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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침묵의 봄

[완주신문]“매일 아침 지저귀던 새소리도 들리지 않고,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마을에 악마의 저주나 주술이라도 걸린 걸까요?”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 1장 ‘내일을 위한 우화’에서 던진 질문이다. 답변은 악마의 저주가 아니라, 인간이 뿌린 화학물질이었다. 인간의 이기심이 마을을 침묵 속에 빠뜨린 것이었다.

 

현대인은 과학의 발달로 더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살고 있다. 우선 강력한 화학 살충제 발명을 통해 식량 생산량을 증가시켰으며, 전염병 확산을 막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또 다양한 화학 가공물을 활용해 실용성 높은 도구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갖가지 화학물 중독 사고는 매년 수천 건에 달한다. 이런 사고는 대게 그 화학물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려하지 않거나, 자기 이익만을 앞세운 탐욕의 결과물이다. 

 

이런 사례는 최근 이슈 된 비봉면 고화토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보은이라는 업체에서 폐기물 처리 요청을 했고, 완주군에서는 폐석산을 내주며 전체 매립에서 4%이내 고화토 매립을 조건으로 수락했다. 하지만 보은은 이 규정을 무시하고 그곳을 90% 이상 고화토로 채웠다. 이후 주민들의 고통이 시작됐다. 매립된 고화토가 부패과정을 거치면서 악취와 침출수까지 내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화토 침출수에서 비소와 페놀 등의 물질은 토양오염은 물론이고 하천이나 지하수로 침투될 경우 식수는 고사하고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다. 이곳을 기점으로 고화토 침출수는 만경강을 지나고 새만금으로 향할 것이다. 이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지 레이첼 카슨의 메시지를 통해 추측할 수 있다. 이미 고화토 침출수가 스며든 곳곳에서 서식하던 지렁이를 비롯한 설치류의 주검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완주군청 환경평가는 적합판정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 사건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에 불거진 익산 장점마을의 집단암 발병은 이 상황의 예상 결과다.

 

아마도 이번 봄에는 새 소리도 잦아들 것이다. 침묵의 봄 속에서 자연 환경의 수레바퀴를 탄 당신의 손자와 그 손자의 손자가 흘릴 눈물이 보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