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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하지 않은 완주군 내부청렴도

[완주신문]완주군의 지난해는 다사다난했다. 환경참사 등으로 성난 민심이 주민소환제로 표출됐으며 민주당 보존 법칙을 고수한 21대 총선이 있었고, 테크노2산업단지의 폐기물매립장 백지화 지연 등의 문제도 이어졌다. 이외에도 삶을 둘러싼 오만가지의 곤란을 겪으며, 군민들은 경제와 환경을 보살펴야할 정치력의 부재(不在)를 경험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들이 발생할 것일까? <광장>에서 최인훈은 딱 잘라 ‘관료의 부패’라고 답한다.

 

책 속 주인공은 해방직후 한국 정치 상황을 부정부패의 도가니로 묘사한다. 청년 명준은 ‘뿌듯하고 보람을 품고 사는 것처럼 사는 법’을 찾으려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그렇게 정치 공간을 만났는데,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한국 정치인들은 정치 광장에 나올 때 얼굴은 마스크로 가리고 한 손에는 자루를, 다른 쪽에는 도끼와 삽을 들고 입성한다. 그리고 모두의 것이어야 할 꽃을 꺾어다 저희 집 꽃병에 꽂고, 광장의 분수 꼭지를 뽑아다 자기 집에 차려 놓고서 깊은 만족감에 젖는다. 그런데 이 모습은 현실 정치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2019년 한해동안 대한민국 국회의원 73.4%가 자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년만에 40억원 가까이 자산을 증식한 국회의원도 있다. 이런 정치인은 민생의 안녕을 중시하는 관료라기보다 자산증식을 위해 대중을 수단으로 삼는 자본가처럼 보인다. 최근 몇년동안 지속된 경제 불황으로 일반 서민들은 한해동안 1천만원을 모으기도 힘든데, 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을까? 

 

명준의 증언처럼 오늘날 정치인은 명의도용이라는 마스크로 신분을 가린 채, 돈이 될 만한 정보를 부지런히 삽질하여 공공의 사회적 재화들을 자기 자루 속에 채워 넣는다. 그렇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불가능할 만큼의 막대한 자산을 순식간에 불린다. 완주군은 어떨까? 물음에 대한 답변은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조사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말 국민권익위원회가 58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렴도 측정 결과 완주군은 ‘종합청렴도 전체 5등급 중 4등급으로 평가’를 받았다. 군 단위로 좁혀보면 82개 지자체 중 완주군의 청렴도는 73번째로, 끝에서 9위로 위험수준이다. 그런데 내부 기관 소속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전국에서 21째로 완주군의 청렴도가 양호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 불일치는 완주군 공직자는 자신을 청렴하다고 생각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매우 부패했으며 자기반성조차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주민 삶의 토대인 산천들이 폐기물과 난개발로 파괴되는 상황은 특혜, 부정 같은 부패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조직문화, 부패통제 제도 실효성이 붕괴되지 않았다면 주민소환제로 옥신각신하는 불상사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외부 평가에도 완주군 관료들은 스스로를 청렴하다고 자평한다. 

 

이 상황은 최인훈의 말대로 정치성의 결여로 인한 ‘관료의 부패’에서 기인됐다. 사회적 약자에게 힘을 주고, 권력을 바르게 이끌어야할 정치가 실종됐다는 말이다. 공적 시스템이 사사롭게 남용됐으며, 권력을 견제해야 할 자들은 권력에 무릎 꿇고 침묵했다. 이런 암흑 속 행정을 겪은 군민들은 정의감이 결여된 행정부가 어떤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지 똑똑히 알게 됐다.

 

정치인에게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인지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간 우리지역의 정치 환경은 고정 값이었다. 고착된 정치 환경 속에서 군민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지나치게 협소했다. 이러니 어떤 잘못을 해도 결국 자신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오만으로 군민을 위한 정치에 무심했으며, 그 책임을 다할 필요성을 심각하게 느끼지도 않았다. 이를 개선하려면 건강한 정치 생태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특정 정당이나 지역출신 정치인에게 매몰 되지 말고, 제대로 된 정치 능력을 갖춘 모든 정치인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열린 정치 마당을 만들어야한다. 부디 청렴하지 않은 완주군 내부청렴도가 기만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