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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상관면 의료폐기물 소각장 분쟁

업체, 지난해말 재신청 등 포기 안해
주민, 비상대책위 결성 후 저지 투쟁
환경청, 산지관리법 등 부적격 판정

[완주신문]상관면이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무산된 줄 알았던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립이 재시도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업체는 사업계획서를 보완해 지난해말 다시 의료폐기물 소각장 설립을 신청했다. 하지만 전북지방환경청은 지난 3일 업체의 상관면 의료폐기물 소각장 재신청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소각장 건립 시도 때문에 상관면 주민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에 그간 진행상황 등을 정리해 살펴봤다.

■ 격리・위해・일반 모두 처리
업체에서 계획한 소각장에서는 격리, 위해, 일반 의료폐기물 모두를 처리할 수 있다.

 

격리 의료폐기물은 감염병으로부터 타인을 보호가기 위해 격리된 사람에 대한 의료행위에서 발생한 일체를 말하며, 위해 의료폐기물은 조직・장기・기관・신체의 일부, 동물 사체, 혈액・고름, 배양액, 배양용기, 주사바늘, 봉합바늘, 수술용 칼날, 한방침, 폐백신, 폐항암제, 폐화학치료제 등을 말한다. 일반 의료폐기물은 혈액・체액・분비물・배설물이 함유된 붕대, 거즈 등이다.

 

의료폐기물은 종류별로 전용용기에 넣어 보관해야 하며, 취급 시 주의사항을 표시한다. 위험성 때문에 배출에서 소각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를 요하며, 섭씨 4도 이하 냉장시설이나 밀폐된 전용창고에 보관하고 냉장설비를 갖춘 전용 차량으로 수집・운반해야 한다. 특히 격리 의료폐기물은 2일, 그 외는 5일 이내에 소각처리를 완료해야 된다.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지정폐기물 소각장은 전국에 14개소로 지역별로 편중되게 배치돼 장거리 운반을 하고 있다. 

 

처리비용은 2010년 톤당 51만원에서 2019년 100만원으로 10년동안 두배 가까이 올랐다. 산업활동이 위축된 시기를 제외하면 폐기물 발생량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폐기물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처리업체의 수익성이 우수하다.

 

특히 경기변동에 관계없이 매출이 안정적이다. 이에 허가만 따내면 ‘대박’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 소각장 반대 비대위 결성
의료폐기물 소각장에 대한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5월 18일 전북지방환경청에서 완주군에 업체의 사업계획서 접수에 따른 법령 검토를 요청하면서부터다.

 

업체에서 계획한 소각장 시설용량은 일일 48톤이다.

 

의료폐기물 소각장에 대한 허가권은 환경청에 있으며, 완주군은 관련 법령 검토 권한만 있다.

 

소식이 알려지자 상관면 주민들은 ‘상관면 의료폐기물 소각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대응을 시작했다. 지난해 6월 1일 주민궐기대회를 시작으로 전북도청과 전북지방환경청을 항의 방문하고 반대 탄원서를 완주군에 제출했다. 이후 지난해 7월 1일 전북지방환경청에서 소각장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 환경청에 불허가 촉구
이날 집회에는 상관면 주민들과 인근에 위치한 한일장신대 교직원과 학생, 환경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환경청에 “주민건강을 위협하는 의료폐기물 소각장 설치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행정구역간 경계지역에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며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이 들어서면 상관면 뿐만 아니라 전주시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들은 “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주민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소각장 신청을 즉각 불허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 환경영향평가 필요 반려
완주군은 지난해 6월 11일 환경청에 별도 사업장 설치・운영,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필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업체 측에서 계획한 소각장 부지에는 이미 건설폐기물과 임목폐기물 등 재활용업을 하고 있다.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중간처분업으로 별도의 사업장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제59조(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 따라 계획관리지역 1만㎡이상으로 소규모환경평가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환경청은 완주군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7월 8일 업체의 사업계획 신청을 반려했다.

 

■ 삶의 터전 붕괴 우려
이때 주민들의 집단 민원도 반영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소각장 입후보지 160m이내에 새터민 정착촌과 요양원이 있고 500m이내에 신흥마을(64세대)과 한일장신대학교가 있다. 800m이내에는 아파트를 포함한 상관면 인구 절반(2000여명)이 살고 있는 주택지가 있다.

 

이에 주민들은 “주민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주민 이탈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상관면은 농산물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가가 많으며, 상관저수지와 편백숲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에 주민들은 “만약 의료폐기물을 들여와 소각시설을 건설하면 상관면 청정 이미지를 훼손하고 농산물 가격 하락과 완주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뻔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전에 주민 동의절차를 구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주민 동의 없는 소각장 설치는 절대 불가하다”고 밝혔다.

 

■ 완주군의회도 반대 결의
완주군의회도 나섰다.

 

지난해 6월 2일 완주군의회는 제260회 제1차 정례회에서 의료폐기물 소각장 설치 반대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환경부와 전북지방환경청 등에 결의문을 송부했다.

 

대표발의자로 나선 최등원 부의장은 “완주군 상관지역 청정자연을 파괴하고 주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의료폐기물 소각장 설치를 강력 규탄하며, 설치 반대에 대해 결의한다”고 선언했다.

 

의회는 “의료폐기물은 보건·의료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인체에 감염 등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폐기물과 인체조직 등 적출물, 실험동물의 사체 등 보건·환경 보호 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폐기물”이라며, “소각장이 편백숲이 자리 잡은 상관면 일원에 설치된다는 소식은 지역사회의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폐기물의 경우 수집·운반·보관과정에서 2차 세균감염의 위험성이 크고 소각과정에 발생하는 다이옥신과 같은 1급 발암물질과 염화수소, 소각재 등의 환경오염 물질의 발생시킬 위험성이 매우 높아, 지역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주민건강을 위협하는 등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2019년 기준 올바로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전북지역 1일 배출량은 24.6톤이고, 완주지역은 0.4톤에 불과해 타지역에서 발생된 격리의료폐기물 및 위해의료폐기물 등 기피성 의료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소각장을 완주군에 설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 군수, “주민과 함께 하겠다”
하지만 업체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해말 사업계획서를 보완해 다시 소각장 설치 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환경청은 지난해 12월 24일 완주군에 법령 검토를 요청했다. 회신 기한은 지난달 21일로, 완주군은 산지관리법, 하천점용허가, 재해영향평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회신했다.

 

아울러 주거지, 요양원의 피해와 사업장소가 분지형태로 대기 정체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가 있다는 주민 의견도 첨부했다.

 

박성일 완주군수도 지난달 17일 상관면 연초방문 시 의료폐기물 소각장에 대해 “주민과 뜻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