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1910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고 통치권을 빼앗으며 체결한 것이 ‘강제 한일합병조약’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우리는 ‘한일합방’이라고 불렀다. 합방은 둘 이상의 나라가 하나로 합쳐짐을 뜻하는 긍정의 말로,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이 제일 처음 쓴 용어이다.
지금 완주와 전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딱 1910년 대한제국의 모습이다. 완주군의 약 6.5배가 많은 주민이 살고, 3배가 많은 예산 규모를 가진 큰 나라 전주시가, 자신들보다 4배 큰 땅덩어리를 가진 작은 나라 완주군을 침략해 주권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전주시가 내세운 명분과 언어도단은 ‘완주·전주 상생협력(통합)’이다.
전주시는 전주시의 낙후와 소멸의 원인이 완주에 있는 듯이 말한다. 나아가 전주·완주 통합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전북특별자치도 발전의 발목을 잡는 세력처럼 몰고 간다. 이는 비단 완주군민을 우롱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전주시민과 전북특자도민을 모욕하는 행위이다.
완주·전주 통합이 전주시의 경쟁력을 확보해주고, 이것이 전북의 발전과 더불어 전북의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해주리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논리는 그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강요해온 행태와 같다. 고소득층의 소득증대가 소비 및 투자로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로 이어진다는 소위 낙수효과의 논리이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은 대한민국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완주·전주 통합만이 전주시와 전북특자도가 나아갈 길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그간의 과오를 회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정치적 책무마저 내팽개치는 무책임의 전형이자 직무유기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치적 논리에 주민이 휘둘리고 역사가 휘둘리는 일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침략을 통합이라고 포장하는 위선자들에게 완주군은 물론 전북특자도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위기 때마다 나라를 막아낸 것은 정치인이나 양반이 아니었다. 이 땅의 주인인 우리들, 주민이었다. 독립운동의 정신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으로 완주군민의 삶을 이어가고자 한다.
완주군민들이여, 동참해 주시라. 완주지킴이 의병이 되어, 우리 땅과 우리 역사가 사라지는 것을, 전주시의 무례한 침략을 막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