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완주·전주 통합, 주민 없는 통합은 위헌이다”

  • 등록 2025.07.15 11: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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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신문]최근 완주와 전주 간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며 수면 위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 며칠 전 필자는 하승수 변호사의 유튜브 강의를 시청하며, 이 문제가 단순한 행정개편이 아니라 주민 자치와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 글은 그 강의를 듣고 느낀 문제의식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통합이 정말로 지역과 주민을 위한 길이라면, 그 출발 역시 주민의 뜻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는 방식은 처음부터 잘못된 구조이다.

 

첫째, 통합은 헌법과 지방자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는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설치·폐지 등 주요 사안은 주민의 동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4조는 자치단체의 폐치분합은 주민투표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시행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03조는 도지사가 시·군 통합을 '건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주민 동의와 주민투표를 전제로 한 지방자치법과 충돌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주민투표, 공청회, 의회 의결 없는 통합 추진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둘째, 통합은 행정 효율보다 예산 낭비와 행정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창원·마산·진해 통합 사례를 보면, 통합 이후에도 세 도시의 행정조직이 상당 부분 유지되었고, 오히려 행정 조직의 비대화와 예산 낭비 문제가 지적되었다. 지역 간 갈등 관리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컸다. 완주·전주 통합 역시 유사한 구조로 전개될 경우, 통합 효과보다는 행정 중복, 재정 분산, 완주 농촌 지역의 소외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통합은 지역 불균형을 심화하고 완주의 자립 기반을 약화시킨다.

 

완주는 삼례, 봉동, 이서, 고산, 비봉 등 각 읍·면이 고유한 정체성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행정권과 예산권은 전주시 중심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고, 고산·경천·비봉 등 산간 외곽 지역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우려가 크다. 일본의 쇼와 대합병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지역 소멸과 인구 불균형이 심화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넷째, 통합 논의 과정 자체가 주민을 배제하고 있다.

 

통합은 주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당연히 주민 참여와 동의 절차가 선행되어야 하나, 현재까지 전북도나 전주시, 완주군 차원의 전면적 공청회, 주민투표 발의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정치권 주도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뿐, 실질적인 주민 의견 수렴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주민 참여'를 무시한 절차적 정당성의 결여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1. 완주는 완주의 길을 가야 한다.
전주와는 필요한 영역에서만 협력하고, 완주군 자체 행정체계를 기반으로 자율 발전 모델을 유지해야 한다.

 

2.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지방자치법을 보완하여 주민 동의 없는 자치단체 통합 추진을 법적으로 차단하고, 도지사의 일방적 건의 권한에 대한 제한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3. ‘완주형 자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읍·면 단위 자치강화를 통해 ‘완주다움’을 실현하고, 각 지역의 특성과 주민 요구에 기반한 분권형 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필자는 하승수 변호사의 강의를 통해 이번 통합 논의가 단순한 행정 논리가 아니라, 위헌적 요소와 비민주적 절차가 혼재된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통합’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완주의 정체성과 주민의 권리이다. 주민이 빠진 통합은 결코 지방자치도 아니고, 민주주의도 아니다. 완주는 완주의 길을 걸어야 한다.

오상영 삼례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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