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선택의 예술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선택에는 명분이 따르고, 명분에는 결과가 따라야 한다. 최근 완주·전주 통합 문제를 둘러싼 안호영 의원의 행보를 보면 이 기본 공식이 어딘가에서 크게 어긋나 있다.
안 의원은 그동안 “완주군민을 배신할 수 없다”며 통합에 반대하거나 최소한 신중론을 견지해 왔다. 그런데 도지사 여론조사 결과가 정체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통합은 이제 ‘전북 발전을 위한 대의’가 되었고, 반대는 ‘지역 이기주의’처럼 취급됐다.
문제는 이 극적인 태도 변화가 민심의 변화가 아니라 정치 일정의 변화와 정확히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완주군민의 여론이 바뀌었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통합 반대 여론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럼에도 입장만 바뀌었다면, 이는 소신의 진화가 아니라 계산의 수정에 가깝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떠한가. 통합 찬성이라는 ‘대승적 결단’ 이후 안 의원의 도지사 지지율은 눈에 띄는 상승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주 표심을 얻기 위해 완주 민심을 감수했다면, 최소한 수치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정체된 지지율과 커지는 의구심뿐이다. 배신은 했는데, 이득은 없는 셈이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원칙을 버렸을 때가 아니라, 원칙을 버리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때다. 완주군민에게는 “왜 말을 바꿨느냐”는 질문이 남고, 전주권 유권자에게는 “그래서 다른 후보와 무엇이 다르냐”는 의문이 남는다.
결국 안 의원의 통합 찬성은 대의도, 실리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공중에 떠 있다. 정치적 야욕을 위해 신념을 바꿨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신념은 철학이 아니라 표 계산이었고, 그 계산서의 합계는 아직 ‘초라하다’.
정치는 말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민심은 숫자로 답한다. 지금 안 의원의 지지율이 말해주는 것은 하나다. 바뀐 것은 입장이지, 설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