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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교육 이야기2]마을로 돌아오는 교육

[완주신문]“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안밤실과 바깥밤실(외율마을)을 잇는 옛길을 따라 어른들께 떡을 전하는 심부름을 가던 아이들이 호랑이를 만났다. 아이들은 호랑이 탈을 쓴 사람이 ◎◎이 아빠라는 것을 알기에 하나도 무섭지가 않다. 

 

안밤실(고산 원산마을) 마을회관 앞은 아침부터 찾아온 아이들로 시끌벅적하다.

 

삼우초 1,2학년 아이들이 안밤실에 마을공부를 하러 온 것이다. 

 

안밤실 이장님은 찾아온 어린 손님들에게 마을을 소개하고 나서 ㅇㅇ아빠와 함께 외얏골까지 데려다 주었다. 외얏골에 사는 젊은 할머니는 찾아온 아이들에게 골짜기를 소개해주고 안밤실과 바깥밤실(외율마을)을 잇는 옛길을 따라 가서 외율마을 어른들에게 떡을 갖다주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아이들은 어른들 이름이 써있는 떡 세 개를 나눠받고 산길을 나섰다. 가는길에 밤새 떨어져 있던 밤을 한참이나 주우며 재를 넘어갔다.

 

오르는 중에 이끄미를 맡은 △△엄마와 □□엄마에게 풀이며 나무며 설명을 들으면서 가노라니, 신기하게 생긴 버섯을 보고 둘러앉아 나뭇가지로 꾹꾹 찌르니 버섯이 방귀를 뀐다. 그순간 호랑이 탈을 쓴 ◎◎아빠 ◇◇아빠가 나타나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한다.

 

결국 가위바위보를 해서 아이가 이기면 밤 두알을 주고, 아빠가 이기면 떡하나를 빼앗는 것으로 해서 호랑이 아빠들은 떡을 잔뜩 빼앗았다. 그리고 산길을 내려오며 고라니 살던 둥지며, 한국 바나나라 불리는 으름나무도 보며 내려오다 묵쑤어 먹을 도토리를 줍자고 하니 힘든지 시큰둥해한다. 결국 따라온 선생님들만 묵쑤어 먹을 욕심에 열심히 줍는다. 바깥밤실에 도착한 아이들은 떡에 적힌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 떡 심부름을 마치고 어른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심부름값으로 얻어 먹었다. 그리고 마을 우물에서 손을 씻고 마을에 있는 방방을 타며 노는 것으로 행사를 마쳤다.

 

이 행사를 준비하려고 삼우초 양육자는 올해 1학기에 ‘우리 마을 배우기’ 동아리를 구성하고 마을 공부를 했다. 완주 역사를 배우고, 고산 비봉 주변 여러마을의 어른들을 초대해 마을 이야기를 듣고, 마을에 찾아가 동네 어른들을 찾아 배웠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할 마을 수업을 양육자들과 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기획하고 준비하여 드디어 첫 수업으로 안밤실과 바깥밤실을 잇던 옛길 걷는 ‘밤실마을 나들이’를 진행한 것이다.

 

양육자들이 모여 수업 주제를 선정하여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마을 어른들을 섭외하고 직접 선생님이 되어서 아이들을 이끌고 옛길을 걸었다. 이에 맞추어 학교는 일정을 잡고 예산을 세웠다. 마을에 대접할 떡과 아이들 장화며 장갑이며 밤을 담을 가방 준비도 학교 몫이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주변에는 많은 마을이 있다. 그 마을들 하나하나는 나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마을의 산과 골짜기마다 들판과 실개천마다 이름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그곳에서는 오랫동안 사람들이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모여서 마을의 역사가 된다. 

 

아이들도 지금껏 마을 선배들이 그래왔듯이 마을에서 자라고 살아가고, 살아가며 자기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을은 그 이야기를 품을 것이다. 마을이 품은 이야기를 아이들의 아이들도 다시 배울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마을교육은 또 하나의 트렌드로 단순체험이 되고 있다. 능숙한 전문 강사가 파견돼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는 식이다. 마을교육도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 모두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골라 마을로 향한다. 

 

진정한 마을교육은 마을과 교육의 다양한 주체들이 지속적으로 만나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우리 동네’를 알게 되고 ‘나의 동네’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감을 키워 갈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동네’가 되는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미숙하고 소소한 이야기와 프로그램이라도 관계를 만들고 더 나아가 공동체를 유지해 나가는 진짜 마을교육이 필요하다.  

 

마을교육은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는 교육이 아니라, 지역으로 돌아오는 교육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