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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새마을회, 봉사단체 맞아요?

[완주신문]지난달 25일 완주군의회는 새마을회관 건립비 지원을 명시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새마을회 지원에 대한 논란은 그 역사만큼이나 뿌리 깊다. 이미 2003년 새마을회관 건립지원사업을 추진하는 39개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민단체들이 선정하는 ‘밑 빠진 독 상’의 27번째 수상자가 되어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지목된 바 있다. 그 때로부터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지금 완주에서 되풀이 되는 논란의 배경에는 완주군수의 공약과 그것을 엄호하려는 민주당론이 놓여있다. 지역의 정치권이 지난 선거에서 새마을회와 어떤 인연을 맺었는지 다가올 내년도 선거에서 어떤 인연을 맺으려 하고 있는지는 장막 뒤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거론하지 않으려한다. 다만 이 단체가 어떤 단체인가에 대해서 한번 짚고 가려고 한다. 일선에서 새마을지도자로, 새마을부녀회로 얼마나 열심히 활동했는데, 우리를 극복되어야 할 잔재라 부르느냐는 항변도 곧잘 들려오고 ‘우리는 관변단체가 아니라 순수 봉사단체’라는 주장도 심심찮게 마주치기 때문이다. 

 

새마을회에 대한 지원의 물꼬를 튼 ‘새마을운동조직 육성법’은 목적을 다루는 그 1조에서 ‘국민의 자발적 운동에 의하여 조직’되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이 국가 보위 입법회의라는 자의적 기구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정통성이 없는 정권이 국민을 동원하여 자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로 기획된 것이다. 태생부터 정권의 이해관계에 맞춰 구성된 것이다보니 권력에 의해 동원되어 정책 관련 홍보나 캠페인에 나서거나 선거철에 음성적으로 동원되는 통로가 되어 문제가 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게 권력의 비호와 지원으로 몸집을 키워온 새마을회가 순수 봉사단체를 자처하는 것이 과연 정직한 자기규정일까?

 

봉사란 무엇인가? 자신이 하는 일에 금전적 이해관계를 결부시키지 않고 스스로 우러나서 하는 일 아닐까? 완주군 새마을회는 올 한해에만 사업비, 교육비, 보험료, 장학금에 더해 회관 건립비로 무려 2억4천만원을 지원받는다. 다른 사회단체 수십 개가 받는 지원금의 70%에 맞먹는 액수를 1개 단체가 독식하는 셈이다. 이 정도면 순수한 봉사단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관에 의존하는 구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단체가 하는 일을 봐도 그렇다. 새마을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 자녀 더 낳기, 손 씻기, 에너지 아껴쓰기, 태극기 달기, 쓰레기 분리수거 등 여러 가지 캠페인 활동을 벌였다. 헌옷 재활용, 김장 나눔, 유해 식물 제거, 농약병 수거 등의 활동도 하였다. 이런 활동을 불필요하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시행할 부분을 보조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정말 필요하다면 정부나 지자체가 그에 걸맞는 비용을 들여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당사자에게 정당한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단체에 대한 포괄적 지원으로 가름해왔다. 한쪽에서는 시혜를 베풀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혜를 받는 입장에 서게 되면 그 관계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권력과 관변단체의 관계를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보는 시선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일선에서 수족처럼 움직여온 개인들은 열심히 봉사했을 수 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챙긴 것일까? 5공 비리로까지 지목되었던 새마을회 상층부 지도층의 부패는 그 역사적 사례가 될 것이다.

 

새마을회에 베푸는 지원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다른 활동에 돌아가야 할 몫을 줄게 만들므로 예사롭게 보아넘기기 어려운 문제다. 가령 완주군의 올해 예산에서 교육 부분 예산은 39억원이 삭감되었다. 그 가운데 평생교육 부분은 1억이 줄었다. 새마을회관 건립비로 1억2천만원을 퍼주지 않았다면 너끈히 확보할 수 있었던 금액이다. 몇 년에 걸쳐 20억원을 지원한다니 그 돈이면 평생교육 동아리 1,000개를 지원할 수 있다. 연봉 2천만원을 받는 사회단체 활동가 100명을 지원할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긴요하게 세금을 들여 할 일이 하나둘이 아닌데 새마을 회관을 지어주는 데 막대한 세금을 쓰는 것이 마땅할까?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 ‘당신이 군수라면 20억을 어디에 쓰고 싶으냐’는 설문을 했더니 104명이 답변을 보내왔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생계비 지원, 심리 상담소 설치/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살다가 죽지 않도록 주거 지원/ 어르신들의 끌차도, 전동차도, 유모차도 편히 다닐 수 있는 보행길, 자전거길/ 자가용 없는 어르신, 학생 등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편의성 늘리기/ 악취 제거 시스템 설치/ 폐교 위기 작은 학교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 등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의 삶터를 살맛 나게 가꿔나가자는 뜨거운 제언들이었다.

 

민주주의는 공적 자원의 공정한 분배를 기초로 한다. 그렇게 볼 때 군수와 군의회가 합심하여 새마을회관 건립비를 지원하는 모습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징후로 읽히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