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농협의 경영 상황을 걱정하고 농협의 미래를 염려하는 문제 제기라면 조합장으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 2025년 운주농협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조합원들에게 출자배당과 이용고배당을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과거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조합원에게 배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진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조합장으로서 경영 결과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영실적이 악화됐다는 사실과 그 원인과 책임이 모두 특정 사업이나 특정 개인에게 있다는 주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농협의 손익은 여러 사업의 성과와 비용, 충당금, 자산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결정된다. 따라서 경영 악화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역시 객관적인 자료와 적법한 절차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
냉동딸기 사업과 관련해 손실이 발생했고 감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도 운주농협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현재 법적·행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을 두고 모든 책임이 이미 확정된 것처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법적 판단과 관련 절차를 통해 책임이 확정된다면 그 결과에 따라 책임져야 한다. 조합장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피할 생각도 없고, 퇴직이나 합병을 이유로 책임을 피할 수도 없다. 변상이나 징계 등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행돼야 한다.
다만 냉동딸기 사업의 책임 규명과 운주농협의 합병 문제는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냉동딸기 사업은 감사와 수사, 징계 등의 절차를 통해 책임을 가리면 된다. 반면 합병은 운주농협의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과 조합원의 실익을 기준으로 판단할 문제다. 합병한다고 해서 냉동딸기와 관련한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합병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거의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합병 추진 자체를 곧바로 ‘책임을 덮기 위한 것’으로 연결 짓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책임은 책임대로 끝까지 규명하고 합병은 합병대로 조합원의 실익과 농협의 미래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
농협중앙회의 합병 권고 이행기한이 2027년 6월 26일까지라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한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합병에 대한 논의와 준비까지 그때로 미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설합병을 추진하려면 상대 조합과의 협의를 비롯해 자산과 부채, 사업, 조직과 인력, 임원 구성, 지점 운영, 조합원의 권리와 실익 등 검토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사전에 협의하고 검토하는 과정 자체를 성급한 합병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조합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는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12일 화산농협과 체결한 업무협약 역시 최종적인 합병 결정은 아니다. 향후 신설합병을 위한 협의와 준비를 진행하기 위한 절차의 하나다. 업무협약이 조합원들의 최종적인 찬반 의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최종 합병 여부는 관련 법령과 정관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돼야 하며 무엇보다 조합원의 의사가 중요하다. 합병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조합원들이 충분한 자료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신설합병이 특정 조합장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힌다. 신설합병 이후 임원 구성과 조합장 선출은 관련 법령과 합병 절차에 따라 결정될 문제다. 특정인이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려면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개인의 이해관계를 위한 합병이라면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재의 합병 논의를 특정인의 임기 연장을 위한 것으로 단정하는 것 역시 사실관계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
조합장 징계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관련 징계 절차에 대해서는 처분의 내용과 절차상 쟁점을 두고 법적 판단을 구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잘못이 있다면 책임져야 하지만 징계 대상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가 있었는지, 의결 절차가 적정했는지 역시 법과 규정에 따라 판단받아야 한다.
징계 역시 합병을 통해 없어질 문제가 아니다. 징계는 징계대로 판단하고, 합병은 합병대로 판단해야 한다.
운주농협의 주인은 조합장도 직원도 아닌 조합원이다. 따라서 합병 찬반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조합원에게 제공하는 일이다.
독자경영을 계속할 경우의 장점과 위험, 신설합병을 할 경우 조합원의 실익과 변화, 출자금과 권리, 직원과 조직 운영, 임원 구성, 경제사업과 농업인 지원사업, 합병 이후 운주지역 농업의 발전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운주농협의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필요하다. 냉동딸기 사업과 징계 문제 역시 사실관계와 절차에 따라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와 농협의 장기적인 미래를 결정할 합병 문제를 하나로 묶어 판단해서는 안 된다.
책임은 법과 규정에 따라 끝까지 따지고, 합병은 조합원의 실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합병을 한다고 과거의 책임이 사라져서도 안 되고, 특정인의 책임 문제 때문에 운주농협 전체의 미래를 미리 결정해서도 안 된다.
오는 합병 찬반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누구의 주장이 더 큰 목소리를 내는지가 아니라 어떤 주장이 객관적인 사실과 자료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살펴봐 주기를 바란다.
54년 동안 운주농협을 지켜온 것은 조합원들이다. 운주농협의 미래 역시 충분한 정보와 적법한 절차를 바탕으로 조합원들이 결정해야 한다.
운주농업협동조합 조합장 정성권




