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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갈등은 성장 원동력으로 환원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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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신문]농어촌공사의 대둔산 ‘장선지구 다목적 농업용수 개발사업’이 수년째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이 사업은 수몰민 이주대책조차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그밖에 여러가지 복합적 요인들이 덧붙여지면서 10년 계획 사업이 20년 이상 장기화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미봉, 방치되어온 이주민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제방 관련 치수사업은 수몰민과 지자체장의 의견수렴을 법적 필수 사항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이번 사업을 주도한 농어촌공사는 의견수렴과정 자체를 생략했다. 이주민대책위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주민설명회 개체는 물론이고 현장공사 감독관과 합의된 사항도 무시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공사 측은 주민들이 사업설명회를 거부했다고 공고를 냈다. 물론 농어촌공사 관계자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대체부지 개발과 관련하여 해당 주민들 간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주민설명회 자체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에 공사는 갈등의 접점 찾기에 들일 공력과 시간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주민 설명회 거부’라는 임의의 해답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제18조’의 규정에 따라 주민설명회를 생략한다는 내용을 공고했다.

 

이 사건에서 문제의 핵심은 갈등이다. 대체부지 개발을 둘러싼 주민 사이에 갈등, 농어촌공사 측과 지역주민 간에 갈등, 완주군과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문제다. 상충된 이권으로 인한 갈등이 ‘장선지구 다목적 농업용수 개발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다. 인류는 언제나 숱한 갈등을 동력으로 사회 진보를 이루어 왔음으로, 갈등은 곧 다음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할 일종의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잘 관리된 갈등만이 민심을 어그러뜨리지 않고 성장의 원동력으로 환원된다는 점, 이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갈등을 관리를 해야 할까? 

 

스위스 경우를 보자. 이 나라는 핵폐기장 건립에 사용할 부지 선정을 위해 무려 12년간 합의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은 한해 약 50회 가량 토론회가 열었다. 또 토론회에는 방사능 폐기 전문가들을 비롯해 갈등관리 팀까지 배치됐다. 이들은 주민들의 관심사와 요구, 걱정을 직접 들으며 대화와 소통 과정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갔다. 스위스 정부의 기본 방침은 어떤 사업이든 간에 공정성을 기본 전제로 ‘주민이 납득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원칙을 바탕으로 모든 주민들이 폐기물 부지 선정 과정이 공정하다고 받아들일 때, 그때 비로소 사업을 시작한다. 정부나 주민의 기본 신념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서 갈등을 해결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다면 완주군의 ‘농업용수 개발사업’은 어떤 경로를 통해 ‘완주군 대둔산 지역 장선지구’로 선정 됐을까? 이 사업은 초기 수몰민 이주대책조차 확실치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갈등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됐을 공산이 높다. 주민들의 고민과 걱정들을 해소해 줄 전문가가 참여한 설명회는 몇 번이나 있었을까? 속전속결을 기본 전제로 하는 우리 공무의 특성상,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 과정은 생각조차 어렵다. 물 다스리기보다 민심 다스리기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다. 

 

‘주민이 납득하지 않으면, 어떤 사업도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도대체 이 공사는 누구를 위한 사업이며, 지역민의 희생은 정당한가? 사유재산 체제를 근간으로 유통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슨 근거로 대둔산 장선지구 사람들을 희생시키려 하는가? 만일 공리를 이유로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하려면, 반드시 타당한 설득과 합의가 뒷받침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이미 경험했듯 갈등이 깊어지면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실비용은 더 늘어나고 균열과 갈등의 증폭은 순식간에 공동체 의식을 붕괴시켜 버릴 것이다. 따라서 농어촌수자원공사는 치수에 앞서 합의의 기술부터 개발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