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아름답고 풍요로운 유토피아 도시 ‘오멜라스’. 이 도시 모든 주민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항상 축제와 음악, 예술을 즐길 수 있고 고통이나 불행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도시에 숨겨진 어두운 비밀이 있다. 오멜라스의 행복과 번영은 한 지하실에 갇힌 아이의 고통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아이는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음식과 물만 제공 받으며, 어둡고 비좁은 방에서 비참하게 살아간다.
어슐러K. 르귄이 1973년 쓴 단편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줄거리다.
청주시를 방문했을 때 소설에 나오는 어둡고 비좁은 방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아이와 닮은 이들을 보았다.
지난 3일 본지는 통합 성공 사례로 꼽히는 청주시를 직접 둘러봤다. 청주시에 진입하면서 본 첫인상은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오멜라스처럼 주민들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영위하기 좋은 여건을 갖춘 도시 같았다. 지난 2014년 청원군과 통합 후 과거 청원군 지역이었던 서부지역은 산업단지와 주거단지가 조화롭게 들어서 있었고, 저출산과 고령화 늪에 빠진 대한민국 지방 대부분과 다르게 지역소멸을 이겨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청주시의 최북단에 위치한 북이면은 이런 모습과 전혀 달랐다. 좁은 시골길을 덤프트럭이 쉴새 없이 지나다니며 먼지를 일으키고 듬성듬성 작은 공장들이 질서없이 위치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들리는 전투기 굉음은 동행한 이와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산업폐기물 등 소각장 3개가 몰려있어 인근에서는 악취도 났다. 이곳 소각장에서는 전국 산업폐기물의 6.5%를 소화하고 있다. 특히 한 소각장의 경우 약 400m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유민채 씨에 따르면 청주·청원 통합 전 북이면 인구는 6500명, 현재는 4500명으로 줄었다. 북이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도 전보다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북이면은 경부IC와 중부IC가 10분 이내 거리에 있어 수도권에서 폐기물을 운송하기 편하다. 땅값도 싸고 인구가 적다. 그마저 고령화로 저항도 약하다.
북이면 추학1리 이장이었던 유민채 씨는 “힘 있는 자들에게 소위 ‘호구지역’으로 인식돼 있다”며, “특히 동네에서 목소리 큰 사람 몇명만 구워삶으면 일 추진이 쉽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유민채 씨는 완주·전주 통합 논란에 대해 듣고 “청주·청원 통합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소 자료에 따르면 청주시 암환자 23%가 북이면에 있다”며, “통합 후 외곽지역으로 유해시설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농민회 김희상 사무국장도 “통합 후 농민에게 안 좋아진 게 많다”고 말했다.
청원군이 통합으로 청주시가 되고 도농교류복합지역으로 지정돼 농촌의 순수한 가치가 사라졌고,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난개발과 환경문제 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는 것.
북이면 소각장 증설 또한 공교롭게도 통합 후인 2015년부터 본격화됐다.
이날 목격한 북이면은 행복하고 깨끗한 청주시를 위해 희생되고 방치된 것처럼 보였다. 마치 오멜라스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지하실에 갇힌 아이처럼 숨죽이고 있는 듯 보여 안타까웠다.
이날 청주시 출장에 동행한 완주군의회 이주갑 의원은 “완주·전주가 통합되면 현재 완주군 지역이 청주시 북이면처럼 될 것 같다”면서 “한번 이뤄지면 되돌릴 수 없기에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합 추진세력 측에서 청주시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킨 것 같다”며, “이러한 그림자도 함께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