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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비싼 해상풍력 왜 해야 하는가? 대통령의 질문에 답한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질문은 날카로웠다. “태양광은 킬로와트시(kWh)당 100원 이하로 떨어지는데, 250원이나 하는 해상풍력에 왜 이렇게 매달려야 하는가?” 원자력 발전단가 40~50원, 태양광 목표 단가 100원과 비교하면 현재 해상풍력의 비용은 낙제에 가깝다. 국가 재정 최고 결정권자로서 이러한 의문은 지극히 합리적이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럼에도 우리는 해상풍력을 해야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해야 한다. 단순히 탄소중립이라는 명분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이 에너지 시장과 제조업의 미래 활로를 여는 최선의 결단이기 때문이다.

 

첫째,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태양광만 늘려서는 전력망을 온전히 지탱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태양광은 낮에만 전기를 생산하며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공급에 한계가 있고 장기적 변동성을 제어하기 어려운 에너지저장장치(ESS)만으로는 이러한 간헐성을 보완하기 버겁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육상보다 일정하게 전기를 생산하는 해상풍력과의 조합이 필요한 것이다. 전력망 관점에서 태양광과 풍력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약점을 메워주는 상호보완재다.

 

둘째,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는 순간 가격은 급격히 떨어진다. 기후부 장·차관의 답변처럼 해상풍력 단가는 고정불변이 아니다. 영국·덴마크 등 유럽 선도국들은 시장 규모가 3GW(기가와트)를 넘어설 때 공급망이 안정화되면서 발전단가가 50~60% 하락하는 현상을 경험했다. 이제 유럽 주요국은 보조금 없이도 화석연료와 경쟁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지금의 비싼 비용은 미래의 싼 전기를 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초기 수업료다. 우리가 이 구간을 얼마나 빨리 통과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느냐가 관건이지, 지금 비싸다고 진입조차 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비싼 에너지로 남을 뿐이다.

 

셋째, 원전을 아득히 뛰어넘는 폭발적인 시장 잠재력과 산업경쟁력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은 연간 5~7GW 설비가 추가되는 데 그친다. 반면, 해상풍력은 당장 2025년에만 16GW 이상이 추가될 전망이다. 여기에 2030년까지 매년 30%, 그 이후에도 15%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이 산업이 타워(철강), 하부구조물(조선), 터빈(기계), 케이블 및 변압기(전기장비), 설치 및 해체(건설) 등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의 집약체라는 점이다. 내수 시장 형성을 통해 트랙레코드를 쌓고, 이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면 이 거대한 시장은 우리 제조업의 새로운 무대가 될 수 있다.

 

원전도 처음 도입될 때는 화력발전보다 훨씬 비쌌다. 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산업생태계 조성을 통해 오늘날의 가격 경쟁력에 도달했다. 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해상풍력에 눈을 돌렸지만, 투자를 주저한 한국 정부와 달리 과감하고 일관성 있는 대규모 투자로 시장을 만들었고 현재 세계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로 등극했다.

 

대통령의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비싸더라도 해야 한다. 단, ‘잘’ 해야 한다. 발전 단가를 빠르게 낮추기 위해 정부가 흔들림 없는 신호를 줘야 한다. 국가 주도로 전력 계통과 항만 인프라를 깔아주고,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며, 인허가 기간을 합리적으로 단축해 사업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금융과 재정의 역할도 모색해야 한다.

 

대통령의 ‘비싼 해상풍력 왜 하나’ 지적이 ‘해상풍력 무용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이 비싼 에너지를 우리 산업의 차세대 엔진이자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탈바꿈시킬 것인가”라는 치열한 전략 수립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 지금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주저할 때가 아니라, 바다 위 거대한 기회의 바람을 잡기 위해 닻을 올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