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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오월, 광주여! 노무현이여!

살기 힘들고 서러워 목숨 끊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완주신문]5월은 가정의 달이자 장미의 계절이지만 필자에게는 더 특별한 것이 떠오른다. 광주민주화운동과 바보 노무현이다. 광주항쟁은 43주년이 됐고, 노무현 서거 14주년이 되는 해이다.

 

1988년 7월 8일, 처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노무현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행한 인사말이 기억난다.

 

“국무위원 여러분! 나는 여러분들에게 성실한 답변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성실한 답변을 요구해도 비슷하니까요, 청년 학생들이 죽어가는 것은 감옥에 가서 참회해야 할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온갖 도둑질을 다 해 먹으면서 바른말 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고문하고 죽이는 바람에 생긴 일이니까, 그 사람들이 임명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에게 무슨 대책이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 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 노동자와 농민이 다 함께 잘살게 되고 임금의 격차가 줄어들어서 굳이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리고 높은 자리에 안 올라가도 사람 대접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면….” 

 

당시 그의 언사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국민의 가슴을 파고들었고 노무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정치인 노무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온몸으로 저항했던, 그래서 바보 칭호가 붙었던, 미련하고 우직한 노무현의 정치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2002년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은 개혁과 평화를 추구하는 정책을 실행했다. 빈부격차 해소, 균형발전, 인권과 법치주의, 지역 갈등 해소, 선진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을 추진하였다.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전환점이었던 2007년, 6자회담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였다. 이어 10월 4일 이른바 10.4 남북공동선언을 끌어내며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줄기찬 개혁은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었고, 당내와 보수 세력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경제적인 어려움과 외국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서 지지율이 하락했다. 급기야 헌정사 최초로 국회가 탄핵했지만, 깨어있는 시민은 그를 지켜냈다.

 

국민이 사랑한 노무현의 정신은 무엇인가?

 

노무현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가치로 권력 형태와 구조의 변화를 추구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주기 위해 불평등과 불공정 해소를 위해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었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매진하였다.

 

또한 늘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였고, 국민의 이익과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보호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였다. 그의 정치는 애민(愛民) 정신에 입각한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였다.

 

윤석열 정권 1년, 한반도의 평화는 바람 앞에 촛불이 되어가고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제1야당 대표를 향한 사상 유례없는 압수수색이 자행되고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보내지는 등 정치는 실종되었고, 언론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각계각층에서는 정권을 타도하자는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헌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희망이 없으면 만든다’. 노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다. 필자는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도전정신으로 이해한다. 암울한 5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국민이 주어진 권력을 사사로이 사용하면 국민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권력은 회수될 수 있다. 깊은 산속 옹달샘의 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듯 나부터 깨어나서 변화하고 행동하여 우리가 되자. 국민은 결국 공정과 정의의 편이라는 것이 노무현의 정신 아닌가.

 

(정희균 노무현재단 전북공동대표는 현재 전라북도교통문화연수원 원장으로 재임하고 있으며 대한테니스협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