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북도의 완주·전주 통합 강행, 새만금 갈등 해결 책임 회피인가?

  • 등록 2025.08.12 10: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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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신문]전라북도는 오랜 기간 대한민국 균형 발전, 서해안 시대, 국토 대개조의 상징적 과제를 짊어져 왔다. 그 핵심에는 ‘새만금’이 있다. 그러나 최근 전북도정의 초점이 완주·전주 통합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도민사회 곳곳에서 심각한 우려와 의구심이 제기된다. 과연 지금 도정의 에너지가 한정된 행정구역 통합 논쟁에만 집중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아니면 이는 오히려 새만금 갈등 해소라는 본령의 책임을 회피하고 도민사회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의제 전환’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본 기고문은 이 의문을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해부하고자 한다.

 

■새만금, 30년 갈등의 현주소와 도지사의 책무
새만금 사업은 1989년 착공 이래 군산-김제-부안 3개 시군의 행정구역, 방조제, 신항만, 수변도시 관할권 분쟁과 환경·생태계 파괴 우려, 어업권 및 주민 생계 갈등, 매립 공사로 인한 민원 등 수도 없는 복합적 난제를 내포해 왔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에 따른 폐수 처리 문제, 새만금신항 운영권 논란, 그리고 잼버리 실패 후 국제적 신인도 하락 등 도정이 집약적으로 대응해야 할 현안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혼선 속에서 도지사가 수행해야 할 최우선 책임은 ‘공정한 중재자’로서 모든 이해당사자를 설득하고 통합적 비전을 제시하며,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런데 현재의 도정 방향은 ‘갈등관리에 대한 지도력 미비’, ‘중립성 훼손 및 특정 지역 편향’, ‘미온적 대처’ 등으로 연일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김제시가 새만금신항 운영권 논쟁에서 ‘원-포트’ 도입이 군산시 입장만을 대변한 결과라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도지사가 현안의 조정자라기보다 이해관계의 한 축을 편드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통합 논쟁이 불러오는 의문: 책임 회피와 관심 전환의 정치
이러한 상황에서 도정의 핵심 과제가 ‘완주-전주 통합’에 집중되는 것은 순수한 지역발전 담론을 넘어선다. 김관영 도지사의 이른바 속도전, 주민 설득 없는 전입신고 퍼포먼스, 공론화 부족, 통합 반대 세력까지 매도하는 듯한 태도는 도민들의 자존감과 일상, 그리고 합리적 갈등관리를 또다시 정치적 갈등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단순히 “통합이 방향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며 진짜 시급한 도정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새만금 관련 갈등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민 삶의 최전선을 뒤흔드는 현안이다. 그런데도 도정의 행정 역량 및 언론의 관심 등이 통합 논쟁에 쏠려 있는 현재의 행태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새만금 갈등 해결에 대한 책임 회피’와 ‘도민의 관심 은폐’를 초래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은 반성이 요구된다.

 

■갈등해결 책임의 방기, ‘통합 드라이브’가 야기하는 또 다른 분열
통합 관련 민의는 생각보다 명확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완주군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완주군의회가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군민의 분명한 의지"라며 통합 논의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세 차례나 연속으로 반대가 과반을 넘긴 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전북도와 전주시는 일방적으로 논의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 결과 ‘주민참여형 지방분권’의 원칙은 실종되고, 행정은 오히려 군민을 대상화·도구화하는 ‘폭압적 추진자’의 모습에 가깝다. 찬성 측이 의뢰한 조사조차 66% 반대라는 결과가 나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행정은 지방자치의 근간인 ‘주민자치’와 ‘주민 동의’라는 가치를 전면 위반하는 월권이자, 특별한 이유와 과정, 합의 없는 강제적 통합 추진은 단순한 불통 행정을 넘어 독재와 다를 바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라북도의 핵심 현안인 새만금 갈등관리와 행정 혼선 해소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새만금에 산적한 헤아릴 수 없는 갈등이 폭발 직전임에도 도정은 실질적 조정과 해결 리더십을 포기하고 있다.

 

도지사는 중립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지역에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고 대법원 판결만 바라본 채 미온적인 중재로 일관하며 정치적 결단을 결여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합이라는 정치적 의제에 도정 에너지를 소진하다가 오히려 실질적으로 도민의 삶과 전북의 미래가 달린 새만금 해결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갈등관리의 정석은 민감한 문제일수록 ‘신속함’이 아니라 ‘공론화, 협치, 합의 도출’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새만금 특별자치단체 출범을 위한 추진에서도 군산, 김제, 부안 간의 세밀한 중재와, 각계 전문가·주민 합의 과정이 절실하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사례로 증명됐다. 하지만 전북도는 현실적 방안을 도출하지 않은 채 기존 갈등을 방치하면서 통합이라는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는 행보는 주민들에게 불신과 피로감만을 가중시킨다.

 

■도정 우선순위, 그 본령(本領)으로 돌아가야 한다
전북은 지금, 오랜 기간 산적된 갈등의 분기점에 서 있다. 새만금은 개발 중심에서 환경, 생계, 지역 균형, 이해관계자 협치 등 ‘종합적 관리’의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정이 통합이라는 새로운 의제로만 도민의 시선을 돌린다면 결국 어떤 명분도 도정에 대한 신뢰 저하, 책임성 약화, 도민사회의 분열 심화라는 부정적 결과만을 안길 뿐이다.

 

전라북도정은 지금이라도 도민의 실질적 삶의 변화로 행정의 시선을 돌려야 한다. 통합이라는 '정치적 논쟁'을 즉각 중단하고 도민의 압도적 의사에 입각해 도정의 본령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통합 논쟁이 도민의 목소리를 은폐하고 또 다른 갈등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갈등 관리와 책임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근본적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도지사 책무의 핵심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전북의 미래는 행정구역의 단순한 크기나 인구이동에 달린 것이 아니다. 진짜 전북의 힘은 갈등을 조정하고, 상생을 도모하며, 책임 있는 정치와 열린 대화, 투명한 행정을 실천하는 데서 나온다. 이제 도정은 스스로의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전북도민의 삶을 위한 우선순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새만금 갈등관리와 행정개혁, 그리고 도민 신뢰 회복이야말로 지금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전북도정의 책무다.

 

민의(民意) 위에, 그리고 주민의 삶을 지나쳐서 이뤄지는 모든 통합과 정책은 그 자체로 실패를 내포한다. 전북도의 통합 강행은 주민자치 훼손이자,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정독주의 표상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새겨야 할 때다.

국영석 전 완주사랑지킴이운동본부장 dosa209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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