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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꿈을 키우는 ‘양화분교’

쇠퇴하는 농촌, 분교 살리기로 해결
작은 학교 단점을 특색으로 차별화
모든 프로그램 감성과 힐링 초점

[완주신문]‘맹모삼천지교’ 정서는 시대를 초월해 학부모들에게 늘 일순위다. 근래에는 자녀를 잘 기르는 교육환경의 기준이 다양화되면서 입시교육만이 전부가 아닌 게 됐다. 이런 다양한 기준에서 볼 때 완주군의 교육환경은 전국적으로도 뒤지지 않는다. 지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백년대계 ‘교육’. 완주군내 교육기관을 둘러보고 각 학교들이 추구하는 교육목표와 특성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 이번에는 완주군 고산면 양야리에 위치한 봉동초등학교 양화분교를 찾았다.[편집자주]

 


1950년 분교로 설립된 양화분교는 1960년 양화국민학교로 독립됐다. 하지만 지난 1992년 학생이 줄어들어 봉동초등학교 분교로 다시 격하됐다. 이 때문에 양화분교는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지만 적은 학생과 여유로운 공간, 옛된 환경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에너지를 제공한다. 아이들이 시간 날 때마다 머무르는 텃밭에는 감자, 상추 등이 자라고 수십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을 은행나무 여섯 그루는 ‘밧줄놀이터’가 됐다.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하모니카, 우쿨렐레, 기타 등 악기 연주 소리와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분교가 있는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양화분교 장규선 교감은 “학생들의 마을 탐방과 학교 축제에 동네 어르신을 초대해 주민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분교가 살면 쇠퇴해 가는 농촌 지역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에 뒤지지 않는 다양한 교육
양화분교의 교육 프로그램은 어느 도시 학교 못지않다. 예체능부터 영어, 중국어, 코딩까지 다채롭게 운영된다. 전교생이 기본적으로 사물놀이를 배우고 1·2학년은 하모니카, 3·4학년은 우쿨렐레, 5·6학년은 기타를 배운다. 동·서양 음악을 모두 섭렵하는 셈이다. 특히 사물놀이 실력은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방과후 미술 수업도 단순히 그림 그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스트레스도 풀고 학교 분위기도 바꾸기 위해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 벽화를 그렸다. 벽화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색감을 배우고 미적 감각을 높일 수 있었다.

 

장규선 교감은 “눈높이를 높이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우리만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입학하면 가장 먼저 자전거 배워
양화분교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자전거를 배운다. 집에 있는 자전거를 학교에 가져다 놓고, 교직원들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배워나간다.

 

체력을 키우는 데도 소홀함이 없다. 1·2학년은 발레, 3·4·5·6학년은 검도를 배우고 체육수업은 전 학년 통합과정으로 운영한다. 

 

장규선 교감은 “모든 프로그램은 감성과 힐링에 초점을 맞춰 운영된다”며, “스트레스를 날리면 수업 집중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사의 열정으로 만들어지는 학교
양화분교 돌봄교실에는 책상을 없애고 바닥 난방장치를 설치했다. 아이들이 언제든 편하게 쉴 수 있는 장소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놀이기구가 없어 아쉬워하는 학생들을 위한 ‘밧줄놀이터’도 만들었다. 아름드리 은행나무에 밧줄을 엮어 완성했다. 교사들이 자진해서 ‘숲 놀이 연수’에 참가해 놀이터를 조성했고 종만 치면 아이들이 이 곳으로 뛰어나온다.

 

적은 예산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건 교사들의 열정 덕분이라는 게 장 교감의 설명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지역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지원 사업에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장규선 교감은 “이곳에 부임해 2년 동안 힘을 보태준 선생님들이 있어서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며, “이런 분들을 만난 건 우리 아이들의 복”이라고 했다.

 

아울러 지역 기업과 단체의 도움도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전북 생명의 숲에서 ‘우리 학교 초록 더하기 사업’에 공모해 선정됐다. 덕분에 덩굴 식물을 길러 에너지를 절약하고 친환경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할 기회가 생겼고 작두콩, 여주, 수세미를 다 함께 심고 환경교육도 진행할 수 있었다.

 

■멀리서도 찾아오는 학생들
양화분교의 이런 매력에 대한 소문을 듣고 멀리에서 전학 오는 학생도 적지 않다. 교통이 불편해 매일 자녀의 등·하원에 나서야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를 감수한다.

 

학부모 황규환(46)씨는 “요즘은 각 가정에 자녀들이 적다보니 아이들이 이기적인 성향이 강해지는데, 이곳은 학생이 적어 전교생이 한 가족이 돼 아이들이 남을 배려하는 등 사회성이 성숙해지고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규선 교감도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며 자녀와 함께 지내며 하던 가정의 인성교육을 이제 학교에서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저학년과 고학년이 함께 식사하도록 시간을 배정하고 야외활동을 함께 시키는 등 형제나 자매가 없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장유유서와 형우제공의 예절을 가르쳐 형제간의 우애를 깨우쳐 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장관상 두차례 수상
양화분교는 지난해 교육부장관상을 두차례나 수상했다.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농·산촌 마을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질 높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장규선 교감은 “장관상을 수상한 양소미·이해영 교사를 주축으로 모든 구성원이 학교를 열심히 가꾼 덕분”이라고 칭찬했다.

 

아울러 장 교감은 “양화분교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 교육청의 분산 정책 확대와 공동통합구 확대로 학생 모집이 지금보다 쉬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