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정치인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주·완주 행정통합 추진을 공식화하며, 전북 발전을 위해 완주-전주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다시 꺼내 들었다. 광주·전남,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와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원 발표를 근거로 내세우며, 이제는 통합에 반대하면 곧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세력인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같은 이분법적 프레임은 논리도 맞지 않고,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통합에 대한 찬반은 충분히 토론되어야 할 정책 선택의 문제이지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정말 전주·완주가 통합되지 않아서 전북이 낙후된 것인가? 무엇보다 먼저 짚어야 할 질문이 있다. ‘전북 발전을 위해 완주-전주가 통합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려면 그 반대인 ‘그러면 지금까지 전북 발전이 되지 않은 것은 완주-전주가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는 논리도 성립되어야 한다.
과연 그러한가? 의사가 환자의 발병 원인을 잘못 진단하면 그 병을 치료할 수 없고 때로는 귀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전북이 낙후된 원인을 냉정하게 돌아보자. 답은 명확하다. 현재 우리 전북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행정구역의 문제라기 보다는 경부축 중심의 국가발전 전략에서 비롯된 소외와 산업기반 취약,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을 깨부수지 못한 지역 정치권의 무기력과 전략 부재도 부인할 수 없다. 도민들이 ‘일 하라’며 뽑아준 수많은 정치인들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대형 국책사업을 따내고, 기업을 유치하고, 산업지도를 바꾸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가. 지역 발전의 책임을 행정통합이라는 형식에 떠넘기기 전에, 정치가 먼저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완주군민들이 이룬 성과는 존중받아야 한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유일하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지역이 어디인가? 바로 완주다. 완주는 전북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다. 1인당 GRDP는 전북 1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로컬푸드 정책은 전국의 모범사례가 되어 ‘전북 완주’의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 수소·미래차·산업단지 기반 제조업이 집적돼 있고, ‘농업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도시’, ‘일자리가 있는 군(郡)’이라는 새로운 성공 공식을 스스로 증명해왔다.
완주군민들은 누구보다 들녁에서,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해 왔다. 농업을 혁신하고, 산업을 키우며, 공동체를 지켜내며 자립의 토대를 다져왔다. 그런데도‘통합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그 노력의 결실을‘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이기주의’로 폄훼하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우리 전북특별자치도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단순한 전주와 완주의 행정구역 합치기가 아니다. 지금 당장 할 일은 3특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북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담대한 전략, 삼성반도체와 CJ식품기업을 우리 전북으로 가져오겠다는 결기와 절실함,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 전북 이전과 같은 상상력과 이를 현실로 만드는 리더십, 제3금융중심지 조성 등과 같은 실질적인 발전 전략이다.
‘통합 아니면 낙후’라는 정치적 구호로 전북의 미래를 설명할 수는 없다. 전북 발전의 책임을‘통합 찬반’이라는 프레임 전쟁으로 돌리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본질을 놓치게 된다. 통합하면 무조건 좋아진다는 논리로는 완주라는 이름으로 이 땅을 일구어온 완주 군민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없고 오히려 지역 갈등을 키울 뿐이다.
통합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발전의 전제조건은 결코 아니다. 전북 발전의 해답은 행정구역 지도 위에 선을 긋는 데 있지 않다. 제대로 일하는 정치, 성과로 증명하는 행정, 그리고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려 온 도민의 힘 속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