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지속가능한 농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 체계(퍼머컬처)를 가르쳤던 협동조합 ‘이장’ 임경수 대표가 책을 냈다. 이번에 출간된 <이제, 시골>은 귀농귀촌과 귀향을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코로나19로 도시인들이 농촌으로 찾아오고 있다. 실제로 읍내와 시장에 위치한 식당, 카페들은 전보다 더 북적북적해진 모습이다. 하지만 이 팬데믹 상황에 직면해 주목받고 있는 시골의 가치는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장소’여서라기보다 언택트(물리적 거리)와 콘택트(사회적 거리)가 공존하는 ‘느슨한 연대’에서 찾을 수 있음을 저자는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햇빛이 적을 때 모여 밭일을 하다가 손수 추출한 커피와 새참을 먹고 다시 호미를 잡는다. 작업이 끝나면 누군가는 이웃집 울타리를 고치러 가고 누군가는 공동체 사무실로 출근하고 또 누군가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읍내 카페로 가 커피를 내린다.
역사 이래로 농촌에 농민만 살았던 것도 아니고 농사만 짓는 농부도 없었다. 그래서 시골에 간다고 꼭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본문 중에서
시골에선 적은 돈으로 살 수 있을 테니까, 농사도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니까, 내 맘대로 일해도 되니까, 조직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등으로 귀농을 결심한다. 대부분은 오해와 편견, 일부 귀농인의 제한된 사례에서 비롯된 이야기이다. 돈을 중심으로 농사를 생각하면 답이 별로 없다. 생활공간과 하는 일이 바뀌었을 뿐 쳇바퀴 돌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농사는 자본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삶을 위해 사는 곳도, 사는 방식도, 하는 일도 바꾸기로 한 것이라면 좀 더 근본적으로 접근하자. 이왕 설국열차에서 뛰어내릴 거라면 종일해도 지겹지 않은, 죽기 직전까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연장이나 도구를 잡았을 때 짜릿한 그런 일을 찾아보자. 그 일을 찾기 위해 본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 가슴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 소리를 찾아 귀향해야 한다. 반농반X의 X는 본능과 연관되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한번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일, 누군가 쉬라고 해도 조금 더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일, 몇 분이라도 빨리 시작하고 싶어서 종종걸음을 치게 만드는 일, 일하기 위한 어떤 공간의 문을 열 때 가슴이 뛰는 일, 그런 일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까지 본능을 억제하는 방법을 배웠고 본능을 억제하며 살았기 때문에 본능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어렴풋한 본능의 기억을 소환하여 그 흔적을 추적할 것이다. 이를 통해 ’X’를 디자인한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농사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고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다. 소박한 재무적 목표를 설정하고 본능을 찾아내 그 본능이 ’X‘로서 재무적 목표에 대한 적절한 역할이 가늠되면 그 나머지를 충족할 수 있는 적정한 규모로 농사를 디자인하면 된다. 그래서 귀향디자인은 ①본능 찾기 ②다운시프트 디자인 ③X의 디자인 ④농의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귀향 디자인에 들어가기 전에 퍼머컬처를 이해하고 그 원리를 익히게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한편, 임경수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환경관리를 전공했으나 이후 농업쪽으로 방향을 틀어 '쌀 경작체계의 환경친화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전국 100여 유기농 농민을 인터뷰, 조사해 홈페이지 '인터넷 이장'을 구축했고, 유기농도시락 전문배달점을 서울대 후문에 창업했다가 3개월 만에 폐업하기도 했다. 이후 호주 크리스탈워터즈 생태마을을 방문해 퍼머컬처를 공부했는데, 여기에서 큰 배움을 얻었다. 2001년 후배들과 함께 춘천에서 사회적기업 ‘(주)이장’을 창업했고, 2010년 완주군으로 이사하면서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2011년에 퍼머컬처대학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전주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센터장직을 거쳤다. 현재는 완주군 고산면에 협동조합 '이장'을 새롭게 설립, 주민자치와 지역자산화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