을 개발하고 홍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당진시는 답례품으로 쌀·사과·배·한우 등 농축특산물과 가공식품, 생활용품, 관광서비스 등 41개 품목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당진사랑상품권과 함상공원 및 해양체험관 입장권, 드론자격증 과정 수강권 등도 있다.
답례품은 기부에 따라서 제공되는 포인트로 선택하면 된다. 박민석 팀장은 “10만 원 안팎의 기부자가 많은 만큼 답례품도 3만 원 내 선택이 많다”며 “그 중 참기름·들기름, 청국장·된장과 같은 식품군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답례품은 계속해서 추가될 예정이다. 박 팀장은 “현재 1차 공모를 통해 30개 업체로부터 100여 가지 세부 상품이 등록돼 있다”며 “앞으로 2차·3차 공모를 진행해 답례품 선정위원회를 열고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 복리 증진에 기금 사용
고향사랑기부금은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한 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다. 법령에 따르면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 △시민참여·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에 주민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에 사용해야 한다.
지자체별로 지역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사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당진시는 올해 기금은 전액 예치하고, 이후 2024년부터 기부금을 운용할 계획으로,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사용처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고향납세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은 기부 분야를 선택하는 ‘분야선택형’과 지자체에서 발굴한 프로젝트에 기부를 의뢰하는 ‘크라우드 펀딩형’ 등으로 기부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당진시 역시 일본을 벤치마킹한 만큼 향후 크라우드 펀딩 등 기부금 사용처 발굴을 과제로 안고 있다. 당진시는 고향사랑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아이디어 공모를 생각하고 있다.
“현행 제도 과도한 규제 개선 필요”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향납세 제도를 도입한 일본을 보며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개선할 점도 많다.
최근 국회와 각 지자체 안팎에서는 현행 제도 규제가 너무 강해 지자체 간 자율성을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우선 홍보 방법이 크게 제한돼 있다. 현행법은 지자체가 신문·방송 등 일부 광고매체를 이용한 홍보만 하도록 허용할 뿐 전화·서신·문자메시지는 물론 향우회 등을 통한 기부 권유도 제약한다. 제한적인 기부금 사용 목적, 연간 기부 금액 상한 500만원 제한, 낮은 세액공제 수준 등도 제도 활성화의 제약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에 따라 구성된 단일 온라인 플랫폼 ‘고향사랑e음’ 사용에 대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고향사랑e음 구축에 약 70억을 들였다. 그러나 아직 홈페이지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고 계좌이체와 신용카드뿐인 결제 방식 등 기부 과정이 편리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어르신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기부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오프라인으로 NH농협은행과 지역 농·축협 창구에서도 기부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답례품 신청은 고향사랑e음에서 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제도적 한계 극복 관건
제도 자체의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수도권 지역을 포함해 광역시까지 전국 모든 지자체가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김정숙 순창군의원은 “고향사랑기부제 취지가 인구소멸 위기를 겪는 지방에 재정을 확충해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도모코자 함인데, 인구감소 및 지역소멸 지역과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 등 대도시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인구 감소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지방소멸 위기 가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사는 지역에는 기부할 수 없다는 점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당진이 고향이면서 당진에 살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자기 고향에 기부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에 기부해야 하는 것이다. 고향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사는 지역에 기부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제도 취지가 변질되지 않도록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도 조심해야 한다. 기부금 규모가 단체장의 치적으로 변질돼 과도한 모금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 자발적인 고향사랑 실천과 기부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공무원의 모금 권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초기부터 기부금 유치를 위한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공무원들에게 기부와 실적을 강요하는 등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간 모금 격차가 심화하면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을 부추기고 지역 양극화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연합취재단
<보도 순서>
1. 청양군
2. 당진시
3. 사천시
4. 일본 아사히카와 상(上)
5. 일본 아사히카와 하(下)
6. 일본 몬베츠 상(上)
7. 일본 몬베츠 하(下)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을 받아 국내 7개 지역신문(청양신문·당진시대·뉴스사천·고성신문·광양신문·무주신문·주간함양)이 연합취재·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