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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책]화암사 봄꽃향기를 찾아서

[완주신문]몇차례 기온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더니 슬며시 봄이 고개를 내민다. 잘 알겠지만, 가을은 하늘에서 스멀스멀 내려오지만 봄은 언 땅이 풀리면 그 틈새를 비집고 나와 겨울이 떠났음을 알린다. 이 시기가 되면 SNS에서는 연일 봄꽃 소식을 전한다.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하는 꽃들이 여럿 있는데 대표적인 꽃에는 복수초, 바람꽃, 노루귀, 얼레지 등이 있다. 완주군에서 이런 꽃들을 볼 수 있는 곳은 경천면 불명산에 있는 화암사이다.

 

 

봄꽃을 보기 위해 나선 날, 유난히 안개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봉동, 고산을 지나 경천면 소재지를 거쳐 화암사로 가는 마을길로 들어섰다. 오전 10시가 되었는데 아직도 안개는 꿈쩍하지 않는다. 요동마을 입구에 서 있는 시무나무가 어렴풋이 보인다. 파란 하늘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안갯속에 잠긴 몽환적인 분위기도 썩 괜찮아 보인다. 익숙한 것은 편안해서 좋지만 새로운 것은 신선함이 있어 좋다. 

 

 

요동마을을 지나 화암사 주차장까지 가지 않고, 숲 입구에 있는 연화공주정원부터 걷기로 했다. 봄꽃 구경을 하려면 안개가 걷히는 시간이 필요해서 숲길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낼 요량이었다. 연화공주정원에는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지는 않아 보인다. 길은 사람들이 반복해서 다닐 때 길다워 지는데 아직은 거칠다. 그래서 자연스러워 보인다. 숲길을 얼마 걷지 않았는데 안개가 빠른 속도로 먼 숲속으로 달아난다. 해가 환하게 올라오면 안개는 그렇게 소리 없이 순식간에 흩어진다. 안개가 흩어진 숲길은 아직도 촉촉한 기운이 느껴진다. 은은한 꽃향기도 함께 전해온다. 주위를 돌아보니 하얀 꽃이 눈에 띈다. 길마가지나무 꽃이다. 가느다란 가지에 향기가 올망졸망 달려 있다. 길마가지나무는 이른 봄에 향기로 봄이 왔음을 전해준다. 

 

 

연화공주정원 숲길은 주차장으로 이어진다. 주차장으로 오르는 언덕에 봄까치꽃이 점, 점, 점 피어 있다. 맑은 하늘빛이 내려와 꽃잎에 물들었는지 선명한 파란색 꽃잎이 예쁘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화암사로 오르는 숲길로 들어서려는데,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이 보인다. 개암나무 수꽃이었다. 개암나무는 한 가지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다. 길게 늘어진 것이 수꽃이고, 암꽃은 작아 잘 보이질 않는다. 팥알 크기의 별 모양을 한 붉은색 꽃이 암꽃이다. 

 

 

주차장에서 화암사까지는 900여m 정도 된다. 천천히 걸어도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가능한 여유를 가지고 걸으려고 한다. 이번에도 큰길을 두고 좁은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화암사 가는 숲길에는 복수초를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산책로가 있는데, 2월부터 피기 시작한 복수초꽃이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복수초꽃은 일찍 꽃을 피우기 때문에 가끔씩 눈 속에서 핀 꽃을 만나기도 한다. 복수초 산책로를 빠져나와 등산로를 따라가는데, 길가에 익숙한 꽃무리를 발견했다. 이 시기에 많이 볼 수 있는 꽃 중의 하나가 현호색꽃인데 아직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화암사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꽃은 얼레지꽃이다. 주차장부터 시작해서 화암사까지 얼레지가 자생하고 있어 봄이 찾아오면 숲길은 얼레지꽃으로 물결친다. 매년 얼레지꽃이 가장 먼저 피는 곳은 화암사 바로 아래쪽에 있는 철 계단 부근이다. 이미 철 계단 옆에는 얼레지꽃이 피기 시작했다. 얼레지꽃은 꽃잎을 닫고 있다가 햇빛을 따스하게 비추어줄 때 꽃잎을 활짝 열어준다. 해가 올라온 이후에 찾아야 예쁜 꽃을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꽃 상태가 좋아 보인다. 올해는 예쁜 얼레지꽃을 충분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철 계단을 따라 화암사에 오르면 누각이 보인다. 우화루(雨花樓)다. 꽃비가 내리는 누각이라는 뜻이다. 우화루 앞에는 매실나무 한 그루가 있다. 지금 막 꽃망울을 하나씩 터트리고 있어 곧 꽃비 내리는 풍경을 볼 수 있겠다. 우화루 옆 사랑채 마당에 있는 목단 한 그루.  봄꽃이 지고 나면 목단꽃이 화려한 자태를 뽐낼 것이다. 주변에 꽃이 풍성해서 아름다운 화암사. 목단꽃이 질 때까지는 자주 화암사를 찾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