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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광역 통합 논리 오용한 완주·전주 흡수통합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5극 3특’ 국가성장 전략에 따라 광주·전남, 대전·충남 등 광역자치단체 통합 논의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미 결론이 난 완주·전주 통합을 같은 선상에 슬그머니 올려 논의를 재점화하려는 일부 정치권의 움직임도 보인다. 그러나 이는 행정 체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없는 무리들의 주장일 뿐이다.

 

광역 통합과 기초자치단체 통합은 출발점부터 전혀 다르다. 광역 통합은 권한을 키우기 위한 통합이다. 동급의 광역자치단체가 존치한 상태에서 행정·산업·재정 권한을 재배치하고, 광역 경제권을 형성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다시 말해 더 큰 전략 단위를 만드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기초자치단체는 그대로 유지되며, 주민의 일상적인 행정 체계에도 큰 변화가 없다. 즉 광역 통합은 수도권 집중 완화, 광역 경제권 형성,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아래 지방분권을 전제로 한 전략적 선택이다.

 

반면 기초자치단체 통합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는 대등하게 권한을 키우는 통합이 아니라, 권한을 빼앗는 통합이다. 완주·전주 통합의 경우, 완주군은 자치권과 결정권이라는 법적 지위를 상실하고 모든 행정·재정 권한이 전주시로 이관된다. 이는 권한을 확대하는 대등한 상생 통합이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하나가 소멸되는 흡수 통합이다.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가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은 주민이 스스로 지역 사무를 결정할 권리에 있다. 완주·전주 통합은 이 자치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를 낳는다.

 

국가는 광역 통합을 통해 분권을 말하면서, 완주에는 정반대로 중앙집권적 구조를 강요하는 모순에 빠진다. 광역 통합은 권한 분산 설계를 통해 지역 간 균형을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 통합에는 그러한 장치가 없다. 통합시의 예산·정책·인사 권한은 인구와 정치력이 집중된 도심으로 쏠릴 수밖에 없고, 농촌과 읍·면 지역은 구조적으로 주변부로 밀려나 소외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통합을 하겠다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통합이 만들어내는 ‘구조’의 문제다.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이 통합이 본질적으로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 무리한 통합을 누가, 왜 밀어붙이고 있는가. 이 논의의 중심에는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정동영 장관이 있다. 두 사람은 국가 균형 발전과 광역 전략을 말하지만, 정작 추진하고 있는 것은 국가 전략과 무관한 기초자치단체 흡수 통합이다. 이는 완주군민의 삶과 자치를 담보로 한 정치적 판단이며, 명백히 책임 정치의 대상이다.

 

특히 완주군민의 명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합 논의를 멈추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리에 대한 도전이다. 지방자치는 중앙과 광역의 시혜가 아니라 주민의 권리다. 그 권리를 무시한 통합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국가는 광역 통합으로 권한을 키우겠다고 하는데 이 두 정치인은 왜 완주에는 권한을 빼앗고 소멸을 전제로 한 통합을 강요하는가. 김관영 도지사와 정동영 장관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하며다. 그리고 정치적 책임 또한 분명히 져야 한다.

 

완주군민은 더 이상 통합의 대상이 아니다. 완주는 지우면 없어지는 행정구역이 아니라 지켜야 할 공동체다. 완주군은 통합이 없어도 이미 잘해오고 있다. 예산은 1조 원 규모로 성장했고, 인구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산업단지와 국가 전략 산업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

 

통합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일 때 의미가 있다. 완주군처럼 독자적인 생존 능력이 충분한 기초자치단체에 통합을 강요하는 것은 완주군민을 무시하고 모독하는 것이다.

 

완주군민은 정치적 계산에 흔들리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자 상징이며,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공동체의 보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