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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정체성 찾기12]가야 최첨단 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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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왕국 전략적 요충지

[완주신문]봉수는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소식을 전하던 통신제도이다. 지금처럼 통신시설이 발달하기 전 국경의 상황을 중앙에 알리기 위해 사용되는 국가의 기반시설이었다. 조선은 고려의 봉수제도를 계승발전 시켜 활용하였는데 5개의 봉수로가 있었고 종착지는 남산이었다. 조선의 5봉수로와 전혀 관련이 없는 완주에서 삼국시대의 봉수와 산성이 발견되었다.

 

2018년 만경강 유역인 탄현, 봉수대산 등에서 10개소의 봉수가 발견되었고 탄현봉수는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탄현 봉수는 삼국시대 관방체계의 연구를 위한 중요한 유적으로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뛰어나기 때문에 도지정문화재가 될 수 있었다. 탄현봉수를 조사한 가야문화연구소와 전주문화유산연구원은 완주-진안(금산)-장수를 잇는 봉수로 추정하고 있다. 천호산성 봉수대에서 시작한 봉수는 탄현봉수대, 운암산 봉수대를 거쳐 장수로 향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봉수대는 4km의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보통은 산성과 세트를 이루고 있다. 완주에서 발견되는 산성과 봉수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건설되었을까?

 

 

완주의 제철유적지
산성과 봉수가 발견되는 주변에는 공통적으로 제철유적지가 존재한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신흥계곡의 제철지도 주변에 서래봉과 불명산 봉수를 거느리고 있다. 제철지는 철을 생산하고 버리는 모든 작업공정을 포함한 제철유적을 말한다. 제철로, 제련로, 단야로, 대장간, 풀무, 야적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신흥계곡 제철지에서는 철을 생산할 때 나오는 슬래그더미를 비롯해서 불 먹인 철광석, 숙소, 가마터 등이 발견되어 신흥계곡에 대단위 제철공장이 있었을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현재 완주군에는 봉수10개, 산성9개, 제철유적35개가 있으며, 이 중 43개소에 대한 기초 조사를 마친 상태다. 

 

삼국시대의 국력은 강철을 얼마나 생산하느냐로 결정되었다. 국력의 척도인 ‘철’을 만드는 제철유적지가 완주에서만 35개나 발견되었다는 것은 삼국시대부터 완주가 최첨단 산업단지였음을 증명한다. 만경강변의 용진 상운리와 삼례 수계리의 신포, 장포에서도 초기 철기시대의 많은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었다. 상운리와 수계리의 유적지를 통해 제철지에서 생산된 철이 상운리에서 가공되어, 만경강을 통해 신포와 장포에서 유통되었음을 알 수 있다. 완주에서 발견되는 봉수와 산성은 아마도 철을 생산하는 제철지를 지키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가야의 전략적 요충지
가야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는 우리입장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기록을 참고 할 수밖에 없다.  봉수대를 운영했던 철의 왕국 가야에 대한 기록은 일본서기에 나타난다. 일본서기 계체기 8년(514)조 기사에 “반파(伴跛)는 자탄(子呑)과 대사(帶沙)에 성을 쌓아 만해(滿奚)에 이어지게 하고, 봉수대와 저택을 설치하여 백제 및 왜국에 대비했다. 또한 이열비(爾列比)와 마수비(麻須比)에 성을 쌓아 마차해(麻且奚) 및 추봉(推封)에까지 뻗치고 사졸과 병기를 모아서 신라를 핍박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통설은 이 반파가야가 고령, 혹은 합천 등 경상도 지역이라 비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야지역으로 알고 있는 경남, 경북, 전남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봉수와 제철유적이 전북지역에서 확인되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관심을 반영하는 사례가 완주에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설치된 것이다.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가 전북지역에 있는 가야유적에 대한 연구이다.

 

반파가야로 비정되기 위해서는 삼국시대의 봉수가 발견되어야 하고, 여러 갈래 봉수로의 종착지여야 하며, 종착지에 가야의 고총이 밀집되어 있어야 한다고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 곽장근 교수는 이야기 한다. 최근 장수에서 발견된 가야의 고총이 국가 사적지가 되었다. 완주에서 시작된 봉수로의 종착지는 장수이다. 반파가야로 비정될 모든 조건이 장수에 있다. 장수가 반파가야라면 완주는 반파가야와 백제의 국경지역으로 철을 생산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장수가야가 반파가야임을 입증할 일은 전문가들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완벽한 뉴스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 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건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장기전이고, 지속해서 진행해야 할 과제이다.

 

 

가야유적의 활용법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지금 여기까지의 자료를 활용할 방법은 무엇일까?’이다. 일단 봉수대 둘레길도 만들고 철의 왕국 가야 아카데미도 열며, 만경강의 가치를 알릴 만경강해설사도 배출하면 좋겠다. 완주는 엄청난 가능성과 많은 자료 그리고 여기저기 귀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저평가되어 있다. 이제 다양한 자료와 자원을 하나로 엮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완주역사박물관’이 될 수도 있겠다.

 

지역민들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자원이 무엇이며 이들의 가치가 어떠한지 알려야 한다.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품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자원이라도 잊힌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지금부터 해 보자. 그래야 우리가 가진 유산이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